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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2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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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아의 여정
해설 | 아웃사이더의 시선으로 본 주변부의 삶
윌리엄 트레버 연보
저자 소개
저자 : 윌리엄 트레버
1928년 아일랜드 코크 카운티 미첼스타운에서 태어났다. 트리니티대학교에 진학해 역사학을 전공했다. 역사 교사로 재직하며 조각가로 활동하다가 1954년 영국으로 이주했다. 1958년 첫 소설 『행동 규범』을 발표했다. 1964년 발표한 두번째 소설 『동창생들』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얻고 호손덴상을 수상한 뒤, 거처를 영국 남서부의 데번으로 옮기고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휫브레드상, 오헨리상, 래넌상, 왕립문화협회상, 데이비드 코언 상, 아이리시 펜 상 등을 받았다. 2016년 88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역자 : 박찬원
연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공부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을 전공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프레니와 주이』 『작은 것들의 신』 『나는 말랄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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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1994년 휫브레드상
★ 1994년 <선데이 익스프레스> 올해의 책

아웃사이더의 시선을 가진 예리한 관찰자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 빛을 비추는 작가 윌리엄 트레버

섬세한 유머와 너른 연민이 깃든 작품들로 전 세계 작가들의 존경을 받아온 윌리엄 트레버. 왕성한 집필활동으로 단편소설과 장편소설 및 희곡, 논픽션, 아동문학 등 장르를 넘나들며 백 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한 그는 휫브레드상, 오헨리상, 래넌상, 왕립문화협회상, 데이비드 코언 상, 아이리시 펜 상 등 다양한 문학상을 받았고 부커상 후보에 수차례 올랐으며 생전에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다.
본명은 윌리엄 트레버 콕스로, 1928년 5월 24일 아일랜드 코크 카운티 미첼스타운의 프로테스탄트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은행 간부인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자주 학교를 옮겨다니다가 마침내 더블린의 기숙학교 세인트컬럼바스 칼리지에서 안정된 고등과정 교육을 받았다. 트레버는 그곳의 교사이자 조각가인 오신 켈리에게 조형예술을 배우며 조각가의 꿈을 키워나갔다. 이후 트리니티대학교에 진학해 역사학을 전공했고, 졸업한 뒤에는 역사 교사로 재직하며 트레버 콕스라는 이름의 조각가로도 활동했다. 아일랜드의 경기침체로 일하던 학교가 문을 닫자 1954년 영국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미술 교사로 일하며 조각 작업을 이어가던 중 점차 자신의 작품이 사람의 이야기가 결여된 추상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십대 시절 품었던 또다른 열정인 글쓰기로 관심을 옮긴다. 1958년 첫 소설 『행동 규범』을 출간했으나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이어 1964년 발표한 두번째 소설 『동창생들』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얻고 호손덴상을 수상한 뒤, 거처를 영국 남서부의 데번으로 옮기고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2016년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글쓰기에 전념해 다양한 작품을 남겼고, 그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77년 대영제국 커맨더 훈장(CBE)을 수훈하고 2002년 명예 기사 작위(KBE)를 받았다.
트레버는 스스로 말했듯 “사람에게 관심이 많아서 사람들이 왜,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어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프로테스탄트 집안의 자녀로 태어난 점, 어린 시절 학교를 열 곳 넘게 옮겨다니며 겪은 소외감, 아일랜드를 떠나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영국에 머물며 자연스레 체득한 이방인의 감각은 그가 세상의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려내는 데 든든한 토양이 되었다. 트레버는 일반적으로 괴짜, 외톨이로 여겨질 만한 인물의 심리에 관심을 기울였고, 제임스 조이스와 찰스 디킨스로부터 받은 영향을 유감없이 발휘해 이러한 인물들의 모습과 삶의 아이러니를 예리하게 묘파해냈다.

