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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박찬욱
〈달은… 해가 꾸는 꿈〉을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3인조〉,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여섯 개의 시선 :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올드보이〉, 〈쓰리, 몬스터 : 컷〉,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파란만장〉, 〈스토커〉, 〈고진감래〉, 〈A Rose Reborn〉, 〈아가씨〉, 〈격세지감〉, 〈리틀 드러머 걸〉, 〈일장춘몽〉, 〈헤어질 결심〉, 〈동조자〉 등의 작품을 만들었다. 지은 책으로 『박찬욱의 몽타주』, 『박찬욱의 오마주』, 『박쥐 각본』, 『아가씨 각본』, 『친절한 금자씨 각본』,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각본』, 『박쥐 각본』, 『각본 비밀은 없다』, 『아가씨 아카입』, 『미쓰 홍당무 각본집』, 『아가씨 가까이』, 『너의 표정』, 『헤어질 결심 각본』, 『전,란 각본』이 있다.

저자 : 이경미
영화감독 겸 각본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으로 만든 단편 영화 [잘돼가? 무엇이든]이 2004년 미장센 단편 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을 맡은 [미쓰 홍당무]로 장편 영화 데뷔, 그해의 신인 감독상을 휩쓸었다. 8년 만의 공백을 깨고 미스터리 스릴러 [비밀은 없다]를 선보였으며, 이 작품으로 제36회 영화평론가상 감독상, 2016 부산영화평론가상 대상, 춘사영화상 각본상 등을 수상했다. 독보적인 여성캐릭터와 독창적인 상상력, 장르의 전형성을 탈피한 디테일하고 탄탄한 시나리오로 마니아층을 지니고 있다.

저자 : 돈 맥켈러 (Don McKellar)
캐나다의 작가, 감독, 배우로 활동 중이다. 영화로는 <로드킬>, <하이웨이 61>, <글렌 굴드에 관한 32개의 이야기>, <레드 바이올린>, <눈먼 자들의 도시>의 각본에 참여했다. TV 시리즈로는 <트위치 시티>의 각본에 참여하고 출연했으며, 공동 쇼러너로 참여한 <동조자>에서도 각본을 집필했다.

저자 : 이자혜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에서 연출을 전공했고, 제작사 기획팀에서 일을 시작했다.
『전,란 각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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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노동자의 자부심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
서글픈 웃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특히 이 영화의 코미디에 동력을 제공하는 배경이 정리해고와 실직 문제라는 점은 관객에게 복잡한 심경을 안겨 준다. 그 소재가 친숙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나’ 역시 주인공 만수가 처한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가장 큰 웃음을 터뜨려야 할 순간마다 그림자를 드리운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쩔수가없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른 해결책을 마련할 수도 있을까? 사실 이 영화에서 ‘어쩔수가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가장 역할을 수행해 온 중장년 남성들이다. 그들은 쉽사리 다른 직업을 택하지 못한다. 직종 자체에 귀천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애정과 시간을―사실상 노동자로서의 거의 전 생애를―퍼부은 자기만의 금자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노동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이지만, 그 자부심을 키우고 지키기 위해서 때로는 예기치 못했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이야기는 보기 드물다. 「어쩔수가없다」는 그 사실을 알려 주면서 관객을 망설임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 망설임을 여운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어쩔수가없다」는 이상하리만치 긴 여운을 남기는 블랙코미디 영화다.

영화를 더욱 확장하는 각본의 디테일과
작품의 콘셉트를 형상화한 책 디자인

『어쩔수가없다 각본』은 이 독특한 여운을 더욱 풍부하게 담고 있다. 특히 박찬욱 감독 특유의 상세한 지문은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면서 영화를 더욱 잘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한 이 지문들은 작은 몸짓이나 시각적 요소들까지 담고 있어서 관람 중에는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요소들을 재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많은 팬이 가장 기대하고 궁금해하는 요소인 삭제 장면들도 여럿 담겨 있다. 「어쩔수가없다」를 인상적으로 본 관객은 이 각본으로만 만나볼 수 있는 디테일을 통해 영화의 세계를 더욱 확장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각본의 표지 역시 영화의 콘셉트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표지 위에 높이가 다른 두 장의 띠지를 겹쳐 놓아 총 세 장의 종이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이 세 종이는 코팅 유무와 두께, 질감이 서로 다른 감촉과 빛깔을 내보이는데, 이러한 대조는 제지업계에 몸담아 온 인물들의 혼전을 나타낸다. 「어쩔수가없다」를 마음 깊이 받아들인 관객이라면 작품의 콘셉트를 감각적으로 재현한 이 각본을 소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 속에서

책 속으로
곧 펄프로 바뀔 통나무의 산 앞에서, 담배 뻑뻑 피우는 동료 셋을 앞에 놓고 리허설하는 만수. 트럭들이 일으키는 소음 때문에 고함치듯 큰소리로-

만수
“미국에선 해고를 ‘도끼질한다’고 한다면서요?
한국에서는 뭐라는지 아세요?
(손날로 제 목을 스윽 긋는 시늉)
‘너 모가지야!’ 그러니까 해고란, 도끼로
사람 목을 댕강 자르는 짓이 아니겠습니까?”

