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강한 모습 이면의 크고 작은 상처
경찰은 까다로운 업무를 하는 직종으로
그들에게는 심리적인 힘과 자원이 있다
마음동행센터를 이용하는 경찰관 수는 매년 늘고 있지만 전체 경찰관 인원에 비하면 이용 인원은 물론 상담 인력이 적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강인한 경찰관이라는 직업적 정체성, 경직된 조직문화, 낙인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여전히 상담이나 치료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경찰관도 여전히 많을 것이다. 《우리 곁의 경찰관》은 업무로 인한 정신적 상처와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정작 심리 안정을 위한 상담을 받지 못하거나 심리 안정이 필요한 경찰관들을 위한 책이다.
경찰관들을 만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강한 모습 이면에 크고 작은 상처와 부드러운 부분이 있음을 발견한다. 때로 상처가 클수록 더 강한 모습으로 무장하기도 하는데, 표면의 딱딱한 갑옷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시도다. 상담으로 만난 모든 경찰관이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그들은 대부분 책임감이 강했고, 때로는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더 걱정한다.
마음동행센터 송지연 책임상담사가 쓴
경찰관의 마음 건강을 위한 심리 상담
경찰관은 까다로운 업무를 하는 사람들로 심리적인 힘과 자원이 있다. 그런데 법적 문제, 생사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다른 직종의 사람들과 그 일에 관한 이야기를 잘 나누기 어렵다. 일에서는 개인의 감정을 억눌러야 하므로 남들과 감정을 나누기는 더 어렵다. 그런 경찰관에게 심리상담사는 끔찍한 이야기나 고통과 압도감을 안정적으로 나눌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직업적 특성을 이해받는다고 느끼면 치료적 동맹을 맺고 마음을 열 가능성이 커진다. 경찰관 심리 상담을 다룬 이 책으로 고통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나누고, 그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가려져 있던 개인 안의 고유한 가치, 의미와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책 속에서
경찰관들은 참사 앞에서 “경찰관이라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강인해야 한다.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피해자나 유족에 비하면 나의 어려움은 별 것 아니다. 드러내면 안 된다”라는 등 주관적인 고통을 지나치게 개인화하고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기 쉽다. 물론 직업적인 책임감, 스스로 이겨내고자 하는 통제감과 같은 특성이 어려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할 때는 이 때문에 주변 사람이나 전문가와 마음을 나누고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 _ p.79
이미 사건이 일어난 후에 돌아볼 때는 그때 대처할 수 있었던 것들을 떠올릴지 모른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어서 제한된 정보 속에서 대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설령 무언가를 놓쳤다고 해도 개인의 잘못으로만 보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 잘못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_ p.94
상처 입은 마음을 계속 모른 체하거나 억지로 눌러 두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조직에서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각의 역할을 맡는 것과 비슷하다. 청소하는 사람, 기계를 관리하는 사람, 마케팅 업무를 보는 사람,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마다 맡은 역할은 달라도 결국 그 조직을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공통의 목표다. 마음의 여러 부분도 결국은 나라는 사람이 잘 기능하고 적응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한 부분도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일 없이 전체적으로 힘을 합친다면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_ p.110
상담을 청하는 경찰관들 중에는 힘들다고 하면 윗선에 찍힐까 봐, 동료들이 안 좋게 생각할까 봐 말조차 꺼내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일 힘들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것은 좋지 않겠지만, 자신의 한계를 인식해서 표현하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조직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 막상 말하고 보니 업무를 조정하거나, 우선순위를 다시 찾거나, 부서를 이동하거나 등등 방법이 있더라고 말한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니까 말하지 않고 참다가 동료에게 털어놓았더니 자신도 그렇다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자체로 도움이 되었고, 상담에도 올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_ p.174
상담실을 찾는 경찰관들에게 자주 발견되는 적응 전략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완벽주의 전략, 외부에 강하게 보이고 틈을 주지 않는 방어태세 전략이다. 직업적 판단으로 누군가를 처벌하는 일, 법을 다루는 일을 하는 까닭에 명확하고 세심한 일 처리를 강조한다. _ p.194
경찰에 부여되는 역할과 그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요건들 때문에 치료를 멀리할 수도 있다.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범죄자를 검거하고 조사하는 일을 하며 무기를 소지하기 때문에 경찰관은 강인해야 하고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인함과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심리적 문제를 겪는다는 것은 약하다는 것으로 인식되어 경찰 업무를 하지 못할 것이라 여길 수 있다. 파트너와 나는 서로를 백업해주고 보호해줘야 하는데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불안하게 느낄 수도 있다. _ p.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