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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기억 ___ 7
2 여행의 전날 ___ 15
3 가우리에서 태어나 가람에서 자란 아이 ___ 56
4 숨기려고 했던 것, 숨기려고 하지 않았던 것 ___ 76
5 초원의 아이가 초원에 간 날 ___ 105
6 환란의 이름은 ___ 148

작가의 말 167
저자 소개
저자 : 구한나리
2009년 일본 문부과학성 연수생 시절 〈신사의 밤(神社の夜)〉으로 유학생문학상에 입선했고, 2012년 장편 《아홉 개의 붓》으로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단편집 《전쟁은 끝났어요》 《교실 맨 앞줄》, 거울 중·단편선 《누나 노릇》 《그리고 문어가 나타났다》 《하얀색 음모》 《처음에는 프린세스가 될 예정이었다》 등에 참여했고 매드앤미러 시리즈 2권 《사라진 아내가 차려준 밥상》에 〈삼인상〉을 실었다. 문구단편집 《올리브색이 없으면 민트색도 괜찮아》를 출간했다.
한국SF어워드에서 2020, 2021 중·단편소설 부문 심사위원, 2022년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웹진 거울에서 독자우수단편 심사단을 맡으며 소설 필진으로 단편을 게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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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작가의 말

조금 불편한 이야기

이 이야기의 출발은 어느 날의 작가 모임 단톡 방이었습니다.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두서없이 하던 중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 마음 속에 언젠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어요. 재미있게 읽은 앤솔러지 이야기도 했고, 이런 주제의 앤솔러지 어떻냐고 말도 나누고. 10년 넘게 맘에 품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말도 나왔지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문득, 오래 전에 생각했던 이야기가 불쑥 떠올랐습니다. 역사가 수많은 갈림길을 지나 현대에 도달했을 테니, 그 시점 중의 어느 한 시점이 전혀 예상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면 현대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런 상상 중의 하나였습니다. 좀 많이 지나간 방향이었죠. 서구 문명이, 라틴어계를 뿌리로 하는 그 넓은 지역이 없었다면, 내가 살고 있는 현대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이런 상상이었거든요. 서구에서 발명된 물건이 존재하지 않은 채일까요. 아니면 지금 현대와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일까요.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1차대전과 2차대전이 모두 없고, 영어는 공용어가 아니고, 사물은 모두 고유어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하지만 그 세계에도 세계대전이 아닌 무언가의 고통이 세계를 강타한 적이 있을 겁니다. 그렇게 단톡 방에서의 실마리가 오래 전의 꿈을 건드리면서 저는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어요. 태블릿PC와 핸드폰과 드론과 헬기와 컴퓨터 등등은 비슷한 게 존재하지만, 그런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어떤 부분에서는 지금보다 더 발전해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이상적인 세계는 아닌 세계의 이야기를.
그리고 다음 날, 신기하게도 아작 출판사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런 우연을 좀 많이 좋아해요. 이야기를 써야겠다 마음먹은 다음 날 메일이 왔으니, 이건 이 이야기를 완성하라는 뜻이구나, 그렇게 아직 막연하게만 잡힌 세계의 이미지만을 가지고 저는 글을 쓰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세계를 만들고, 막연한 이미지를 가지고 단편을 써보니 좀 더 분명해졌습니다. 처음 태어난 건 경서랑과 남수아였고, 이 둘의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세계를 더 다듬어가면서 첫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첫 글은 여러분이 보신 글엔 없는 인물도 있고, 이야기의 흐름도 다르고, 결말도 달라요. 뭔가 고치고 싶은데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원고를 보냈고, 마음에 걸렸던 부분(인물이 많고 등등)과 함께 피드백이 와서, 처음부터 새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물을 줄이고, 3인 중심의 이야기가 되고, 두 나라의 모습은 조금 더 선명해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여섯 성의 구성이나 설정이 수정되고, 이야기도 바뀌고, 그렇게 크게 두 번을 고쳐 쓴 이야기가 지금의 〈여섯 성의 나라〉가 됐습니다. 그래서 꽤 오래 시간을 잡아먹고 말았습니다. 기다려주신 출판사 분들께는 송구한 마음입니다.
고치면서 염두에 둔 목표가 있어요. 안온하지 않은 이야기, 제가 지금까지 잘 쓰지 않았던 이야기, 좀 불편한 세계의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글을 써오는 동안 퍽 많이 들은 말이죠. ‘다정하고 따뜻한 이야기.’ 안온한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조금은 거기서 벗어난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조금 불편한 이야기라고 하면 될까요. 10대에서 20대까지의 청년들이 세계와 부딪히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를 써보자는 거였습니다. 부모님 밑에서 살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막연하게 느끼기만 하다가 실제로 가족의 품을 떠나서 살아가게 되는 시기에, 전혀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마주치고, 전혀 다른 세계를 접하면서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 이렇게 말하니까 조금 거창할까요. 사실 완벽한 세계가 없는 이상, 어른이 되면서 새로 알게 되는 것은 고전에서 말하듯 마치 알을 깨는 것과 같아서, 세계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 같은 경험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건 너무 두렵고, 도망치고 싶은 이야기인 경우도 있죠. 실체를 알 수 없는 진실이라는 건, 때로 최악을 상상하며 결코 알고 싶지 않다고 느끼게 되기도 하니까요.
지금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세계를 그려보려고 했기 때문에, 여섯 성의 나라인 가우리의 여섯 성의 풍습 중엔 낯선 것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대부분은 다 세계 어딘가 실제로 있었던 풍습입니다. 대부분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들이죠. (이런 풍습이나 기후를 보면서 여러분이 상상하는 나라가 있다면 아마 그 나라가 맞을 겁니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나라가 너무 나쁘게 그려진 게 아닌가 싶으시다면 아마 그 나라가 아닐 거예요.) 가우리는 넓은 대륙 안에 다양한 자연 환경이 있어서 그런 다양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렸습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했고 사람은 귀해서, 신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조장치도 자연스럽게 활용되는 세계지요. 시각장애인이 아니라 시각장애를 보조하는 장치를 쓰는 사람, 말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입력기와 출력기로 대화하는 사람. 그들이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사회예요. 그렇다고 가우리가 완벽한 나라인 건 아니고요. 누군가는 우리 성이 최고다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 고장에서의 풍습이 세계의 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른들이 다 어른스럽지도 않으니 각 성의 어른들끼리 사이가 나빠지기도 할 거고. 그렇게 가우리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을 겁니다. 가람도 그렇고요. 하시 문제도 폭탄처럼 안고 있고. 두 나라가 금방 사이가 좋아질 것 같지도 않아요. 20년마다 환란은 다시 일어날 거고, 다음 환란이 뭐가 될지 계속 두려워할 거고요. 적어도 다음 환란이 증오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두렵고 불편한 세계를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건 결국 사람들이죠. 절대로 완전하지 않은, 도망치기도 하고, 오해로 상처 입기도 하고, 외로워지기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바꾸어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가우리의 반여울, 경서랑, 남서아, 송이경, 가람의 이세목이 어른이 된 세계는 이 이야기가 그려낸 현재와는 조금 다를 거라고요.
참 오래 걸려서 이 이야기가 비로소 여러분들 앞에 닿았습니다. 제 전 글을 아시는 분들은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어쩌면 저다운 이야기라고 느끼실지도 모르겠네요. 저에게는 아주 긴 길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아주 잠깐 머물며 생각에 잠겨주시면, 제가 만든 불편함을 잠깐 생각해주신다면, 저는 참 기쁘겠습니다.

― 구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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