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그 어느 때보다 민간과 행정을 잇고 비영리활동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다. 중간에 위치하며 단순히 각 영역을 중개하기 보다는 민간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정책으로 만든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본의 비영리활동의 역사와 변화를 다룬 현장의 기록이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기점으로 재난 현장에서 다방면의 구호활동을 한 전국 중간지원조직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들은 시민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새로운 이슈를 발견하여 다른 지역과 공유하며 새로운 중간지원체계를 형성했다. 지역원탁회의와 아웃리치형 지원활동과 같은 새로운 형태는 앞으로 협동형 시민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좋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책 속에서
지역 과제 발견과 공유를 둘러싼 관계는 협동 관계로 진행되기 보다는 일방향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즉 사전에 행정이 일방적으로 정한 지역 과제를 그대로 NPO에 위탁하거나 거꾸로 NPO가 협동 제안형 사업이라고 제안한 과제가 그대로 협동사업으로 채택되버리는 식이다. 활동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채 지역의 잠재적 과제 발굴이나 수평적 논의구조 및 논의 공유 등은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협동 방법’의 하나인 위탁방식도 NPO에 위탁하는 것 자체가 협동이라는 식으로만 이해하여 정작 위탁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협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행정에서 민간에게 일방적으로 업무를 이관 위탁하는 것을 협동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 「1장」 중에서
1990년 전후 민간 연구네트워크들이 NPO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며 미국의 선례가 다수 소개되었다. 특히 ① 기반정비조직, ② 자원중개조직, ③ 경영지원조직의 3개 유형이 소개되었는데 이후에 자원중개조직이 ‘중간지원조직’으로 번역되어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미국에서 자원중개조직은 주로 자금을 중개하는 조직을 의미한다. 너무 표현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지역 지원조직은 경영 지원이나 기반 정비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중간’이라는 말보다 ‘중개’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 상황이다.
--- 「2장」 중에서
공간은 대실 공간(미팅룸), 인쇄기, 락커, 서류 캐비닛, 상담 카운터, 자유공간 등 요즘 일반적인 지원센터 공간과 같은 형태로서 그 원형을 제시했다. 동시에 시노는 지원 기능 원칙으로써 눈 앞에 보이는 시민활동 ‘단체’ 지원이 아니라 단체 ‘활동’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시민활동의 고객은 지원센터가 지원하는 단체활동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지원센터 이용자(단체)들은 센터를 이용하면서 문제의식을 품은 개인과 과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3년간 실시한 지역사회 고용창조사업도 시민활동단체와 그를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에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돈 뿌리기’나 ‘공적자금 소화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각 단체들은 기존 사업을 무비판적으로 실시?전개하는 상황이 되었다. 중간지원 기능의 일반화?정착화?경직화가 나타난 것이다. 공간 임대나 강좌만 제공한다면 공민관 등 기존 커뮤니티 관련 시설과 무엇이 다른가? 되려 지자체 재정 당국이 중간지원시설을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재편 대상에 포함하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중간지원시설의 경직화 문제는 다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중간지원 기능의 다양성 상실이다. 특히 운영 부문이 그러하다. 중간지원조직은 지역성과 인구 규모 등 각 조건에 따라 다양하다. 공립 중간지원시설은 기본적으로 시민 서비스를 위한 것이지만 그 안에 노하우를 가진 사람(NPO)이 있으면 뭔가 더 고도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행정보다 나은 독자적 능력을 실감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오히려 대부분은 지자체 협동정책의 상징처럼 이용되며 민간 운영주체=공립민영형 그 자체만 목적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지정관리자 운영이 이어지면서 특정 단체의 노하우만 축적되는 등 분권형?분산형 모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직면한 지역 현실에서 지역 문제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그 안에서 중간지원조직의 지원 기능도 다양해지고 전국 각각의 실천 활동 노하우가 좀 더 능동적으로 공유되어야 한다.
둘째, 중간지원 기능을 둘러싼 시민과 행정의 협동 문제이다. 기반 정비만 우선시하며 내실 있는 협동은 취약해진 부분도 있다. 조례, 지침 등 제도 정비와 함께 지원센터 설립이 곧 중간지원시설 정비가 되어 그 자체만으로 협동이 실현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중간시설인가이며 그 목적과 기능을 지역 실정과 시민 수요를 파악하며 협동형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지원시설 구상과 계획 단계에서 시민 참여(의견 표명 기회)가 있고 실시 단계에서도 서로 역할 분담과 시설 기능 수정을 위한 논의 등 행정, 운영주체 각각의 역할 재구축 등 협동 프로세스를 시행해야 한다.
--- 「3장」 중에서
NPO와 중간지원조직은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까. 일본 사회에서 NPO가 등장한 것은 사회 과제의 심각성 및 행정?기업?지역 영역의 기능 부족 때문이었다. 그러나 NPO의 과제해결 노력 과정에서 다방면의 적극적인 상호관계가 실현되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협동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조직과 지역사회의 약화?유동화도 진행되고 있다. 재정 행정 개혁의 임계점이 된 헤세 대합병(2004~2006년)으로 행정은 대폭 축소되어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 역량은 나날이 취약해졌다. 전국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여성회(부인회), 노인 클럽(장수회), 어린이회, 청년단의 축소와 해산, 자치회?마을회 운영 불가 등 지역 만들기를 지탱했던 단체의 힘도 약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확대 때문에 지역 활동 축소와 중단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최근에는 교류인구, 관계인구 등 커뮤니티 유동화를 추구하는 움직임도 있다. 그 속에서 NPO는 독자 영역의 활동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하나의 플레이어이자 당사자로 활동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문제는 NPO 담당자들이 그런 새로운 변화와 문제의식을 자각하고 있는가이다.
--- 「4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