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내가 지금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고양적이며 삶을 긍정하는 책이다. 1931년 출간된 이 책은 평범한, 조금은 쪼들리는 가족이 그들의 화려할 것 없는 여름휴가를 준비하고, 이동하고, 또 즐기는 이야기를 고도로 정교한 솜씨로 풀어낸다. 이 책에서는 거의 어떠한 극적인 사건도 없다. 그러나 작가는 무엇이 재미있고, 무엇이 재미없는지에 대한 우리의 기준을 마술처럼 재정립해 우리가 이 가족들의 감정에 온전히 조음하게 만든다. 일상적 삶 속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운 존엄성이 이보다 섬세하게 포착된 경우는 드물다. -가즈오 이스구로(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 강력 추천
? 가디언, 텔레그래프, TLS, NPR, 패리스 리뷰, 펍헙, 오브저버, 데일리메일 강력 추천
?조지 오웰과 프란츠 카프카를 출간한 전설적 출판인 빅터 골란츠가 발탁한 데뷔작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출간하겠습니다!”
조지 오웰의 편집자가 두 팔 벌려 환영한 데뷔작
그러나 『구월의 보름』이 무명의 작품은 아니었다. 『구월의 보름』은 영국에서 교과서에 수록되는 등 이미 고전으로 자리 잡은 R.C. 셰리프의 희곡 『여행의 끝』의 이면에 있는 작품이다. 열여덟 살에 1차 대전에 참전했던 작가가 참호에서 가족들에게 쓴 편지를 기초로 쓴 『여행의 끝』이 전장의 지난한 참상과 그 안의 비애며 우정에 대해 생생히 담았다면 『구월의 보름』은 그 참호의 소년들이 간절히 돌아가고 싶어 했던 그 무엇이다. 첫 작품이었던 『여행의 끝』이 큰 성공을 거둔 후 실패를 거듭하던 셰리프는 오랜만에 찾은 보그너 레지스에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집에서의 삶이 어떤지 궁금해 하면서 무작위로 그 가족 중 하나를 택해 그들이 바닷가에서 매년 휴가를 보내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시작했다. “거창할 것 없는 사람들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 그는 온전히 자신을 위하여 이 글을 썼고, 출판이 가능한지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니 조지 오웰과 카프카의 에디터이자 당대 영국의 대표적 지성이었던 빅터 골란츠의 회신을 받고 나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거 아주 마음에 드는데요,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내겠습니다.”
그의 감각은 날카로운 것이라 『구월의 보름』은 출간 즉시 한 달에 2만 부 이상 판매되기 시작했으며 그해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수많은 평론가들과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뉴욕의 어느 젊은 여성은 출근길 페리에서 언제나 이 책을 읽는다며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너무도 따뜻하고 자유롭고 소중한 기분이 들어요.”
무엇이 우리를 살고 싶게 하는가
인간의 선량함에 대한 가장 지긋하고 사랑스러운 초상
나의 전임자가 이 지면에 이 책에 대해 쓰길 수년 간 읽은 그 어떤 것보다 인간의 선량함을 더 깊이 담아내고 있다고 썼다. 75년이 지났지만 나의 평결 역시 완전히 일치한다.
_〈스펙테이터〉
『구월의 보름』이 출간된 1931년은 대공황이 전 세계를 할퀴던 시절이었다. 1920년대 개츠비의 시대에 부풀었던 황금의 꿈이 꺼지고, 영국 내 실업률은 15퍼센트에 달했다. 황폐와 혼돈의 시대에도 독자들이 삶을 긍정하게 했던 이 책의 힘은 무엇일까. 그러나 이 책의 반전이라면 어떤 반전도 없다는 것이다. 스티븐스 가족이 연례 휴가를 떠날 준비를 한다. 스티븐스 부부는 신혼여행으로 영국에서 가장 햇볕이 진하다는 보그너 레지스를 처음 방문했고, 그 후로 죽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들은 매번 같은, 매년 더 낡아가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이제는 세 자녀도 함께이다. 스무 번째 떠나는 2주간의 여름휴가에 독자들이 초대받은 셈이다. 큰 재난 하나, 드문 행운 하나, 어두운 비밀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소소한 만족, 은밀한 모험, 작은 좌절과 움트는 희망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 슴슴하기 그지없는 작품이 가즈오 이시구로의 찬사를 받고 1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절판과 복간을 거듭하며 수많은 독자와 평론가들의 마음을 울린 것은 이 작품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스티븐스 가족은 바닷가 앞에 오두막 하나를 구한 것에도 뛸 듯이 기뻐하며, 함께 즐길 음료 한 단지를 구매하는 데도 신중하게 고민한다. 좋은 날씨 하나로 무한히 행복해진다. 다른 휴가지며 숙소들을 내심 궁금해 하면서도 의리 때문에 낡아빠진 게스트 하우스를 20년째 찾아오고, 종업원이 좀 더 일찍 퇴근할 수 있게 해주려고 재미있던 공연을 다 보지 못하고 돌아오며, 숙소 사장이 아픈 눈에서 고름을 찍어내는 모습에 혐오감을 느끼지만 그 감정을 부끄러워한다. 그들은 시시한 흠결도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다른 사람 또한 저마다의 이유와 사연을 품은 인간임을 결코 잊지 못하고 그들에게 주어진 사소한 기쁨을 한껏 누릴 줄 안다.
셰리프가 그린 인간의 선량함은 당위적인 이상이 아니라 오늘 더 깊이 잠들고 내일 더 산뜻한 기분으로 일어나게 하는 무엇이다. 인간의 사랑스러움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 그의 지긋하고 세심한 시선은 보그너 레지스의 늦여름 햇살처럼 독자의 마음에 가닿는다. 좋은 책을 덮고 나면 늘 그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구월의 보름』의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일상의 조급증에서 벗어나 삶의 아름다운 구석을 읽어내는 시선을 일깨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