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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序)
물, 황천(黃泉)
길, 명도(冥途)
들, 묘지(墓地)
뫼, 망산(邙山)
숲, 신림(神林)
늪, 윤해(輪海)
종(終)

발문_삶으로의 긴 여로_박혜진(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강성봉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원주에서 자랐다. 장편소설 《카지노 베이비》로 제2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성스럽고 잊힌 공간들, 아픈 역사가 있는 장소들과 슬픔을 달래주는 장소들이 소설 속에 녹아들어 있다. 지리산 아래는 두 번 찾아갔다. 처음엔 둘이서, 나중엔 혼자서. 어둠 속에서 새까만 산을 노려보고 있을 때 어떤 노래가 내 안으로 흘러들었다. “힘들어도 어쩌겠나, 눈물 나도 어쩌겠나, 애들이 가자는데 어쩌겠나.” 그 노래가 끝내 나를 진도로 이끌었고, 소설의 마지막 장은 그곳에서 쓰였다. 내게 소설 쓰기는 여정(旅程)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격렬한 어떤 것이다. 그럼에도 여정이라 부르고 싶은 건, 함께 떠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감사드린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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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야기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것만은 피하기 위해서”
어둠과 침묵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 금기를 깨뜨리며 탈주하다

《파사주》는 벽돌집 아이들의 탈출과 그 이후를 따뜻한 시선으로 뒤쫓는 소설이다. 믿음과 소망을 심어주는 어른들의 말이 실은 세뇌와 착취의 말이었음을 유림과 해수의 여정을 따라 밝혀간다. 벽돌집에서 유림과 해수는 지독한 괴롭힘의 대상이었다. 해수는 밤마다 야구 놀이를 빙자해 다른 아이들이 던지는 공을 맞아야 했고 유림은 고통에 신음하는 해수를 보며 억지로 박수 쳐야 했다. 그것은 두 아이가 벽돌집의 절대 권력인 아버지 선생님의 심기를 거스른 탓이다. 한 달에 한 번, 벽돌집 아이들은 무대에 올라 아버지 선생님 앞에서 저지른 죄를 고백해야 했다. 회개하고 용서받고 다시 회개하고 용서받으며 ‘하나의말씀’의 교리에 따르고 순종해야 했다. 그렇지만 해수는 죄를 고백하기는커녕 이에 맞서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유림은 그런 해수의 용기에 동조하고 만다. 그 결과 둘은 벽돌집을 탈출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된 것이다.

유림은 꼭 무덤에서 살아 나온 송장 같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들이 빠져나온 건 무덤이 아니라 벽돌집이었으니까. 죽지 않고 여기에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 유림은 그림자 속에서 나온 해수의 손을 마주 잡고 약속했다. 진짜로 죽기 전에는 먼저 죽지 않겠다고.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_55쪽

그렇게 시작된 여정은 얼핏 보면 크나큰 사고나 위험 없이 흘러가는 듯하다. 하지만 유림과 해수가 여행 중 거듭 회상하고 진술하는 이야기들 속에는 두 아이가 견딘 괴롭힘 이상의 끔찍한 비극이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벽돌집 같은 보육원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전국에 일곱 개나 된다는 것, 그곳의 아이들은 모두 유림과 해수처럼 ‘하나의말씀’에 따라 교육받고 노동하며 거의 노예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벽돌집 아이들이 모두 아버지 선생님의 자식이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무대 아래에서 유림은 생각한다. 화면 속 아버지 선생님의 얼굴이 신도들 얼굴과 닮았다고. 아이들의 얼굴과 닮았다고. 좁은 이마와 찢어진 눈매, 뭉툭한 코와 작은 입. 거울을 보면 해수 얼굴이 떠오르고, 아버지 선생님 얼굴이 겹친다. 그건 헛것이 아니다. _249쪽

벽돌집은 아버지 선생님이 신도들을 강간하여 낳은 자식들을 양육하는 시설로 서사 말미에 이르면 회개 시간에 이를 언급한 해수는 벽돌집을 운영하는 어른들에게 끔찍한 폭력을 당했음이 밝혀지는데…… 과연 두 아이의 여정은 어떠한 결말에 이르게 될 것인가.

성장소설을 뛰어넘는 성장소설의 탄생
고난의 길을 거쳐 비로소 완수한 애도의 이야기

유림은 여행 내내 배낭 안에 ‘R’을 가지고 다닌다. 은박지에 싼 계란처럼 동그란 그것을 시시때때로 끌어안고 위로받는다. R은 유림과 해수의 여정에서 수시로 등장하며 가끔은 도박판에 올려두는 ‘가장 소중한 것’으로, 신당 안의 신주를 열기 위한 ‘열쇠’로도 역할한다. 그리고 두 아이가 더는 나아갈 수 없는 바다에 이르렀을 때 마침내 본래의 쓰임을 다한다.
이렇듯 《파사주》는 두 아이가 기나긴 여정을 거쳐 일종의 애도를 완수하며 끝을 맺는다. 비밀을 품은 고난의 길이 결국에는 인간의 성장을 위한 여로였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파사주》는 서정적이고 암시적인 대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캐릭터, 신비롭고 환상적인 공간 묘사 등을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사이비 종교 시설로 인한 사회적 문제와 윤리적 이슈에 관한 날카로운 질문도 던진다. 무엇보다 비선형적 구조의 이 소설은 에필로그 격인 〈종(終)〉 장에서 벽돌집을 벗어나기 직전의 유림과 해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순서상 가장 먼저 일어난 일을 이야기의 가장 마지막에 배치함으로써 어쩌면 둘의 여정이 끝나지 않고 순환하며 지속될 여지를 남긴다. 그러므로 《파사주》는 비참을 이겨내고 종내 스스로 삶을 치유하며 연장해가는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다. 사납고 무정한 현실 속에서도 타인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로 뭉근한 위로와 희망의 빛을 전한다.

