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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톰 브랭귄은 어떻게 폴란드 귀부인과 결혼하게 되었나
2장 마시 농장에서의 삶
3장 애나 렌스키의 어린 시절
4장 애나 브랭귄의 소녀 시절
5장 마시 농장의 결혼식
6장 승리자 애나
7장 대성당
8장 아이
9장 마시 농장과 홍수
발간사
저자 소개
저자 : 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 David Herbert Lawrence (1885~1930)
1885년 영국 노팅엄셔의 탄광촌 이스트우드에서 광부인 아버지와 교사 출신 어머니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1908년 노팅엄대학에서 교사자격증을 따고 런던 근교 초등학교의 교사가 되었다. 1909년 시를 발표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이래 다양한 장르의 문학서를 집필했고 그림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1914년 독일 귀족 출신이자 대학 은사의 아내인 프리다 위클리와 결혼, 1차대전이 발발하자 프리다의 출신배경과 로런스 자신의 반전 발언으로 고초를 겪었다. 전쟁이 끝난 후 영국을 떠나 씰론(스리랑카), 호주, 미국, 멕시코 등을 돌아다니며 생활했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유토피아적 공동체를 구상하기도 했다. 1930년 45세를 일기로 결핵으로 사망했다. 유해는 프랑스 방스에 묻혔다가 이후 화장해 로런스가 생전에 “현시대의 물질적, 기계적 발전으로부터의 해방을 경험”했다고 언급한 미국 뉴멕시코의 산장에 안장되었다. 로런스는 19세기 리얼리즘 문학의 성취를 계승해 새롭게 갱신해낸 작가로, 서구 근대 산업문명이 개개인의 원만한 성숙을 가로막는 반생명적 질서라고 보았다. 출간 시 논란이 된 『무지개』와 『채털리 부인의 연인』 등에 보이는 성과 몸에 대한 관심 역시 물질문명에서 해방된 개인에 대한 탐구에서 비롯한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아들과 연인』 『무지개』 『연애하는 여인들』이 있으며, 많은 중·단편소설과 희곡, 시, 비평을 남겼다.

역자 : 강미숙
경북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D. H. 로런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제대 리버럴아츠교육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D. H. 로런스와 창조성의 문학』, 옮긴 책으로 『화이트 노이즈』 『D. H. 로런스의 현대문명관』(공역) 『남을 향하며 북을 바라보다』(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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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더 높은 형태의 존재’를 향한 열망

소설은 1840~1905년 무렵 영국 미들랜즈 농촌 마을 코세테이와 인근 소도시 일크스턴을 배경으로 한다. 브랭귄 집안은 200년 넘게 코세테이 마시 농장에서 농부로 살아왔으나,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인근에 탄광이 개발되고 신도시가 조성된다. 자연의 순환에 몸을 맞추고 뭇 생명과 교감하던(“피와 피의 친밀한 교감”) 삶에서 벗어나는 것은 필연적인 흐름이었다. 이 변화를 이끄는 또 하나의 동력은 “더 높은 형태의 존재”를 성취하고픈 여자/어머니의 열망이다. “남편이 하늘과 곡식과 짐승과 땅 쪽을 돌아보는 동안,” 여자는 창조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저 멀리 미지의 세계”를 내다보며 자식들에게 “교육과 경험”을 제공하려 애쓴다. 흔히 ‘서곡’이라 불리는 첫 장의 이 대목은 소설의 기본 서사가 근대 세계를 향한 개인의 모험임을 아름다운 자연 묘사와 사실적인 심리 표현으로 제시한다.
교육의 혜택을 받은 첫 세대 톰 브랭귄은 어머니의 바람에 따라 학교에 가지만, 공부에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농장을 물려받는다. 이전 세대와 같은 삶을 택한 그가 갇힌 틀을 깨고 진정한 자기 세계를 이룩하는 것은 결혼을 통해서다. 계급·국적·언어 등 모든 면에서 자신과 다른 폴란드 귀족 태생 리디아와의 결혼은 서로 다른 두 세계의 결합을 의미한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려 애쓰는 가운데 두 사람은 이전의 자신을 죽임으로써 다시 태어나는 변모의 과정을 거친다. 아직 자연의 너른 품을 체현한 마지막 세대로서 이들은 안정되게 결합해 새롭게 거듭난 존재로서 삶을 마감한다.

