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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이다
반짝임에 홀리다
검지 아니하다
향기를 새기다
현곤(玄袞)의 세상, 하나
담을 넘다
그네를 뛰다
허(虛)를 엿보다
색(色)을 낚다
현곤의 세상, 둘
상처를 새기다
달콤함을 새기다
문을 두드리다
비파를 타다
현곤의 세상, 셋
귀신과 놀다
나비를 좇다
밤을 밟다
휘몰다, 먹구름
먹지 위 검은 한 점
그 후

│작가의 말│ 그녀의 모험, 그녀의 사랑, 사랑이라는 모험
저자 소개
저자 : 김별아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데뷔 초기 사회 변화와 함께 불어닥친 혼란을 개인적 감성으로 써내려간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개인적 체험』을 발표해 젊은 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후 소재의 다각화에 몰두한 『축구전쟁』으로 호평을 받았다. 30대에 접어들어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영영이별 영이별』『논개』『백범』『열애』 등을 펴내며 실존인물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으며,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역사에 휘말린 조선 청년의 이야기 『가미가제 독고다이』를 발표했다. 이후 ‘조선 여성 3부작’으로 『채홍(彩虹: 무지개)』 『불의 꽃』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를 펴냈다. 원작을 복원한 ‘무삭제 개정판’ 『미실』을 출간했으며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 김명순을 주인공으로 한 『탄실』을 발표했다. 이외에 소설집으로 『꿈의 부족』이 있다.

산문집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가족판타지』(『식구』개정판)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 『삶은 홀수다』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등을 통해 소소한 일상과 그 안에서의 깨달음을 담았고, 아들과 함께 오른 백두대간 이야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군에 간 아들에게 쓴 편지인 『스무 살 아들에게』, 서울 시내의 표석을 따라 걸어본 도시산책기 『도시를 걷는 시간』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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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조선을 발칵 뒤집은 충격적 스캔들
왕실의 여인에서 음녀와 탕녀의 대명사로 전락한 어우동
김별아 작가가 재해석한 매혹적이고 우아한 파격
“세상이 허락한 만큼만 살기에 삶은 너무나 짧다!”


그의 몸에 내 이름을 새기고 그 자취를 가슴에 품었다
고관대작의 딸로 태어나 왕실의 며느리로 살았으나
한낱 허무할 뿐인 자신을 되찾기 위해 끝없이 방황한 여인, 어우동


