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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초대, 마음의 식탁으로

1부. 한 그릇의 진심
표현의 방식
행복의 냄새
도시락 앞의 소녀
그의 주말 한 끼
아직 연습 중
조카의 미역국
와플
마늘국
불안과 결핍
형수님의 민물 매운탕

2부. 마음의 맛
밥 : 짓다
보늬 밤 : 고생 끝에 얻은 달콤함
곡간을 채운다는 건 : 엄마와 냉장고
비닐 봉다리 속의 그건 : 고마움
엄마의 손맛 : 영란 씨의 비법 양념
꿀 : 오늘도 열심히 꿀 빨겠습니다
감 : 까치밥1
시절인연 : 까치밥2
귤 : 콧노래
커피 : 달콤 쌉싸름한 당신의 닉네임
사진 : 술과 결혼식과 아버지

3부. 식탁 위의 다리
프라이팬 카스텔라
대왕 비빔국수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아침밥
따뜻하게 데운 베이글에 크림치즈
“내가 한 게 더 맛있다니까.”
대용량 고등어조림
저자 소개
저자 : 이은
밥을 짓는 마음으로 글을 짓는 사람.
쓴 책으로는 난임 에세이 『엄마가 되고 싶었던 날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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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마음을 담은 한 끼가 바로 여기에
갓 지은 밥 냄새에 하루의 피로가 풀리고, 좋아하는 반찬 하나에 마음이 들떴던 적이, 누구라도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표현의 방식』에는 그런 순간들을 길어 올려 따뜻한 문장으로 빚어낸 글이 담겨 있다. 작가는 여름날의 첫 콩국수, 조카가 끓여준 미역국, 하물며 작은 귤 하나처럼 소박한 먹을거리에서도 다채로운 마음을 발견한다.
『표현의 방식』은 작가가 세상에 건네는 또 하나의 표현이자 방식이다. 음식을 매개로 하지만, 그 안에는 단순한 맛이나 추억을 넘어 삶을 어떻게 살아내고, 서로를 어떻게 보듬을 것인가에 대한 사려 깊은 시선이 가득하다.

음식은 사라져도
여운은 오래 남으니까
작가는 음식을 소재로 관계를 이어가는 섬세함, 사람을 아끼는 고마움, 다정함, 결핍, 상처, 회복, 믿음에 대해 말한다. 누군가에게 귤 하나를 건네는 작가의 마음은 긴 설명보다 진실하다. 정성껏 차린 밥상은 곧 작가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 된다.
책이 전하는 다정한 말들과 오래 남을 이야기들이 독자분들의 하루에도 닿기를 바란다.

책 속에서

『표현의 방식』을 준비하면서 누군가를 내 집에, 내 식탁으로 초대하는 기분이었다. 어떤 것을 좋아할지 몰라 이것저것 준비하고 싶었지만, 결국 내가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 가장 대접하고 싶었던 마음을 꺼내어 차렸다. 한 문장 한 문장에 한 끼의 밥을 짓는 마음을 담았다.
- p.7 「프롤로그」 중

서운하고 화가 나는 감정을 담아만 두지 않고 꺼내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모든 것이 서툴렀다. 작은 감정 하나도 제대로 꺼내지 못해 꾹꾹 담아만 놓다 더는 견디지 못해 폭발하듯 터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건 표현이 아닌 표출이었다. 나는 표현을 해야 했다.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를 쏟아내는 표출이 아니라 나도 상대방도 다치지 않을 표현을. 피어나는 감정을 조절할 수는 없어도 꺼내는 방식은 조절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를 표현하는 데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비록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지라도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 p.61 「아직 연습 중」 중

남편이 차비처럼 내미는 와플을 보면서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적당히 취한 얼굴로 무심하게 와플을 내미는 그의 모습도 퍽 귀여웠고. 무엇보다 고마웠다. 와플도, 와플을 든 채 기다리고, 차에 타 건네는 그 마음까지 모두. 소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는 않은 그의 마음이 와플과 함께 내게 왔다.
감동의 순간은 언제나 이렇게 예고 없이 찾아온다. 커다란 이벤트야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벅차지만, 생각하지 못한 순간에 훅 치고 들어오는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에 감동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준비한 감동보다 우연한 다정함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 p.75 「와플」 중

밥은 ‘하다’가 아니라 ‘짓다’라고 표현한다. ‘짓다’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재료를 들여 밥, 옷, 집 따위를 만들다’라는 뜻이 첫 번째로 설명되어 있다. 재미있는 건 설명의 세 번째는 ‘시, 소설, 편지, 노래 가사 따위와 같은 글을 쓰다’라는 거다. 밥(食), 옷(衣), 집(住).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요소를 만드는 것도, 그 가운데 食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나의 행위도 모두 ‘짓다’로 연결되어 있다는 게 참 재미있다. 마치 이 쓰기가 내게는 의식주만큼 중요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도 그럴 것이 쓰는 일이 결국 나를 살리는 일이기도 했으니.
- p.115 「밥:짓다」 중

작은 병에 나눠 담아두었다가 야금야금 꺼내 먹을 땐 만드는 동안의 수고는 까맣게 잊게 된다. 그 자체로 맛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 수고로움 덕분에 더 깊고 달콤하게 느껴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다. 고진감래가 별건가. 바로 이 맛이 고생 끝에 얻은 달콤함이 아니고 뭐겠냐고. 그렇게 만든 보늬 밤은 혼자 먹기엔 아까워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하곤 한다. 수고는 내가 이미 했으니 선물 받은 당신은 그저 맛있게만 먹어주면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그러다 보면 정작 내가 먹는 양보다 선물하는 양이 더 많아지기도 하는데, 그게 전혀 아깝지가 않다. 원래 맛있는 건 나눠 먹는 거니까. 애초에 그런 마음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
- p.123 「보늬 밤 : 고생 끝에 얻는 달콤함」 중

마음의 추를 영점에서 움직이게 하는 건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다. 그 순간은 외부에서 오기도 하고 내 안에서 발현되기도 한다. 이왕이면 내 쪽에서 먼저 시작해보는 게 추를 움직이기에는 더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겠지. 귤 두 개에 마음을 담아 보내고, 보낸 마음의 회신을 웃음으로 받았던 순간들. 가벼워진 발걸음과 콧노래가 바로 그 증거가 아니었을까.
- p.184 「귤 : 콧노래」 중

엄마와 나는 점점 더 불러오는 배를 두드리며 거실에 나란히 누웠다. 배부르다는 말이 틈틈이 웃음에 실려 숨결처럼 가볍게 새어 나왔다. 과거의 어느 시간을 불러와 이야기를 나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까무룩 잠이 들었다. 초여름의 햇살만큼 따사롭고 느릿한 행복이 거기에 있었다.
- p.221 「대왕 비빔국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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