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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문을 열며

1부 하루하루 소화하기
아무도 몰랐다
그날 밤
사는 재미
소중하지만 성가신
K-장녀와 K-장남의 둘째 딸
출퇴근 전쟁 Part 1
출퇴근 전쟁 Part 2
두 배가 아닌 2의 2승
할 일이 없어서 저래
점심은 먹고 싶지 않습니다

2부 내 인생의 복약지도
‘박카스’는 피로해소제가 아니었으니
‘까스활명수’든지 ‘까스명수’든지
‘컨디션’을 부어라, 마셔라
‘신신파스’와 ‘케토톱’, 이민자의 만병통치약
우루루 사 먹어서 ‘우루사’인가
‘에프킬라’냐 ‘홈매트’냐, 그것이 문제로다
메이퀸도 ‘메이킨’이 필요하다
‘타이레놀’과 ‘타세놀’ 사이에서
‘후시딘’도 ‘마데카솔’도 소용없을 때

3부 작용과 부작용
약국의 히어로, 셔터맨
마스크 대란이 남긴 것
약국에 오는 이유
카카오맵 평점 1점
넌 대체 무슨 일을 해?
다 무너질까 봐 벨트를 합니다
약국 옆 한정식집
배운다는 것
그 모든 ‘스페셜’한 순간들
엄마, 약 좀 그만 팔아

약국 문을 닫으며
저자 소개
저자 : 김혜선
26년 차 영화 저널리스트. 농번기가 끝난 한겨울, 소해 소날 소시에 태어난 73년생 소띠이자 자영업자 K-차녀. 영화와는 아무 인연도 없는 중도보수 집안에서 자라나, 어쩌다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다. 영화잡지 기자로 시작해 방송작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등으로 일하며 영화를 보고, 그에 관해 읽고, 쓰고, 말하고, 질문하며 살아왔다. 불같은 열정보다는 뭉근한 사랑을 믿으며, 영화 산업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그동안 영화와 인터뷰를 통해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났지만, 정작 내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써야지 하며 미지근하게 보낸 지난날을 반성한다. 책을 쓰기에는 별것이 없다고, 나 자신을 스스로 열외로 했던 시간을. 내가 그럴 수 있도록 부추긴 것은 바로 엄마다. 누구나 겪지만, 누구에게나 조금은 숨겨진 이야기.
짧고 격렬했던 엄마와의 동거가 결국 이 책을 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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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오늘도 엄마는 약을 팔고, 딸은 마음을 삼킨다
『잔소리 약국』은 약사 엄마와 프리랜서 딸이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기록이자, 서로를 돌보며 조금씩 변해가는 관계를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는 엄마의 생애가 켜켜이 쌓인 ‘약국’에서 모녀가 부딪히고 화해하며 닮아가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약국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한 여성이 평생을 일구어 온 노동의 현장이자 또 다른 여성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거울이다. 엄마에게는 삶의 근거이고, 딸에게는 그 삶을 목격하는 자리다. 서로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안부를 챙기는 두 사람의 관계는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서툰, 우리 시대의 모녀상과 닮았다.

“내가 약국을 안 하면 뭘 하지? 나는 무슨 쓸모가 있지?” (180쪽)

이야기는 엄마의 고관절 수술로 시작된다. 오랜 세월 약국을 지켜온 엄마는 더 이상 혼자 일할 수 없게 되고, 딸은 자기 일을 잠시 미루고 엄마 곁으로 돌아온다. 매일 아침 셔터를 올리고, 약통을 정리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반복된 하루 속에서 딸은 깨닫는다. 엄마의 삶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고된 노동 위에 세워져 있었는지를. 엄마의 잔소리는 걱정의 다른 얼굴이고, 딸의 짜증은 사랑의 또 다른 형태다. 『잔소리 약국』은 그 미묘한 온도 차를 족집게처럼 섬세하게 포착한다. 웃음과 침묵, 다툼과 화해가 교차하는 그들의 일상에는, 서로를 놓지 않으려는 다정함이 언제나 스며 있다.

유머로 버티고, 사랑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소설은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돌봄이 어떻게 사랑이 되고 때로는 상처가 되는지를 드러낸다. 작가는 누군가를 챙기는 일이 단지 따뜻한 헌신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돌봄은 고단하고, 지루하며, 때로는 관계를 흔들어 놓기도 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서로를 잃지 않는 힘이 생긴다. 영화잡지 기자이자 방송작가로 살아온 시간 동안 다져진 문장력은 일상의 대화와 몸짓 하나에서도 감정의 결을 포착한다. 사소한 말투와 표정, 그사이의 공기를 붙잡아내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노동과 닮았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서로 할 일을 했다. 이제 각자의 하늘과 땅에서 열심히 놀아도 된다.” (187쪽)

결국 이야기는 닫히면서 동시에 열리는 자리에 닿는다. 애증 어린 약국의 문을 손수 닫으며, 딸은 다시 돌아온 혼자만의 시간 앞에 선다. 엄마가 고관절을 다친 뒤 함께한 시간은 2년 11개월. 그 시간 동안 딸은 일과 돌봄 사이를 오가며 버텼다. 그리고 이제 다시 찾아온 혼자만의 시간. 작가는 여기에 과장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엄마가 없어도,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 이제 딸은 낯설지만 새롭지는 않은, 평범한 하루를 다시 살아갈 것이다.

돌봄이 끝난 자리에, 우리는 무엇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약국은 닫히고, 딸은 자기 일로 돌아간다. 그러나 지나온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침 밥을 먹을 때, 저녁 퇴근길의 사람들을 볼 때, 세상의 약국들을 스쳐 지나칠 때마다 그 시절이 떠오를 것이다. 『잔소리 약국』은 그 자리에서 멈춘다. 아프지만 나아가야 하는 삶, 끝났지만 계속되는 하루를 조용히 보여주며.
작가의 문장에는 특유의 유머가 깃들어 있다. 그 유머는 상황의 고단함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끝내 울지 않게 한다. 피곤한데 웃기고, 화가 나는데 슬프기도 한 하루하루를 담담히 고백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따듯하다. 웃음은 위로가 되고, 위로는 다정함으로 이어진다. 『잔소리 약국』은 그렇게 투덜거림과 연민, 서운함과 애정을 섞어 독자에게 건네는 한 알의 마음 약을 빚어낸다.

『잔소리 약국』은 단지 모녀의 이야기로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를 돌보며 자신을 잃어버린 적 있는 이들, 일과 관계 속에서 진짜 속내를 미뤄둔 이들, 그런데도 여전히 다정해지고 싶었던 사람에게 이 책은 잔잔한 처방전을 건넨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진심이 남아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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