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세상의 끝, 포르투갈의 숨결』은 은퇴 후 낯선 도시에서 한 달 살이를 경험한 한 부부의 이야기다. 액티브 시니어로서 은퇴 이후의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거나 일상 밖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자.
- 페스트북 편집부
책 속에서
퇴직 후 인생 1막을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영감과 위로가 필요했어요. 단순한 여행보다는 낯선 땅의 숨결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어서 한 달 살기를 계획하게 되었죠. 포르투갈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오래전부터 더 이상 이어질 수 없는 땅끝에 대한 막연한 끌림과 동경 때문이었어요.
-작가 인터뷰
짧게 표현하자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비움’이었고, 포르투갈 한 달 살기는 ‘채움’이었어요. 산티아고 순례는 하루하루 발걸음으로만 시간을 쌓아 올리는 경험이었어요. 불필요한 게 다 떨어져 나간 후 마주한 건 ‘나 자신’이었죠. 그야말로 영혼을 다지는 시간이었어요. 포르투갈 한 달 살기는 좀 달랐어요. ‘살아본다’는 감각이 참 특별했어요. 동네 주민처럼 장을 보고, 같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매일 같은 골목을 걸었죠. 그 나라가 제 안에 들어오는 느낌이었달까요. 내면의 허기가 채워지고 풍요로워지는 시간이었어요.
-작가 인터뷰
긴 시간을 들여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아직 대다수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우리에게 어느새 ‘한 달 살기’는 하나의 로망이 되었다. 과연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얼마나 현지인의 삶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을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방인으로 머물기에도 부족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프롤로그
그럼에도 우리는 세상의 끝자락, 포르투갈을 선택했다. 익숙함을 벗고 낯선 세계로, 새로운 풍경과 낯선 언어, 느릿하게 흐르는 시간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갔다. 이 여정은 아직 만나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 그리고 언젠가 살아 보고 싶었던 삶의 또 다른 모습에 대한 막연하지만 깊은 그리움을 품고 시작되었다.
-프롤로그
사진을 찍기 위해 밀려드는 인파에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겠지만, 문화가 산업의 거센 파도에 휩쓸려 가는 모습은 한 편의 시가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씁쓸함을 안겼다. 어쨌거나 렐루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독특한 건축 양식과 예술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공간으로 포르투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p.96
거리 한쪽에서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단체 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 다가가 보았다. 망토를 걸친 대학생들이 큰 원을 이루고 중심에 유니폼을 맞춰 입은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100여 명의 학생들이 망토를 입은 선배의 선창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 이 행사가 선배 학생들이 갓 입학한 신입생들의 규율을 잡는 포르투 과학 대학의 오래된 전통이라는 설명을 듣게 되었다. 대학 신입생 시절 선배들로부터 군기 잡히던 시절이 떠올라 살짝 웃음이 나왔다. 이런 류의 전통과 풍습은 차이는 있지만 동서양을 불문하고 비슷한 모양이다.
-p.167
이스포젠드의 숙소로 향하는 해변길에서는 눈부시게 붉어진 하늘이 그림처럼 펼쳐져, 마치 서쪽 바다로 스러지는 태양의 마지막 숨결을 바라보는 듯했다. 이스포젠드에서 카스텔루 두 네이바로 이어지는 길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은 마을과 개성 넘치는 주택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와, 그 모습이 한동안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비아나 두 카스텔루에 접어들며 에펠 다리 위에서 바라본 리마강과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도시의 아름다운 자태는 한 폭의 예술 작품과 같았으며, 도시의 랜드마크라고 불리는 산타루지아 예수 성심 성지는 아픈 무릎을 끌고 올라가기에 충분한 가치와 독특한 매력을 발산했다. 왠지 모르게 포르투갈이라는 이베리아반도의 끝자락에 자리한 나라에 살며시 정이 가기 시작했다.
-p.198
대지진으로 도시의 약 1/3이 붕괴된 리스보아의 재건을 진두지휘한 그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리스보아의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자신의 업적에 흐뭇해하고 있을지, 아니면 여전히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어제 차 안에서 스쳐 지나간 그의 동상을 보고 오늘 다시 찾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p.344
이제 짐을 챙겨야 할 시간이다. 마음속 깊이 새겨진 이곳의 아름다운 추억들도 함께 담아야겠다. 지구의 반대편, 그중에서도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이곳에 아주 작은 그리움만을 남겨 둔 채, 포르투갈의 마지막 날이 서서히 저물어 간다.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우리의 떠남을 아쉬워하는 듯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이곳의 풍경과 기억들은 먼 훗날에도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언젠가 다시 나를 그리운 추억의 바다로 이끌어 주길 소망해 본다.
-p.371
새로운 여행지에 첫발을 디딜 때면, 낯선 모든 것들이 반짝이는 보석처럼 다가온다. 거리의 돌 하나, 나무 그늘 아래의 고요마저도 특별한 의미를 띠게 되고, 눈길 닿는 모든 풍경이 새로움을 선물한다. 그런데 그 여행지가 포르투라면, 단순한 감탄은 이내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감동으로 바뀌고 만다. 포르투는 한마디로, 고요하게 아름다운 도시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사방에 펼쳐진 주황색 지붕과, 구시가지 앞을 흐르는 도루강의 반짝이는 물결만으로도 마음을 빼앗기에 부족함이 없다. 유럽의 전통적인 분위기 속에서 은은한 여유와 아기자기한 매력이 스며 있는 이 도시는, 작지만 여유로운 아름다움이 넘쳐난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