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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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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4

1부 생의 중턱에서

제비 12
소리 없는 대화 17
믿음의 온기 21
눈물로 절인다 한들 25
내 생일은 삼백예순 날 31
속모습을 비추는 거울 36
나도 어미인데 40
도깨비불 45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출근길 49
제목 없는 추상화 54
오늘 하루는 59

2부 돌아보니 이런 적도

초가(草家)에 소금 석 섬 64
물통 지킴이 70
나만의 춤 75
이루어지지 못한 추억 80
석양을 등지고 서 있는 소년 85
잡초의 여정 91
내 고향 특산품 95
비상금 100
사는 게 시험인 것을 105
집 한 채 값 109
세상에 놓인 그대로 114

3부 산에서 듣다

산(山) 120
평행선 126
묵 한 대접 132
그 뉘 속에 쌀 있음을 136
이정표 142
삶은 누리려는 자의 몫 146
사연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151
백두산 156
인적 163
전복밭의 연등 168

4부 그래도 아직은

계절이 측량하듯 176
나도 왕이다 183
기둥과 대들보 188
아직은 192
엄마의 우동 197
농부수업 204
기억의 증표 210
노천탕의 참전용사들 215
생각하는 의자 221
바라보는 그곳에 행복이 226
가을을 말리다 232
저자 소개
저자 : 이병숙
1994년 《한국수필》 등단
2000년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6년 수자원공사 물사랑 공모전 수필 부문 동상
2007년 지적공사 문예전 수필 부문 금상
2008년 사이버 중랑신춘문예 소설 부문 차상
2013년 광명시 전국신인문학상 수설 부문 우수상
2014년 농촌 문학상 소설부문 우수상
2019년 장편소설 『문노』 출간
2022년 장편소설 『그 사람이 있는 곳』 출간
2023년 경기도문화재단 출간기금 수혜자로 선정
2023년 창작소설집 『들마루』 출간
2025년 수필집 『전복밭의 연등』 출간

현 한국문인협회 회원
현 동서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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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제비 본 지가 꽤 됐다. 대도시라 그러려니 했는데 TV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보니 농촌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과다한 농약 살포로 먹이가 줄어든 데다 농약 먹은 벌레를 먹고 무정란을 낳거나 부화율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사람들의 냉대였다. 날아드는 제비를 보고 겁을 주어 내쫓는가 하면 제비집 터를 뜯어내고 행여 다시 지을까 봐 헝겊으로 덮어 놓았다. 제비의 배설물이 집안을 더럽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비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는 집을 짓지 않는다는데 어찌 그리 모질 수 있는지 TV를 보면서 나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내게는 제비에 대한 남다른 기억이 있다.

결혼하고 몇 년 안 돼 동두천에서 살 때 일이다.
그때 우리는 아홉 가구가 사는 집에 세 들어 살았다. 넓은 마당 중간에 담이 있어 한쪽의 네 가구만 사는 줄 알고 얻은 것이다. 가구 수가 많다 보니 전기세로 입씨름이 많아 집주인은 가구마다 전기 계량기를 각각 달아 놓았다.

봄이 되자 제비 한 쌍이 날아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네 집 처마 밑에 집짓기를 바랐다. 아마도 가난한 살림 탓에 흥부네 같은 기적을 바랐으리라. 이미 제비 집터가 있거나 제비가 집짓기 좋게 판자를 대 준 집은 당연히 자기네 집으로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집 저집 처마 밑을 살피고 난 제비 부부는 모두의 예상을 빗기고 가장 좁고 불편한 우리 집 전기 계량기 위에다 집터를 잡았다. 무척 섭섭해하는 사람도 있고 그 옹색한 곳에 집을 짓는 제비의 행동을 무슨 곡절이 있는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들처럼 제비가 우리 집에 집짓기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부러운 시선이 싫지는 않았다.

