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옛날 지도는 순박하다.
너른 땅에 집은 드문드문, 길은 구불구불, 동양화 같다.
손으로 일일이 그렸기에 선은 삐뚤빼뚤, 글씨는 올망졸망, 아날로그 극치다.
한참 들여다보노라면 보는 사람까지 순박해진다. 힐링이 따로 없다.
옛날 지도를 보는 일은 살갑다. 지금 쓰는 지명이 보일 때는 특히 그렇다.
‘아, 이 이름을 그 옛날에도 썼구나!’ 신기하면서 경건해진다.
남들은 모르는 무슨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뿌듯하기도 하다.
부산의 옛날 지도도 그렇다. 지명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바닷가 테두리는 달라졌을망정 중심부며 속내는 그때 그대로다.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어머니가 살 맞대고 부대끼며 살던
그 옛날 부산의 속내는 끝도 없이 깊다.
책 속에서
알면 알수록 동글동글하고 몽실몽실한 부산
“9시 뉴스를 보다가 부산 뉴스 시간이 되면 채널을 돌립니다.”
언젠가 북토크 행사에서 들은 말이다. 타지 출신 부산 소설가의 신간 북토크였다. 웃자고 툭 던진 말이었겠지만 듣기가 불편했다. 나는 부산 뉴스를 찾아서 보는 편이었다.
그럴 순 있겠다 싶었다. 그 소설가는 타지에서 나서 타지에서 줄곧 지냈다. 몸은 여기 있어도 마음은 저기 둘 수도 있는 일이었다. 배경의 문제였고 관점의 문제였다. 결국은 애정의 문제였다. 부산에 대한 애정!
부산에 더 다가갔다. 의무감 같은 것은 아니었다. 사명감 같은 것은 더더구나 아니었다. 알면 알수록 부산이 재미가 있었다. 알면 알수록 동글동글하고 몽실몽실했다. 그 재미에 푹 빠져서 여기까지 왔다.
부산은 그랬다. 해안선이 둥글고 길이 둥글며 심지어 집까지 둥글었다. 거기 살던 사람인들 안 그랬을까. 심성이 둥글어서 모질지 못했다. 잘 퍼줬고 잘 받아들였다. 한국동란 피란민을 대했던 부산의 마음이 그랬다. 내 선친이 이북 피란민이었다.
빚 갚는다는 마음도 있었다. 어쩌면, 재미보단 그 마음이 컸다. 내가 나고 자란 부산이었다. 빚 갚는다는 마음이 의무감이고 사명감이라면 굳이 변명은 하지 않겠다. 아무튼 이런저런 그런 마음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고마울 따름이다. 이 책이 나오도록 마음을 보탠 분들. 비만 보면 좋다는 〈비온후〉출판사 김철진 대표를 비롯해 부산의 고개, 부산의 비석, 그리고 이 책까지 출판을 지원한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사진이며 자료며 교정까지 보탬과 수고를 아끼지 않은 분들.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이 책이 어찌 나오랴 싶다. 큰 덕을 입었다. 재삼재사 큰절을 드린다. 부산시와 부산대가 옛날 부산 지도를 집대성해 공동 발간한 〈부산고지도〉(2008년)는 특히 고맙다. 〈부산고지도〉 덕분에 이 책이 발아할 수 있었다.
부산의 등대·부산의 포구·부산의 신발·부산의 비석·부산의 고개
그리고 이 책 〈옛날 지도로 보는 부산〉. 이로써 ‘부산 6부작’ 연작을 끝낸다. 첫 책 〈부산의 등대〉가 2013년 나왔으니 햇수로 13년 걸린 일이다. 되살피면 책마다 군데군데 흠집이 보인다. 오로지 나의 허물이다. 이 책인들 안 그럴까. 믿는 구석은 있다. 내가 나고 자란 부산! 부산만큼은 동글동글하고 몽실몽실한 덕담을 건네리라. “그래그래, 애썼다. 네 마음, 내 다 안다.”
2025년 8월 동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