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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서문 ‘어림’을 사랑하는 일 8
초판 서문 모든 소란은 고요를 기를 수 있다 14

1부 누가 사랑에 빠진 자를 말릴 수 있겠어요?
서쪽, 입술 24
바둑돌 속에 잠긴 애인 29
하필何必, 이라는 말 32
당신이 아프다 41
손톱 걸음 45
통화중 51
사랑이 어긋났을 때 취하는 두 가지 태도 53
비자나무숲 56
나는 나를 어디에서 빨면 좋을까요? 64
일곱 살 클레멘타인 66

2부 나는 안녕한지, 잘 지내는지
첫, 80
서른 83
겨울 바다, 껍질 88
그보다 나는 안녕한지 94
뱀같이 꼬인 인생일지라도 97
바보 이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100
이파리들 108
요리하는 일요일 110
완창完唱에 대하여 114
사과는 맛있어 117
오후 4시를 기보記譜함 120
모란 일기―토지문화관에서 124

3부 시는 가만히 ‘있다’
당신의 부러진 안경다리 132
똥을 두고 온 적도, 두고 온 똥이 된 적도 있다 135
글쓰기의 두려움 141
도레미파솔라‘시’도 속에 잠긴 시詩 147
하이힐―사랑에 출구는 없다 151
청국장은 지지 않는다 157
꼭지 160
음경 164
잠지 166
계단 168
꿈 171
코―감기전感氣傳 174
고양이 177
춤, 말보다 앞선 언어 179

4부 방금 태어난 눈물은 모두 과거에 빚지고 있다
슬픔은 슬픔대로 즐겁다 190
고모 방 197
할머니 201
잃어버린 것들은 모두 유년에 가 산다 205
내 침대 아래 죽음이 잠들어 있다 209
봄비 216
신발 가게 219
겨울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녹는 것이다 221
12월, 머뭇거리며 돌아가는 달 223
가는 봄에게 목례를―죽은 아빠에게 227
느리게 오는 것들 233
저자 소개
저자 : 박연준
무지몽매해서 늘 실연에 실패한다. 무언가를 사랑해서 까맣게 타는 것이 좋다.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과 산문집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내 아침인사 대신 읽어보오』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모월모일』 『쓰는 기분』 『고요한 포옹』 『듣는 사람』, 장편소설 『여름과 루비』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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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나는 시간이 그리다 만 미완성작,
완성은 내가 사라진 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나 이루어질 것이다

『소란』의 제목은 두 가지 뜻을 가졌다. ‘시끄럽고 어수선함’의 소란(騷亂)과 ‘암탉이 알 낳을 자리를 바로 찾아들도록 둥지에 넣어두는 달걀. 밑알이라고도’ 하는 소란(巢卵). 시인은 가볍고 무거운 소란(騷亂)들이 모여 몸을 누일 소란(巢卵)이 되기를, 그 누구도 너무 많이는 아프지 않기를(44쪽) 바라며 계속해서 시를 썼다. 그리 써온 것이 어언 이십 년. 서툴고 소란했던 마음들을 한 권으로 엮고자 ‘사랑’과 ‘일상’과 ‘시’와 ‘가족’을 키워드로 4부를 꾸렸다. 지금 『소란』을 다시 펼치는 것은 박연준 시인이 그간 통과해온 수많은 ‘어림’을 차근히 톺아보며, 눈물이 흐르지 않는데도 우는 것처럼 보였던 시절(191쪽)을 보살피는 일이다.
시인은 꺾인 채로 기다래지는 사랑을 위해 노래하는 버드나무가 되어 밤과 낮을 지새울(31쪽) 것이라 말하며 사랑하고 살았던 과거와 사랑이 당도할 미래를 가늠한다. 그렇게 가늠한 시간은 우리 얼굴에 금을 긋고 도망가고(26쪽), 기울어진 것들에 대한 시인의 애정은 기어코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 미완성작으로 남는다. 그러므로 이 책은 완성을 유예하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고자 하는 글들의 묶음이 된다. 눈물이 흐르지 않는데도 우는 것처럼 보였던 시절(191쪽)로부터 멀어지지 않으려는 뜨거운 열망과, 도대체 버림당할 수 없는 비밀들(65쪽)에 대한 빼곡한 기록. 소란(騷亂)한 것들을 잔뜩 사랑하며 소란(巢卵)의 자리에 곡진히 써내린 맑고 열렬한 사랑의 자국들이 여기 있다.

슬픔을 지나온 힘으로
앞으로 올 새로운 슬픔까지 긍정할 수 있음을

‘헝클어짐이 사랑의 본질’(『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문학동네, 2024)인 박연준 시인에게 삶의 본연은 슬픔에 가깝다. 시인에게 슬픔을 감당하는 일이란, 떨어지는 꽃들의 무게를 무릎으로 감당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156쪽)과도 같다. 그는 슬픔이 즐거울 수 있음을, 슬퍼하지 않으면 더이상 어떤 시나 노래도 태어나지 못할 것임을(196쪽) 알고, 슬픔이 삶에 스며 있음을 기껍게 여긴다. 그러니 슬픔은 오히려 기쁨이고 사랑이 되는 것이다. 사랑하니 슬퍼지고, 슬퍼하니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워진다. 그리하여 시인은 근작 시집에서 ‘깨진 것들을 사랑의 얼굴이라 부르는’ 곳에 당도하고, 이 세계에 사랑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먼저 소란(騷亂)해야 한다는 어떤 필연성을 그린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의 첫 산문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꽃과 볕과 정을 탕진하듯 다 써버린(230쪽) 어린 날, 얼마나 절박하게 사랑하고 얼마나 절실히 시를 썼는지를 돌보듯 읽다보면 시인 박연준이 오래도록 품고 살았던 슬픔의 소란(巢卵)을 자연히 발견하게 된다. 그 자리에 찾아든 슬픔은 차근히 켜켜이 쌓여 기울어진 사랑의 더께를 만들어내고, 시인은 그것을 연료 삼아 더욱 살아간다.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살아 있다(214쪽).
표지에 들어간 정나온 작가의 작품은 김민정 시인이 박연준 시인의 생일에 선물한, 시인의 면면을 지독히도 닮은 그림이다. 고집 세고 눈물 많고 모든 게 처음인 여성. 여리면서도 질기고, 무슨 일이 있더래도 홀로 직진하며 뚫고 나가는, 그러면서도 겁먹은 속마음을 들키고야 마는 여성. 마주한 눈동자에서 『소란』 속 다정하면서도 소란한 시인의 말투와 ‘어림’을 간직한 표정이 고스란히 읽힌다.

쓴다는 것은 ‘영원한 귓속말’이다. 없는 귀에 대고 귀가 뭉그러질 때까지 손목의 리듬으로 속삭이는 일이다. 완성은 없다. 가장 마음에 드는 높이까지 시와 함께 오르다, 아래로 떨어뜨리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박살은 갱생을 불러온다. (…) 끝내 시 속에서, 인생을 탕진하고야 말겠다. _「글쓰기의 두려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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