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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김강산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모험을 하는 중입니다. 앞으로 어떤 여정이 펼쳐질지 두려움과 환희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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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슬픔에는 이유가 없을 수 있다

숲은 조용했다. 파랑새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른 새들이 날개를 펴고 하늘을 갈라도,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정말 많다는 말을 들은 뒤에도 파랑새는 움직이지 않는다. 새로 태어났으니 날개를 펼치지만 하면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을 것이나 파랑새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떤 새들은 그런 그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파랑새는 늘 거기에 있다. 날고 싶지 않은 이유는 없고, 날지 않아도 파랑새의 시간은 흘러간다.

그냥 날고 싶지 않다는 책 속의 파랑새를 오래 바라보았다. 이유 없는 멈춤,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날들이 거기에 있다. 이 책은 그렇게 멈춰 있는 순간에도 그 시간을 살아가는 어떤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무언가를 성취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을 삶이라 부른다. 그러나 《날고 싶지 않은 새》는 오히려 멈춰 있는 순간에도 삶이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파랑새는 게으른 것도, 다친 것도 아니다. 그저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다. 그의 숲은 그런 모양으로 태어난 그가 살아가는 존엄한 삶의 자리다.

《날고 싶지 않은 새》는 날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한 통의 편지 같다. 우리는 종종 이유 없는 슬픔과 무기력 앞에서 이유를 찾지만 끝내 찾지 못해 스스로 꾸짖고는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굳이 날지 않아도 괜찮고 슬픔에는 이유가 없을 수도 있으며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것만이 새로 태어난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운 일이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면 어느새 마음 한편이 느슨해진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모든 생명은 존엄하게 슬픔과 무기력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그건 패배가 아니다. 그냥 삶의 방식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함께 견디는 슬픔

쓰레기통에 버려진 파랑새를 물고 날아오른 플라밍고는 그에게 왜 날지 않느냐고 묻지 않는다. 다른 새처럼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근사한 곳인지에 대해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곁을 지키며 함께 노을을 보고 열매를 따 먹으며 바람을 맞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파랑새는 날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의 마음이 조금 덜 외로웠을 수는 있을 것 같다. 사랑은 말없이도 마음을 덥히니까. 그래서 어쩌면 사랑이라는 건 우리에게 말이라는 문명이 생기기 전부터 서로의 마음을 잇던 아주 오래된 언어 같은 것이 아닐까. 말보다 먼저 존재한 그 온기는 서로를 해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종종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어 한다.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가늠해 보면 그건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일 수 있겠다. 하지만 오래된 슬픔은 그런 위로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저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이 더 큰 힘이 될 때도 있다. 두 새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바로 그런 침묵을 닮았다. 그들은 서로의 어둠 속에서 불빛을 찾지 않는다. 대신 그저 곁에 있어 준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어둠은 덜 무서워진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마음이라는 건 바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물게 하려는 손길이 아니라 아물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겨주는 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곁을 지켜 주는 일. 그건 아주 차가운 마음에 작은 온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플라밍고와 파랑새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랑이라는 건 결국 말이 아닌 곁을 내어주는 일임을 알게 된다. 서로를 바꾸지 않아도, 무엇을 해 주지 않아도 괜찮다. 함께 있는 시간 그 자체가 이미 위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 파랑새처럼 날고 싶지 않은 날을 마주할 수 있다. 또 누군가의 곁에 플라밍고처럼 조용히 앉아 있는 날도 있을 테다. 그럴 때면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도 마음은 남는다는 사실을. 그 고요한 순간이야말로 슬픔을 견디는 힘이 된다.

사랑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플라밍고의 날개는 점점 희끗해져만 간다. 한때 붉게 빛나던 깃털은 낙엽처럼 바닥에 떨어진다.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 이미 알고 있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파랑새는 울거나 외면하려 하지 않는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식으로 이 시간의 끝을 애도하려 한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지나가게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뒤는 남은 이의 몫이다. 파랑새는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소란스러운 이별이 있는 반면, 아주 조용히 찾아왔다가 소리 없이 떠나가는 이별도 있다. 파랑새는 그렇게 작은 부리로 플라밍고의 쇠사슬을 들어 올린다. 그렇게 플라밍고가 견디었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실 그건 플라밍고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파랑새의 슬픔과 기억, 그리고 함께 견딘 어떤 무게들은 전부 플라밍고의 마침표 앞에 존재한다.

이별은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러나 이별이 완전한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파랑새가 그곳에 있는 한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함께 보낸 시간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플라밍고가 남긴 온기는 사라지지 않고 파랑새의 날개 속에 남는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날기 위한 힘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했던 마음으로 앞으로의 날들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기억의 온도다. 파랑새의 세상은 여전히 낯설고 어둡다. 그러나 파랑새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그는 천천히 숨을 쉬며 가끔 하늘을 바라보고, 그곳을 날아오를 결심도 하게 될 것이다. 구원은 그렇게 이어진다. 누군가의 건넨 사랑이 또 다른 마음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일처럼, 아무 설명도 필요 없는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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