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그러니 알타이르, 새장을 열어두세요
말을 갓 배운 꽃 한 송이 동봉하며 안부를 보내요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월간 『시인동네』에 연재했던 「행성표류기」 열두 편에 미발표분 원고 한 편을 더해 책이 되었습니다. 머리마다 표류 일자를 숫자로 남긴 꼭지들은 때때로 표류기의 형식이었다가, 편지의 말씨였다가, 일기처럼 내밀하고 시의 운율을 타기도 하며 끊어질 듯 끊이지 않습니다. 무한 기호(∞)를 단 어느 조각들에서는 그의 아름다운 모성, 지구에서의 여행기를 만나기도 합니다.
‘블랙홀양피지’를 통해 행성에서 행성으로 여행하는 ‘나’는 장마다 하나의 별자리를 경유합니다. 4월부터 시작해 한 달에 한 별자리씩 그 무렵 가장 빛나는 성좌를 택했으니, 열세 행성을 지나는 동안 계절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봄 끝에 이르는 셈입니다. 책에서는 황도 12궁이라 불리는 익숙한 별자리뿐 아니라 삼각형자리, 컵자리 같은 생소한 별자리들을 지나기도 합니다. 바람개비 은하에 잘려 외로운 삼각형자리에서 ‘나’는 밀어주는 사람 없이 그네를 탑니다. 그네를 태워주는 건 떠나라는 뜻인지 돌아오라는 뜻인지 모르겠지만 왔다갔다 하는 패턴에서 이마로는 외로움이 무릎으로는 밤이 스며듭니다. 몸에 붙은 감정을 게워내며 하늘의 체온을 안고 양자리의 양을 헤아립니다. 땅에 닿자마자 숨을 갖는 신비로운 언어들을 소유한 그는 추상명사가 자라는 땅 위에서 누군가에게 당도하기 위한 편지를 계속 써낼 것입니다
영혼이 순환하는 쉼터에서
오래지 않아 만나게 될 나의 반려, 안녕
“여긴 여름이야, 거긴 어때?” 시인의 시비에 그의 시를 빌려 새긴 인사말입니다. 매년 시인의 기일에는 제자들이 ‘올리브행성의희준과아이들’이란 이름으로 시인의 시비 앞에 모입니다. 시인이 행성의 주소를 남기지 않았기에 놀러갈 수는 없지만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시인의 올리브 동산에는 그가 아끼는 모든 것이 그를 사랑하고 있을 것입니다. 벚꽃의 분홍, 유채의 노랑, 산하엽의 하얀 투명함 두루 지나,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뒤에 놓인 올리브 동산 지나, 생전 시인의 목소리를 옮겨와 「끝나지 않은 말」로 담았습니다. 하나의 별, 하나의 세계를 담은 맺음이자 닫히지 않는 이야기. 시인이 보내는 안녕이라는 인사에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할 수밖에 없는, 그렇게 영원히 끝나지 않을 별자리들의 이야기.
희준의 별자리는 옆자리다. 옆자리를 항상 내어주고는 함께 보자고 말한다. 옆자리는 있을 때 이야기를 보온하고, 없을 때 더욱 빛이 난다. 나는 이 옆자리라는 별을 관측하기 위해 그가 영혼을 부딪치며 만난 이 이야기를 계속 읽는다. 함께 해찰할 수 있어 좋았다고, 각자 본 것을 잊지 말고 언젠가 서로에게 말해주자고 약속한다.
―서윤후(시인) 발문「천칭자리는 옆자리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