감각에의 탐닉, 모순으로 분열된 인간의 탄생

이 소설에서 남녀의 연애와 성적 관계는 생명력의 자연스러운 분출이자 상대방의 실체를 발견해 하나 되기 위한 치열한 탐색으로 그려진다. 자유분방한 관계 맺음의 순간을 그리는 거침없고 밀도 높은 묘사는 대중에게 작가 로런스를 ‘성(性) 문학의 대가’로 알렸는데, 그런 인식이 여기서 비롯하는 것이다. 세대를 지나면서 이런 탐색은 더 다채롭고 복잡한 모습으로 전개된다. 2세대에서는 인간의 정신과 지식을 신봉하는 애나와 종교에 대한 절대적·신비적 믿음을 고수하는 윌 간의 격렬한 사랑과 갈등을 보여준다. 열정을 다 바친 연애 끝에 결혼한 이들은 서로가 ‘정반대되는 상극’임을 깨닫는데, 애나가 남편의 맹목적 믿음과 폐쇄성을 비판하면서 윌의 창조적 열정은 사그라든다. 임신과 출산으로 ‘모성’을 발견한 애나는 ‘승리자’임을 선언하고, 괴로워하던 윌은 일탈을 경험한 끝에 종교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애나의 육체에 감각적으로 탐닉하며 자신만의 ‘절대미’를 추구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둘 나름의 균형 잡힌 관계가 이룩되는 것이다.
이들의 딸인 어슐라 세대에 이르면 남녀관계는 바깥세상의 변화와 흐름을 같이한다. 어슐라는 기성 사회의 관념에서 벗어나 동성 교사에게 매혹되고, 안톤 스크리벤스키와 자유로운 육체적 만족을 추구한다. 그러나 스크리벤스키는 어슐라와 함께하는 동안에만 살아 있으며 그 개인 자체는 공허한 사람, “거대한 전체 사회라는 구조물”의 “일개 벽돌”(2권 108면)일 뿐인 남자다. 그는 이 세상에 맞설 생각도 힘도 없는 존재이며, 어슐라는 결국 그 점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 관계에 더이상 균형은 없다. 링컨셔 해안 달빛 아래서의 파괴적인 정사를 통해 두 사람은 파국을 받아들인다.

자기 자신으로 살기, 근대 세계를 내파하는 해방의 서사

이들 3대의 이야기는 전통적인 공동체의 삶에서 분리되는 가족에서 시작해 도시화, 산업화된 세계에서 존재를 증명하고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개인의 서사로 귀결된다. 그런 점에서 어슐라는 오늘의 독자가 가장 친근감을 느끼고 공감하기 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어머니 애나와 아버지 윌의 삶, 즉 모성과 일상에 묶인 삶에 반발해 어슐라는 완전한 사회적 독립을 이루고 남자들과 대등하게 살기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 대학에 진학해 “지식이라는 허울 좋은 상품”(2권 263면)을 습득하고 감옥 같은 직장 생활을 견딘다. 꾸밈없는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던 ‘일요일의 세계’를 떠나 ‘평일 세계’의 가치를 익히는 것은 곧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을 지는 행위다. 어슐라가 꿈꾼 것과 맞닥뜨린 실상은 너무도 달라서 그녀는 혹독하게 자기 자신과, 세상과 싸운다. 이는 곧 스크리벤스키가 대변하는 기성 사회 가치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이 싸움이 혹독한 것은 그녀가 자신을 “공격해오는 이 모든 거대한 해체 속에서도” “자기 자신으로 남아 있”(2권 131면)고자 하기 때문이다. 어슐라는 자신의 모순과 한계를 깨고 나가 세상을 마주하려는 싸움을 그치지 않고, 임신과 유산을 겪으며 지독한 고통을 통과한 끝에 살아난다. 그런 그녀의 눈앞에 “희미하게 웅장한 무지개가” 떠오른다. 그것은 “붕괴로 향하는 저 딱딱한 껍질을 벗어던”지고 “새롭고 정(淨)한 벌거벗은 몸들이 새싹을 틔우고 새로이 성장해 저 하늘의 빛과 바람과 맑은 비로 자라나리라는”(2권 352면) 약속이었다.

정본·정역으로 만나는 아름다운 우리말 판본

『무지개』 번역 대본은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Cambridge University Press)가 간행한 The Rainbow (1989)다. 1979~2018년 전40권으로 완간된 로런스 전집의 한권으로, 출간 당시부터 우여곡절이 많아 오염이 심한 로런스의 텍스트를 원본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이전 자료들을 철저히 수집, 분석하여 확정한 정본으로 이름 높다.
역자 강미숙 교수는 D. H. 로런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저서 『D. H. 로런스와 창조성의 문학』을 출간하는 등 로런스 문학을 깊이 연구했으며 서구 자본주의문명의 대안 모색을 천착해왔다. 대작 『무지개』를 아름답고 품격 있는 문장과 생동감 넘치는 말맛으로 옮겼을 뿐 아니라 작품에 담긴 새로운 세상의 전망을 더없이 적실한 우리말로 선보인다. 작가의 생애와 작품의 의미, 장별 내용을 맵시 있게 정리한 작품해설로 『무지개』의 낯선 세계를 모험하는 독자에게 훌륭한 안내자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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