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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Prologue

1 위로 없는 위로
2 애매한 시간에 비는 내리고
3 엄마의 시간이 내게로 돌아왔다
4 심야식당
5 인생 첫 스파링
6 내가 형이니까요
7 밥은 밥 공기에 반찬은 예쁜 반찬 그릇에
8 제주의 푸른 밤
9 달리기와 책
10 동료에 대하여
11 아버지 공부
12 석이
13 하늘을 날았으면
14 엄마 생각
15 편지
16 그림자와 노인
17 겨울은 느리게 간다
18 소유나 존재냐
19 운수 좋은 날
20 ‘사랑해’의 반대말은?
21 몰랐어요? 내가 이렇게 웃었는데
22 새벽
23 애썼다는 말
24 꽃을 버리려다
25 사춘기
26 언제든 좋으니 연어가 되어 돌아와
27 삼각김밥에는 온기가 없고, 바나나우유에는 바나나가 없다
28 우리 집 밥상
29 말의 문
30 돌아서지 않는다
31 플레이리스트
32 오두막
33 피아노와 나
34 우리 ‘사이’
35 자꾸만 잊는다
36 보통날
37 방황하는 마음의 주소
38 파도는 알고 있을까?
39 꿋꿋하게 살아갈 것
40 이름들
41 글을 마무리하며
저자 소개
저자 : 이정훈
기획자로 22년, 작가로 10년, 보통의 인간으로 49년을 살았다.
사랑한다는 것은 타자의 고통에 책임을 지는 일이다. 살아갈수록 진실을 말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벽처럼 느껴진다. 해서는 안 될 말들이 안으로 쌓이면, 그것이 삶의 무게가 되어 등을 굽힌다.
나이 듦이란 ‘무엇을 말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를 헤아리며 사는 일이다.
새벽 5시, 굽은 등 위로 쌓인 말의 더미를 지면으로 옮긴다.
쓰다 보면 등이 펴지고, 햇살은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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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랑할수록 살아갈수록
감춰야 할 말이 생기고 마는 그런 날이 있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흔한 일상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실패의 끝이 곧 인생 낙오와 다름없고 끝없는 욕망이 오직 돈으로만 채워진다면 삶은 견디기 힘든 무엇일지 모른다. 그럴 때 이 책을 펼쳐 든다면, 작가의 세심한 바라보기와 인간에 대한 진한 연민으로 길어낸 문장이 하루의 끝을 다정히 감싸줄 것이다. 이 책이 건네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어떤 슬픔도 결국 도처에 숨어 있는 위로로 희석될 수 있다는 것. 이 책을 통해, 지금껏 무심히 지나쳐온 주변의 말과 행동들이 실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서툰 위로’였음을 알아차릴 수만 있다면 말이다.

작가는 프롤로그에 이것은 ‘뒤죽박죽인 채로 흘러가는 책’이라고 말하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더 진실에 가까운 글들, 때로는 뒤죽박죽이지만 그래서 더욱 삶에 닿아 있는 산문들, 그것이 바로 작가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책 속에서

십 년 전, 삼십 대를 정리할 때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고민했었습니다. 한 인간이 자기 인생을 통제하고 완성해갈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 질문이었죠. 하지만 살아 보니 인생은 예상치 못 한 일들로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었습니다.

애쓰고 좌절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사십 대에 접어들어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완벽하게 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주어진 현실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며 사는 편이 낫겠다고요.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이 될 수 있으니까요.
--- pp.10-11

오랜만에 친구에게 문자를 썼다.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누군가 말하더라.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고. 그날 네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어쩌면 그게 우리에게 필요한 거였을지도 모르겠어.’ 잠시, 망설이다 덧붙였다. ‘이 말 해주고 싶었는데, 냉장고 속 찬밥 있잖아… 맛있어. 라면에 말아 먹으면. 다 네 인생이고, 네 거야. 앞으로도 너를 너로 사랑해 주기를… 지금처럼.’

그러고는 보내기 버튼을 누르려다…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어쩌면 이 문자도 보내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맑았다. 무너질 것 같던 그 밤으로부터 우리는 또 이렇게 멀리까지 흘러왔다.
--- p.19

사랑하는 사람이 소진되어가는 과정을 목격한다는 것. 그것은 어린 나에게도 견딜 수 없는 일이면서도 견뎌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 무력함을 깨달은 순간, 나는 내 슬픔을 함부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슬픔에도 순서가 있다는 것을, 내 슬픔은 뒤로 밀려나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감정의 위계를 배웠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첫 번째 조건이 자신을 지우는 일이라는 것을, 그 무렵부터 알게 되었다.
--- p.35

신발 끈을 푸는 6학년 아이에게 음료를 건네며 물었다. 마지막에 왜 맞아 주기만 했냐고. 아이는 내 질문이 의아하다는 듯, “제가 형이잖아요.” 그러고는 휙 돌아서 체육관을 나서는 게 아닌가. ‘끝까지 멋진 녀석’ 그 말이 얼마나 예쁘던지.

“코치님, 애들 정말 대단하네요. 어쩌면 이래요?”라고 하니, 코치의 말이 명언이다. “몸만 작지, 링에 올라가면 애어른이 어딨어요. 복서만 있죠. 애들도 그걸 알아요. 여기 들어가면 스스로 해결하고 나와야 한다는 걸요. 애들 무르게 보지 마세요. 그 속에 단단한 게 들어 있다고요.”
--- p.58

오십으로 접어드는 지금, 인생에서 무엇보다 큰 행운은 ‘함께 걸어갈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고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지혜로움을 갖는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누군가를 견딘다는 것은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을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그를 완벽하지 않은 채로 받아들이며, 그의 성장과 함께 ‘우리’가 더 나아지리라는 것을 믿어 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기에 가능한 삶의 기적이 아닐까.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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