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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트래핑의 필요 / 2부 숲속의 빛 / 3부 이모와 보내는 계절 / 4부 돌과 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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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강석희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소설집 『우리는 우리의 최선을』, 『내 마음 들키지 않게』, 장편소설 『꼬리와 파도』, 『내일의 피크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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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인분의 식사를 소화하는 삶에 도착하면 나는 달라져 있을까?
그렇게 한 다음에야 나는 1인분의 인간이 되는 걸까?”

소설 『녹색 광선』은 섭식 장애를 앓는 주인공 ‘연주’와 지체 장애를 가진 이모 ‘윤재’의 사연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연주는 특목고 입시에 실패한 후 입학한 일반고에서도 내신을 망치고, 헤어진 남자 친구가 퍼뜨린 소문에 시달리며 학교에서 모두와 거리를 두며 생활한다. 어느 새벽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쓸어 담듯이 삼키고 나면, 어린 시절 원인 불명의 고열에 시달리던 어느 날 눈앞에 놓인 뿌연 고깃국 국물과 외할아버지가 키우던 토끼 ‘솜이’의 앞니가 겹쳐지며 연주는 음식을 모조리 게워 낸다.
연주는 한때 가까웠으나 지금은 멀어져 버린 이모에게 몇 년 만에 연락한다. 재회한 두 사람은 어떠한 계기로 한 집에서 두 계절을 보내면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의 곁에 머문다. 장애를 가진 둘째 딸을 낳으며 하고 싶었던 일을 그만둬야 했던 할머니. 딸이 섭식 장애 환자라는 걸 알게 된 엄마와 가족에게조차 온전히 이해받을 수 없는 외로운 삶을 지나온 이모. 음식에 대한 충동을 조절할 수 없는 연주. 『녹색 광선』은 장애가 할머니?엄마/이모?연주로 이어지는 여성 삼대의 삶을 어떻게 관통했는지 섬세하게 드러낸다.

세상의 모든 비참이 내게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나를 즐겁게 하던 것은 금세 나를 괴롭혔다. 나를 괴롭게 만드는 것은 나를 쉽사리 중독시켰다. 나는 내게 자주 실망했다. 사실은 매일. 아니, 매 순간……. 그리고 남은 것은, 씹뱉과 먹토. 자주 생각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24면)

외롭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소설

『녹색 광선』의 주인공 연주는 자신을 오해하고 상처 주는 말을 일삼는 아이들을 겪으며 타인을 믿지 못하게 되고, 학교에서 고요하게 지낸다. 그런 연주에게 생활 트래핑 멤버들이 다가온다. 발등으로 여러 물건을 받아서 사뿐히 내려놓는 연습을 거듭하여 “뚝 떨어지는 기분과 한없이 가라앉는 마음까지 받아 내”는 것을 목표로 모인 혜영, 다해, 정연은 소문으로 사람을 판단해 버리는 아이들과는 달리, 다정하면서도 명랑하게 연주의 마음을 두드린다. 한편 연주는 산책길에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 ‘밤이’를 돌보기 위해 건강해지기로 마음먹지만, 회복은 있으나 완치는 없는 병으로 자퇴한다. 학교 밖 청소년이 된 연주의 곁에는 이모와 연주의 반려 돌을 번갈아 돌보는 세 아이가 있다.
평생 이모의 휠체어를 밀던 외할머니의 반대에도 결국 독립을 이룬 이모는 작은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일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며 살아간다. 윤재 이모의 집에서 머문 지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연주는 일주일에 두 번이었던 이모의 정기적인 외출이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떤 고통은 경험해야 이해할 수 있기에, 연주는 이모 대신 서 있던 투쟁의 자리에서 비로소 이모가 어떤 세상을 살아온 것인지 깨닫는다. 해가 뜨거나 질 때 운이 좋아야 수평선 너머로 볼 수 있는 ‘녹색 광선’처럼 연주와 이모 윤재,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마주할 미래에도 각자의 녹색 광선이 기다리고 있기를 응원하게 된다.

이지러진 얼굴. 욕을 하는 입. 조롱 가득한 웃음. 사진을 찍는 손. 차가운 렌즈. 그보다 더 싸늘한 눈빛. 경멸의 미간. (…) 내가 이모의 친구들과 온기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무인도처럼 그곳에 있었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 나는 이모가 일주일에 두 번, 어쩌면 매일, 아니 평생을 어떤 외로움 속에 보냈는지 조금이나마 체감했다. (157면)

저자의 말

연주와 이모의 이야기를 알아 가는 데는 많은 시간과 고생이 필요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처음 이 소설을 쓰던 때의 생각으로 자주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아내가 가족들과 다녀왔던 2019년의 여행기에서 시작되었고, 그 이야기 속에는 휠체어를 탄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그는 평상시에 쉽게 가기 힘든 숲과 산에서 꼭 보고 싶었던 무언가를 발견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날의 기억을 들려주는 아내의 얼굴이 해사하여, 아내 또한 꼭 보고 싶었던 순간 하나를 보고 온 것 같아서, 저 역시 마음에 품게 되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을 경유하는 동안 제게 그 이야기는 ‘돌봄’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함께 떠오르는 중요한 장면이 되었고, 행복하게 품을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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