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열 개 출판사 청소년책 공동기획 ‘너는 나다-십대’ 시리즈
철수와영희, 자연과생태, 마리북스, 북치는소년, 갈마바람, 학교도서관저널, 리얼부커스, 보리, 히포크라테스, 아이들은자연이다 등 열 개 출판사는 전태일의 풀빵 정신을 생각하며 우리 시대 청소년을 응원하는 인문, 사회, 생태, 과학 교양 도서를 ‘너는 나다-십대’ 시리즈로 함께 펴낸다.
청년 전태일이 이웃과 함께했던 따뜻한 마음,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아갔던 걸음, 더 나은 삶을 위해 외쳤던 힘찬 목소리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도 유효하다. 열 개 출판사는 청소년들이 당당하고 주체적인 시민으로 자신의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너는 나다-십대‘ 시리즈로 좋은 책들을 꾸준히 펴낼 예정이다.
책 속에서
요즘 학생들 책을 너무나 안 읽는다고 걱정하는 소리 들어 봤지? 책 만드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아쉬운 마음은 크다만, 책을 손에 들지 않는다고 읽지 않는 것은 아냐. 공부하며 보고 듣는 수많은 텍스트, 쉴 때 보는 영화나 웹툰 같은 시각 매체, 기사나 SNS에 달리는 댓글들, 그리고 친구들과 문자로 소통하는 건 일상이잖아. 친구들과 사귀고 미워하고 놀고 싸우면서 너만이 경험하고 말하고 듣게 된 특별한 말도 정말 많지. 나로부터 시작하는 국어 공부를 할 좋은 자료가 네 안에 충분히 있어.
내 안에 저장된 나만의 국어 자료를 검색해 보는 건,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이기도 해. 내가 쓰는 말을 점검해 보고, 내 안에 저장된 말을 꺼내 보며 나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지.
-〈보통의 단어 도감〉 18쪽
힘든 일이 생겼을 때도 공부가 나를 잡아 주었어. 공부는 구명보트 같았어. 사람 때문에 힘들 땐 심리학이나 철학 공부에 끌렸고,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종종 그림 수업을 들어. 그러면 더 즐겁게 즐길 수 있지. 공부는 자신감을 주고, 긍정을 만드는 선순환을 만들어.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 너의 ‘기쁜 말’은 뭘까? 기쁜 단어를 만나면 환대해 줘. 너의 언어 창고에 가장 큰 자리를 내어 주는 거지.
-〈보통의 단어 도감〉 30쪽
기억과 감정은 연결되어 있대. 감정이 강렬해서 오래 기억에 남았던 거야. 그래도 진짜 감정을 찾아낸 덕분에 금세에 대해 느껴지는 감정이 서서히 바뀌었지. 금세는 사전을 열게 하는 단어이자, 실수했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감정에 시선을 돌리게 하는 단어야. 다른 사람의 지적도 힘들지만,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불행감이 커져. 내가 나에게 친절하게 마음을 써 주지 않으면 마음이 토라져 버려. 내가 나에게도 감추더라고. 더 어려운 건 그 감정을 그대로 마주하는 거야. 용기가 필요했어. 용기는 힘을 쓰는 게 아니라, 나를 믿는 거더라.
-〈보통의 단어 도감〉 50쪽
아마도 국어 선생님은 낭송에 이어서 시에 대해 알려주셨을 거야. 시인 김수영은 누구고, 풀은 민초(民草)를 상징하며, 은유법이 쓰였고 등등. 하지만 나는 계속 풀밭에 있었어. ‘풀’이라는 글자가 공기 반 소리 반 섞이고 발음되면서, 살아있는 말이 되어 나에게 도착했어. 시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기분이 싱그러워졌고 아주 평화롭고 좋은 기분이었지. 아름답고 신비한 말소리였어.
-〈보통의 단어 도감〉 81쪽
이러한 규범은 무척 방대하고 어렵지만, 문자보다 우리의 말소리가 먼저였다는 점, 그래서 헷갈리지 않고 서로 잘 소통하기 위해 우리의 소리를 문자로 기록하는 방법을 규정해 놓았다는 점을 이해해. 그리고 꼭 입술을 움직여서 공기 반 소리 반 발음하면서 국어를 공부하길 당부할게. 우리말 문법을 비롯해 새롭고 어려운 것을 배울 때 낯선 단어 앞에 숨이 막힐 때가 있어. 어떤 ‘음운 변화(변동)’도, 내 폐에서 발동하는 공기로 시작하고 내가 조절하는 조음 기관 안에 다 있어. 그러니 어려운 용어 때문에 네 목소리를 내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길 바라.
-〈보통의 단어 도감〉 110쪽
언어는 세상과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이자 강력한 힘을 가졌지. 외워서 저장하기에서 멈추지 않고 글과 말로 사용하는 게 중요해. 단어는 역시 문장, 이야기, 맥락 속에 있을 때 빛이 나. 시와 소설 같은 문학도 창조이지만, 어떤 단어를 만들어 내거나 기존의 단어를 사용해서 개념을 만들어 내는 것도 창조야. 아마 ‘상상, 행복, 꿈’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도 단어에 담긴 이후에 우리가 조절하고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을 거야. 리좀, 땅속줄기가 철학자의 개념이 되었듯이 이끼와 같은 식물, 우듬지 같은 나무 생태계가 우리에게 지향을 알려주는 또 다른 개념으로 탄생할 수도 있을 거야.
-〈보통의 단어 도감〉 152쪽
국어 공부는 핑계고, ‘모든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응원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모든 나’에게 내가 좋아하는 보통의 단어를 평범한 목소리로 응원하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 편집자로서 빨간펜을 들고 이 책을 교정본다면 수정할 게 많지만, 그대로 내미는 목소리로 평소의 말버릇 그대로 썼어. 너도 말하듯, 이모에게 메일을 쓰듯, 문자를 보내듯 써 봐. 글쓰기와 생각하기를 방해하는 것은 잠시 옆으로 비켜 두고. 네 목소리를 내미는 게 중요하니까. 우리를 잇는 대화와 소통이 더 중요하니까.
-〈보통의 단어 도감〉 1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