불빛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림이 걸음을 멈추지 않은 건 이 길이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언젠가는 끝이 보일 터널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계속 걷다 보면 환한 빛을 마주하리라는 작은 희망이 유림의 발걸음을 앞으로 이끌었다. _171쪽


침묵과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의 피폐함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들을 이용하는 어른들의 교활함과 잔인함, 그리고 무심함일 것이다. ‘하나의말씀’이 교활하고 잔인하며 무심한 사회에 대한 알레고리로 충분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계속 걷다 보면 환한 빛을 마주하리라는 작은 희망이 아이들의 발걸음을 계속 앞으로 이끈다. 아이들은 친구, 즉 타인이라는 통로를 통해 자기 운명에 참전한다. _박혜진(문학평론가)

“이야기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것만은 피하기 위해서”
어둠과 침묵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 금기를 깨뜨리며 탈주하다

《파사주》는 벽돌집 아이들의 탈출과 그 이후를 따뜻한 시선으로 뒤쫓는 소설이다. 믿음과 소망을 심어주는 어른들의 말이 실은 세뇌와 착취의 말이었음을 유림과 해수의 여정을 따라 밝혀간다. 벽돌집에서 유림과 해수는 지독한 괴롭힘의 대상이었다. 해수는 밤마다 야구 놀이를 빙자해 다른 아이들이 던지는 공을 맞아야 했고 유림은 고통에 신음하는 해수를 보며 억지로 박수 쳐야 했다. 그것은 두 아이가 벽돌집의 절대 권력인 아버지 선생님의 심기를 거스른 탓이다. 한 달에 한 번, 벽돌집 아이들은 무대에 올라 아버지 선생님 앞에서 저지른 죄를 고백해야 했다. 회개하고 용서받고 다시 회개하고 용서받으며 ‘하나의말씀’의 교리에 따르고 순종해야 했다. 그렇지만 해수는 죄를 고백하기는커녕 이에 맞서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유림은 그런 해수의 용기에 동조하고 만다. 그 결과 둘은 벽돌집을 탈출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된 것이다.

유림은 꼭 무덤에서 살아 나온 송장 같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들이 빠져나온 건 무덤이 아니라 벽돌집이었으니까. 죽지 않고 여기에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 유림은 그림자 속에서 나온 해수의 손을 마주 잡고 약속했다. 진짜로 죽기 전에는 먼저 죽지 않겠다고.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_55쪽

그렇게 시작된 여정은 얼핏 보면 크나큰 사고나 위험 없이 흘러가는 듯하다. 하지만 유림과 해수가 여행 중 거듭 회상하고 진술하는 이야기들 속에는 두 아이가 견딘 괴롭힘 이상의 끔찍한 비극이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벽돌집 같은 보육원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전국에 일곱 개나 된다는 것, 그곳의 아이들은 모두 유림과 해수처럼 ‘하나의말씀’에 따라 교육받고 노동하며 거의 노예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벽돌집 아이들이 모두 아버지 선생님의 자식이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무대 아래에서 유림은 생각한다. 화면 속 아버지 선생님의 얼굴이 신도들 얼굴과 닮았다고. 아이들의 얼굴과 닮았다고. 좁은 이마와 찢어진 눈매, 뭉툭한 코와 작은 입. 거울을 보면 해수 얼굴이 떠오르고, 아버지 선생님 얼굴이 겹친다. 그건 헛것이 아니다. _249쪽

벽돌집은 아버지 선생님이 신도들을 강간하여 낳은 자식들을 양육하는 시설로 서사 말미에 이르면 회개 시간에 이를 언급한 해수는 벽돌집을 운영하는 어른들에게 끔찍한 폭력을 당했음이 밝혀지는데…… 과연 두 아이의 여정은 어떠한 결말에 이르게 될 것인가.

성장소설을 뛰어넘는 성장소설의 탄생
고난의 길을 거쳐 비로소 완수한 애도의 이야기

유림은 여행 내내 배낭 안에 ‘R’을 가지고 다닌다. 은박지에 싼 계란처럼 동그란 그것을 시시때때로 끌어안고 위로받는다. R은 유림과 해수의 여정에서 수시로 등장하며 가끔은 도박판에 올려두는 ‘가장 소중한 것’으로, 신당 안의 신주를 열기 위한 ‘열쇠’로도 역할한다. 그리고 두 아이가 더는 나아갈 수 없는 바다에 이르렀을 때 마침내 본래의 쓰임을 다한다.
이렇듯 《파사주》는 두 아이가 기나긴 여정을 거쳐 일종의 애도를 완수하며 끝을 맺는다. 비밀을 품은 고난의 길이 결국에는 인간의 성장을 위한 여로였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파사주》는 서정적이고 암시적인 대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캐릭터, 신비롭고 환상적인 공간 묘사 등을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사이비 종교 시설로 인한 사회적 문제와 윤리적 이슈에 관한 날카로운 질문도 던진다. 무엇보다 비선형적 구조의 이 소설은 에필로그 격인 〈종(終)〉 장에서 벽돌집을 벗어나기 직전의 유림과 해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순서상 가장 먼저 일어난 일을 이야기의 가장 마지막에 배치함으로써 어쩌면 둘의 여정이 끝나지 않고 순환하며 지속될 여지를 남긴다. 그러므로 《파사주》는 비참을 이겨내고 종내 스스로 삶을 치유하며 연장해가는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다. 사납고 무정한 현실 속에서도 타인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로 뭉근한 위로와 희망의 빛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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