얼마 후, 다섯 마리의 새끼제비가 부화했다.
먹이를 물고 오는 어미를 향해 한껏 목을 늘리며 자지러질 듯 내지르는 새끼들의 지저귐은 삶의 진한 생동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늘 옹색한 집이 불안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날 필사적인 먹이다툼을 벌이던 새끼 한 마리가 땅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아직 솜털 속에 눈알만 불거진 새끼의 죽음은 어떤 불길함을 예고하는 듯 섬뜩했다. 이태 전 시댁에 살 때 일이 떠올랐다.

그때도 처음엔 한 쌍의 제비가 날아들었다.
그들은 전부터 있던 집에 윗부분만 조금 더 쌓아 신방을 차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한 마리가 더 날아와 빨랫줄에 앉아 있곤 하는 게 아닌가. 동무려니 했는데 하루는 무서운 싸움이 벌어졌다. 한 마리는 집에 앉아 있고, 두 마리가 빨랫줄에 앉아 아주 요란하게 지저귀고 있었다. 둘은 마치 독기 오른 아낙의 악다구니 쓰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그러기를 얼마 후, 말로는 안 되겠던지 나중엔 육탄전을 벌였다.
처음부터 기세가 등등했던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를 땅바닥에 쓰러뜨리고는 짓누르듯 마구 쪼아댔다. 아무래도 열세에 놓인 제비가 위태로워 보여 나는 다급하게 아랫방 할머니를 불렀다. 낮잠에서 깨어 방문을 여는 할머니에게 “제비 죽어요!” 하고 소리치며 제비를 가리켰다. 그제야 땅바닥에 엉겨 붙은 제비를 보며 화들짝 놀란 할머니는 엉겁결에 고무신 한 짝을 집어 던졌다. 고무신짝에 비껴 맞고서야 공격을 하던 제비는 몸을 떼어 빨랫줄에 앉았다. 앉아서도 분이 안 풀리는지 연신 “까르르 꼬르르” 집에 앉아 있는 제비를 향해 지껄여 댔다. 그사이 밑에 깔렸던 제비는 몇 번 날갯짓을 해보며 몸을 추스르더니 있는 힘을 다해 집 밖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싸우다 빨랫줄에 앉아 있던 제비도 놓칠세라 쏜살같이 쫓아 날아갔다. 그 기세가 얼마나 무섭던지 죽이러 쫓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집에 앉아 있는 제비를 가리키며 필시 저놈이 첩을 얻은 거라고 했다. 제비는 절대 첩 꼴을 못 본다며 오래전 고향집에서 본 일을 들려주었다.

그해에는 세 마리의 제비가 날아들었단다.
그런대로 집을 짓고 알도 낳고 부화까지 해서 잘 사는가 했는데 어느 날 새끼가 모두 죽었다. 살펴보니 새끼 입속에 작은 나뭇가지 같은 것이 잔뜩 채워져 있더란다. 첩이 그랬는지 본처가 그랬는지 못 먹을 것을 일부러 물어다 먹였다는 것이다. 그 후 한 마리는 날아가고 두 마리만 남았는데 더는 알을 못 낳고 여름을 나더라는 얘기였다.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뒤쫓아갔던 제비가 돌아왔다.
빨랫줄에 앉아 있는 모습이 큰일을 끝낸 후 평정을 찾으려고 심호흡을 하는 듯 당차 보였다. 쫓겨간 제비의 생사가 궁금했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으니 알 수는 없었다. 그 일 이후, 제비 내외는 결국 알을 낳지 못하고 여름을 나고 갔다. 당시 아이가 없어 늘 애태우던 나는 둘이서만 살다 간 빈 제비집을 바라보며 동병상련의 깊은 서글픔에 잠겼었다.

그런 기억과 함께 새끼제비의 죽음은 며칠을 두고 마음을 우울하게 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남은 네 마리의 새끼가 그 좁은 집에서 아슬아슬 곡예를 하듯 잘 자라는 것이었다.
--- 「제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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