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법의 중심축을 인간에서 자연으로 이동하는 원칙,
‘의심스러울 때는 자연의 이익으로’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제1부 「기후 소송과 지구법」에서는 기후 소송의 최신 동향을 살피는 한편, 자연에 권리를 부여하고 공동체의 의사 결정에 자연을 참여시키는 철학과 방법론으로서 지구법학과 기후 소송을 한데 묶어 생각해본다. 박시원은 「기후 소송의 최신 동향」에서 전 세계적으로 기후 소송이 급증하는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는 헌법·인권 소송과 기업 소송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이재홍은 「지구법학과 기후 소송─헌법적 관점」에서 2024년 8월 한국 헌법재판소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부 위헌 결정의 법리를 ‘과소 보호 금지 원칙’ ‘심사 강도’ 등을 중심으로 분석하는 가운데, 기후 소송은 헌법상 권리와 의무의 구조 속에서 심사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제2부 「지구법 실무의 확장」에서는 입법과 정책 수립, 기업 경영에서 지구법이 활용될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당파적 대리인hired gun’ 모델에 기반한 현재의 법조 윤리에 도전하며 지구법적 관점에 입각한 새로운 법조 윤리의 과제를 다룬다. 오동석은 「지구법학 관점에서 생태 관련 입법과 정책의 평가와 과제」에서, 기후위기와 생태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구 자체를 권리주체로 인정하는 법적 틀이 필요하며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면 입법과 정책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류정화의 「지구법학과 ESG」는 기업 경영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인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가 종종 단기 비용을 최소화하고 마케팅에만 이용되곤 하는 현실 속에서 지구법학이 기업 활동을 보다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평한다. 오동석이 쓴 또 하나의 글인 「지구법학 관점에서 법조 윤리」는 법체계가 기후위기 심화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가속화했다는 점에서 법조인이 이 체계의 운영 주체로서 일정 책임이 있다며, 법조인의 윤리란 의뢰인만이 아니라 지구 공동체 전체의 안녕을 고려하는 책임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제3부 「지구법 판례」는 전 세계적으로 속속 등장하는 지구법 또는 환경법 판결을 다룬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축적되고 있는 지구법 판례와 자연·동물의 권리 인정 과정을 다루는 조희문의 글 「라틴아메리카의 지구법 판결?동물과 자연의 권리」는 라틴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파차마마(대지의 어머니) 전통이 국제 환경법의 진전과 환경보호에 대한 에콰도르 사회의 인식 변화와 맞물려 라틴아메리카 헌법과 판례를 지구법적으로 재구성하고 있음을 살펴본다. 김선희는 「북아메리카와 기타 지역의 지구법 판결 및 법제」에서 자연 자체를 권리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구법학적 전환이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박태현의 글 「한국의 지구법 판결─사례와 전망」은 비교법적 검토를 통해 한국 사법부도 점진적으로 자연의 권리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외국의 자연의 권리 판결에 대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구 공동체적 관점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