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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프랑코 마티키오
풍부한 상상력이 깃든 재치 있고 우아한 그림체로 이탈리아 출판계에서 높이 평가받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우편엽서》, 《뒤죽박죽 동물들》, 《우산을 두고 왔어요》 등 여러 도서를 집필했으며, 다양한 대중매체와 협업해 꾸준히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세련된 삽화와 아이러니가 돋보이는 《숨바꼭질》로 2024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역자 : 이혜미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언어인지과학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분야에서 두 나라의 언어를 글로 옮기는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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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24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 수상작!★★★★
전 세계가 사랑한 이탈리아의 걸작, 국내 정식 번역 출간

숨는다는 건 사라진다는 게 아니다

이 책에는 수많은 아이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이름만 남긴 채 숲속이나 커튼 뒤, 조용한 방 한구석에 고요히 숨어 있다. 처음에는 그저 누구나 다 하는 숨바꼭질 놀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조금씩 이상한 온기가 느껴지고는 한다. 말하자면 이 책 속의 ‘숨음’은 도망이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일에 가깝다.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스스로로부터 잠시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고요는 외로움이 아니라 ‘숨 쉴 틈’이다.
《숨바꼭질》은 아이들이 왜 숨는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남긴 자리를 보여준다. 아무도 없는 의자, 살짝 열린 문, 발자국 하나 없는 길까지. 그 빈자리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에 차분해진다. 프랑코 마티키오는 ‘숨는다’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속에서 살아 있는 존재의 기운을 더욱 느끼게 한다. 그러니 숨는다는 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세상으로 나올 힘을 모으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아이들은 그렇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다만 잠시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잊지 말아야 한다. 누구나 한때는 숨어 있었고, 그 시간 덕분에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름을 부르면 깨어나는 기억

이 책은 페이지마다 짧은 이름들이 줄지어 있다. 엘비오, 아말리아, 오를란도…. 얼굴도 이야기도 없지만 이름만으로도 무언가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 작가는 아이들의 얼굴 대신 이름을 남겨 독자들에게 ‘부르는 일’을 맡긴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자연스레 그 이름들을 마음속으로 되뇌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이름을 부르는 순간, 우리의 마음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다른 누군가의 이름이 호명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다. 그건 친구나 가족일 수도 있고, 오래전의 나 자신일 지도 모른다.
이름을 부른다는 건 어떤 존재를 다시 불러오는 일이다. 그래서 《숨바꼭질》은 말보다 조용하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강한 울림을 준다. 이름 하나하나에는 그 사람의 시간과 온기가 담겨 있다. 프랑코 마티키오는 화려한 설명 대신 이름이라는 단서만 남겨 우리에게 스스로 기억을 완성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알게 된다.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부르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책은 잊힌 존재를 떠올리게 하고, 잃어버린 마음을 다시 꺼내어 보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이해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천천히 호명하는 순간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는 것을.

마음의 숲을 지나 나에게로, 나를 찾는 이야기

책 사이사이,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곳에 숨어 있다. 나무 뒤, 커튼 속, 어둑한 방구석까지, 처음에는 그 아이들을 찾는 게 이 책의 목적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깨닫게 된다. 내가 찾고 있던 건 아이가 아니라 내 안에 숨은 어린 날의 나 자신이었다는 걸 말이다.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마음 한편에는 말을 걸지 못한, 혹은 잊어버린 작은 내가 숨어 있다. 프랑코 마티키오의 그림 속 아이들은 그 마음의 조각을 보여 주는 매개체다.
이 책의 힘은 조용함에 있다. 설명하지 않고, 위로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다만, 아이들이 숨어 있는 풍경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그 단순한 장면들 속에서 이상하게도 끓어오르는 온기를 느낄 수가 있다. 그 이유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한때 숨어본 적이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처받기 싫어서, 조금 쉬고 싶어서, 혹은 그냥 세상 속에서 잠시 사라지고 싶어서 숨어버리는 게 낫다고 여겼을 테니까. 이 책은 그런 마음을 다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을 이해하고 다시 나올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그래서 이 책은 숨은 아이를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숨은 나’를 이해하는 이야기다. 숲을 지나고, 이름을 부르고, 불빛 옆에 멈춰 섰을 때 우리는 깨닫게 된다. 그 아이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찾아낸 우리의 귓가에 이 책은 다가와서 이렇게 속삭인다. “괜찮아, 이제 나와도 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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