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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언마켓
카페인 랩소디
발령의 조건
안평
스페이스 월드
아직 오지 않은 말
유치보관함
임시보호자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오선영
201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모두의 내력』 『호텔 해운대』, 산문집 『나의 다정하고 씩씩한 책장』 등이 있다. 제9회 평사리문학상 대상, 제10회 요산김정한창작지원금, 제22회 부산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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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오선영은 멀리 보는 눈과 깊이 듣는 귀와 다정함이 깃든 손으로 세상을 감각한다.”
_김미월(소설가)

“장소에 깃든 인간의 정서를 섬세하게 읽어낼 줄 아는 작가”
_손홍규(소설가)

“판매중인 게시글이 없어요.”
균열하는 도시의 틈새에서 감지되는 것

「어니언마켓」은 소도시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가상의 중고거래 앱 ‘어니언마켓’을 통해 풀어낸다. 중고거래 목록은 이용자의 생활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더불어 신축과 구축의 격차, 서울과 지방의 교육 환경 차이 등을 내포한다. 「카페인 랩소디」는 부산 출신 청년 민우가 서울에 취직하며 겪는 사건을 그렸다. 지방 출신이라는 낙인, 생활비와 사랑을 저울질하는 민우의 내적 갈등에서 오늘날 청년 세대의 불안과 고단함이 드러난다. 「발령의 조건」은 부산으로 발령이 난 부부가 부산행 열차 안에서 미래를 그리는 이야기이다. 부산은 서울보다 집값이 쌀 것이라는 기대는 곧 좌절로 이어지고, 도시 간 격차와 지역의 현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63빌딩과 한강으로 표현되는 서울과 낮은 지붕 집과 비릿한 냄새로 표현되는 부산이 대조되며 두 사람의 앞날을 은은하게 암시한다.

“물탱크들은 유리구슬처럼 반짝였다. 바람이 불자, 수십 개의 유리구슬이 부딪치며 찰랑찰랑 물소리를 만들어냈다. 물소리에서 비릿한 냄새가 났다. 코끝을 자극하는 그 소리가, 두 사람의 부산행을 예고하는 은밀한 전주곡처럼 들렸다.” _「발령의 조건」에서

“할머니, 밤마다 집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요.”
“집이 숨 쉬는 소리. 선주가 와서 집이 살아났네.”
사라지는 장소가 우리에게 전하는 것
「안평」과 「스페이스 월드」는 연작처럼 읽힌다. 「안평」은 보증금 사기를 당한 선주가 친구 아버지가 투자 목적으로 사둔 구옥에 머무르며 겪는 일을 통해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을 보여준다. 원주민과 외지인의 대립에서 ‘집’은 거주 공간을 넘어 권력과 투기의 대상이 된다. 「스페이스 월드」는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한 장소에 대한 기억을 탐색한다. 안평에서 함께 자란 은경과 주현은 학창 시절 함께 가자고 약속했던, 일본의 우주 테마파크 ‘스페이스 월드’에 방문하지만, 그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쇼핑몰이 들어서 있다. 재개발을 앞둔 안평과 사라진 장소 스페이스 월드가 중첩되며 소멸하는 장소들을 돌아보게 한다.

“나는 찬란했던 어느 한 시대가 완전히 허물어진 광경을, 광활한 우주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으로 전락해버린 실제를 보고 싶었다. 괜한 미련 갖지 말라고, 냉혹한 현실은 나의 작은 기대나 헛된 희망으로 바꿀 수 없다고, 이제 와서 내가 아쉬워한들 안평을 되돌릴 순 없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하고 싶었다.” _「스페이스 월드」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
무너지는 관계 속에서 다시 묻는 의미

「아직 오지 않은 말」은 군인 아버지를 둔 진희의 회고담이다. 진희가 한때 자랑스럽게 여겼던 아버지가 친구 어머니와의 성추문으로 부끄러움과 원망의 대상이 되지만,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부녀 관계는 부끄러움과 자부심, 원망과 이해가 뒤엉킨 복합적 서사로 전환된다. 「유치보관함」은 선천적으로 영구치 하나가 없는 미주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친구들과 혈액형 이야기를 하다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어머니가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가정을 버리고 떠난 친아버지 대신 곁에 남아 미주를 돌본 건 양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혈연보다 더 강한 돌봄의 의미를 새기며 가족의 정의를 재고하도록 만든다. 「임시보호자」는 가족제도의 틈새에서 발생하는 돌봄을 탐구한다.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친해진 서영의 사망 소식을 들은 하진은 홀로 남은 아이, 현우를 보호하려 한다. 법적으로 연결된 가족은 서영을 외면하고, 경찰과 공무원은 서영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지만 묻는다. 이런 상황에서 현우를 돌보는 하진은 혈연과 제도를 넘어선 새로운 가족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선영이 그려낸 이야기들은 안평의 집들처럼 생생하게 숨 쉰다. 『스페이스 월드』는 “우리가 어디에서 살아왔는가”, “우리가 어디에 머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동시에 던진다. 고향과 타향, 머물고 싶은 곳과 떠나고 싶은 곳, 사라진 장소와 되살아나는 장소 사이에서 인물들은 갈등하고 선택하며 또다른 이야기를 빚어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장소에 스민 인간의 정서를 섬세히 포착하고,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묻는다.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어떻게 기억을 품은 장소가 되고, 마침내 삶 자체로 변모하는지를 보여준다.

잠들어 있던 집들이 일제히 숨을 쉬기 시작했다. 빨간색 슬레이트 단층집이, 파란 대문 집이, 골목 입구의 무허가 집이, 정자 옆의 폐가들이 단체로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었다. 푸흡, 푸흡. 벽들이 부풀어오르고, 마당의 잡풀들이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로 변했다. 밤하늘의 별들이 폭죽처럼 터졌다. 사방이 대낮같이 환해졌다. 고요하던 마을에 피가 돌고, 물이 차오르는, 안평安平이었다. _「안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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