일동 박수. 만수, 신이 나 기세를 이어 가려 하지만 다음 문장이 생각나지 않는다. 왼 손바닥을 내려다본다. 키워드들을 나열한 제 손글씨를 들여다보고 자신감을 되찾은 만수, 큰소리로 -
만수
“창업 때 선대 회장님께서 근로자 대표하고 약속을 딱 했다 이겁니다. 노조 안 만드는 대신에 평생 직장을 보장한다! 이게 신사협정이거든, 신사협정! 근데 아들 회장님이 이렇게 아름다운 전통을 헌신짝처럼....”
--- p.12

미리
최고의 면접이 될 거야, 다 죽여 버려.

만수
(자신 없지만 호응하느라)
오케이, 다 죽었어!

미리
(멋진 녹색 넥타이를 새로 매 주며)
그린 라이트!
--- p.79

즉석 사진을 찍어 주는 사진사 앞에 긴 줄. 만수가 밀치고 들어오다가 멀리서 춤을 추는 아내를 발견하고는 얼굴이 창백해진다. 미리는 진호와 멋진 한 쌍을 이루었다. 미리는 빙글빙글 돌면서도 입구를 힐끔거리지만 막상 만수를 발견하고 보니 화가 치민다. 웨이터가 칵테일잔이 놓인 쟁반을 만수에게 내민다. 입맛을 다시지만 손을 저어 거절하는 만수, 아내를 향해 출발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으려는 생각에 춤추듯 몸을 흔들고 좌우로 움직이며 군중을 헤치고 전진하여 점점 미리와 가까워진다. 미리, 일부러 진호를 향해 까르르 웃어준다. 헤벌레 신이 난 진호의 얼굴이 보였다 사라지면서 그의 어깨너머로 미리가 드러난다. 미리의 눈은 웃는 모양으로 감겼고 지금 천국에 있는 것 같다. 만수가 질투에 몸을 떨면서 몸을 돌리자마자 눈 뜨는 미리, 슬며시 주위를 살피지만 남편은 이미 멀어지고 있다.
--- p.103

만수
여보.... 여보.... 나한테 이러지 마.
(이윽고 고개 들더니, 한껏 설득력 있는 눈빛으로)
내 면접은 있잖아, 정말 힘든 그런 면접이야....
상대를 똑바로 보고, 그렇게....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방아쇠 당기는 시늉을 하다가 깜짝 놀라 손 내리고)
....하는 건 진짜 어려워.
--- p.109

자기만의 의식을 마친 만수가 눈을 뜬다. 잔에 입술을 가져간다. 한 모금 머금고 삼키지는 않는다. 뚫어져라 보는 선출.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 눈 감는 만수, 나머지 술을 들이붓는다. 맥주잔이 기울어지면서 안에 든 위스키잔이 쓰러진다. 두 가지 술이 섞여 만수의 입으로 흘러 들어간다, 꿀꺽꿀꺽 오르내리는 목젖. 잊고 살았던 쾌감이 갑자기 밀려온다. 어지러워 주저앉는다. 머리가 가슴으로 푹 꺼져 한동안 고정된다. 비로소 만족한 선출, 저도 잔을 단숨에 비운다. 오른 팔꿈치로 옆구리를 두 번 힘차게 친 다음 자리에 앉아 다리를 쭉 뻗는다. 고개 드는 만수의 시뻘게진 얼굴, 충혈된 눈동자. 카- 하면서 씨익 웃는 만수, 서랍장을 막 뒤지더니 펜치를 찾아온다. 입 안 깊숙이 쑤셔 넣더니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어금니를 뽑아낸다. 피가 고이는 입속에 남은 폭탄주를 몽땅 들이붓는 만수, 악마 같다.
--- p.154-155

만수, 신음 소리에 돌아본다. 선출이 깨어나려는 듯하다.

만수
이런 말하기 싫은데.... 싫어. 마지막 면접이야.
여태까지 땅을 팠다면 이제 나무 심는 일만 남았어.

선출의 신음 소리를 듣는 미리, 경악 -

미리
여보 여보, 당신이....
무슨 안 좋은 일을 하면 그건 나도 같이 하는 거야, 알았어?
--- p.16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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