“태어나자마자 우연히 세상의 가장자리에 있게 된 것이 행운이었다. 소수자에 속하는 존재로 태어났기에 내 삶은 평생 시들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발견한 삶의 아이러니와
바스러진 희망을 관조하는 고요한 시선 그리고 부드러운 매만짐

1994년 발표한 『펠리시아의 여정』은 트레버의 대표 장편소설로 꼽힌다. 다른 저작들에서 보여주었던 “모든 강점을 고수하며, 이전까지 보여준 적 없던 서사적 긴장감을 선보인” 걸작이다. 출간되자마자 평단과 독자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트레버는 “이 작품을 통해 스릴러를 높은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면서 새로운 팬을 또 한번 숱하게 양성해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출신 소녀 펠리시아가 여정을 떠나는 서사를 중심으로 하나, 문학에서 전통적으로 기대되는 이야기, 즉 미성숙한 주인공이 길을 떠남으로써 비로소 성숙에 가닿거나 깨달음을 얻는 종류의 이야기는 아니다. 펠리시아 역시 홀로 여정에 오르며 이런저런 일들을 겪지만 독자의 예상이나 바람과는 다른 방향이다. 펠리시아는 남자친구 조니를 찾기 위해 영국행 배에 몸을 싣는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보수적이고 엄격한 아버지와 오빠들, 백 세에 가까운 증조할머니와 함께 살던 집을 뒤로하고 떠나온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조니와 재회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그러나 낯선 나라의 산업 단지를 하염없이 거닐며 사람들에게 묻고 다니는 일은 녹록지 않다. 아일랜드와 억양이 다른 까닭에 사람들이 여러 번 되풀이해 말해줘도 이해하기 어려워 때로는 포기하게 된다. 그러던 중 힐디치라는 한 중년 남성과 마주치는데, 그가 선뜻 그녀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한다. 공장의 구내식당 매니저로 일한다는 그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사람으로 상냥하고 친절하다. 조심성 많은 펠리시아는 처음에는 그를 경계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호의에 감사하는 마음이 커진다. 한편 힐디치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어서 그는 “홀로 있을 때면 종종 내면 깊이 존재하는 다른, 더 어두운 면에 가닿곤 한다(19쪽).” 펠리시아는 도시를 헤매고 다니며 예상치 못한 여러 인물과 함께하게 되는데, 저마다 슬픈 사연을 하나씩 지니고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괴로워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소설 속에서 만나고, 충돌하고, 엇갈린다.
트레버는 사람들이 나쁜 의도를 지니고 행동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관찰한 바 삶에서 대부분의 사건은 우연히 일어났다. 기차를 놓쳤을 뿐인데 인생이 통째로 달라져버리는 식이었다. 펠리시아 역시 길에서 오랜만에 조니를 마주치고 황량한 미들랜드에서 낯선 사람 힐디치를 맞닥뜨리며 인생의 행로가 바뀐다.
작가는 도덕적인 판단이나 비난을 유보한 채 정확하고 공평한 눈으로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모든 인물을 바라본다. 이에 더해 주인공 한 명의 이야기에만 집중하지 않고 여러 인물에게 동등한 중요성을 부여함으로써 다각도에서 인물과 사건을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그의 지혜롭고 자비로운 시선으로 재창조된 세계에서는 사회의 주변부에 놓인 사람들이 꿈꾸는 대안의 삶, 결점 많고 악한 사람의 내면 깊숙한 곳에 내재한 상처가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 트레버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인간과 삶의 심연을 탐구하면서도 결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순간 거기 있다가 바로 다음 순간 사라지는 희망, 위안의 조그만 부스러기라도 찾고 싶어 낙담한 가운데서도 손을 뻗(271쪽)”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 책은 선함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히며, “기이하게도 선은 우리가 악이라 부르는 것을 끔찍할 정도로 가까이에서 접한 후에야 눈에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여정의 끝에 이르러 우리는 두 뺨과 양손에 내려앉는 햇볕 한 줄기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주변에 감도는 인간의 선한 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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