‘열녀’ 또는 ‘음녀’로 평가되는 조선시대 여인들 속에서 ‘희대의 방종녀(放縱女)’로 남은 여인,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의 손자며느리에서 남편에게 버림받은 소박데기가 되었다가, 이후 3년여의 짧은 기간 동안 열여섯 명이 넘는 남자들과 간통한 사실이 밝혀진 지 3개월 만에 급기야 교형(絞刑)에 처해진 여인, 양반가의 여인으로서 신분, 나이, 촌수를 아랑곳하지 않고 종친부터 노비까지 관계를 가지고 문신으로 그 이름을 남긴 전대미문의 사건 속 여인, 어우동. 『조선왕조실록』이 담아내지 못한 그녀의 진정한 갈망은 무엇이었을까?
『미실』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김별아 작가가 조선이라는 억압적 사회와 욕망하는 여성의 충돌을 주제로 구상한 ‘조선 여인 3부작’의 마지막 편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를 출간한다. 조선 왕실 동성애 스캔들을 다룬 『채홍(彩虹: 무지개)』, 세종대 양반가 간통 사건을 그린 『불의 꽃』에 이어 조선 최고의 ‘문제적 여성’ 박어을우동(朴於乙宇同)의 삶을 되살려냈다(소설에서는 대중에 익숙한 ‘박어우동’의 표기를 따랐다). 사랑했기 때문에 국가권력에 의해 비극적 죽임을 당한 여인들을 다룬 3부작 중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는 당돌하고 능동적이며 모험적인, ‘별종의 여인’에 관한 이야기로, 작가는 엄격한 신분 사회에서 사랑이라는 모험을 통해 자아를 찾고자 한 방랑자를 소설로 형상화했다.
‘어우동 사건’은 성종 11년(1480년) 6월 13일 방산수 이난의 간통사건으로 『실록』에 처음 등장한 후, “음행을 자행하여 풍속을 문란하게 한 부녀”를 율법에 의해 다스릴지 극형을 내릴지를 논한 내용이 16번이나 언급될 정도로 조정 내에서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열두 명의 대신 중 여덟 명이 극형을 반대하고 네 명이 찬성했음에도 성종의 강한 의지에 따라 어우동만 교형에 처해지고 사건과 관련된 남자들은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으며 종결되었다. 이는 2년 후 폐비 윤씨가 실덕(失德)을 이유로 사사되는 사건과 함께, 성리학의 나라를 세우려는 성종대의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으로 민간에까지 회자됨으로써 『용재총화』 『송계만록(松溪漫錄)』 등에 실려 ‘어우동’이라는 이름이 대중에 각인되는 결과를 낳았다.
작가는 어우동의 행적과 가정사를 추적하였고, 소설적 상상력을 덧붙여 입체적으로 사건을 그려냈다.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기 3년 전 남편 태강수 이동은 누명을 씌워 어우동을 내쳤고 왕의 재결합 명령에도 따르지 않았는데도, 성종은 이동의 작첩을 빼앗은 지 석 달도 안 되어 돌려주었다. 작가는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와 방탕한 오빠 아래 자란 어우동이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돌아갈 곳이 없었던 것에 주목한다. 스스로 이름을 짓고 부나비처럼 떠돌아야 했던 그녀의 삶은, 남성 중심의 신분질서 속에서 자기결정권을 갖지 못한 여성들이 가져야 했던 욕망의 한계를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작가는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성종이 마음속의 소년을 꾹꾹 누르고 스스로를 유교적 윤리와 도덕으로 옭아매어 이상적인 군주가 되고자 했으리라는 점을 지적했다. 청상과부였기에 더 철저히 교육시킨 어머니를 거스르지 않고 훌륭한 왕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했기에 어우동의 추문과 도발을 더욱 강력하게 다루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태평성대의 군주’ 성종이 왜 극단의 결정을 내려야 했는가를 이해해 보려는 시도로 작가는 박제된 역사의 기록을 인간 삶의 기록으로 변모시킨다.
어우동은 추포된 후 3개월 만에 죽음으로 최후를 맞고, 마침내 왕실의 족보인 『선원록(璿源錄)』에서 이름이 삭제됐다. 정사품의 ‘혜인(惠人)’이라는 봉작을 버리고 스스로 지은 이름 ‘현비(玄非)’로 새 삶을 선택했던 그녀는 “누구의 딸도 아내도 어미도 아닌, 순정한 암컷”으로 살았고, 그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몸부림쳤던 한 여인의 절박한 외침을 읽어냈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고개를 흔들 만큼 파격적이고 흥미로운 인물로서 소설, 영화, 드라마 등에 자주 등장하는 어우동이지만, 작가는 그간의 시각을 극복하고 한 사람으로서 그녀가 살아낸 삶의 궤적을 추적해 보고자 했다. 신분과 지위로 포장되지 않은 인간의 맨얼굴을 탐구한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사회적 한계가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억압하는지, 진정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등장인물 소개]

박어우동 : 양반가의 여식으로서 왕실 종친인 태강수 이동과 혼인하여 ‘혜인’이라는 봉작을 받는다. 그러나 은장이와 간통했다는 거짓 누명을 쓰고 남편에게 쫓겨난다. 친정으로 돌아가지 않고 ‘현비’라는 새 이름을 짓고 새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이동 : 효령대군의 아들 영천군의 서자로 어우동의 남편. 기생 연경비에 빠져 어우동을 쫓아낸다. 재결합하라는 왕명을 어겨 작첩을 빼앗기지만, 석 달 만에 돌려받는다.

이난 : 세종대왕의 서출 계양군의 서자로 어우동을 진심으로 사랑한 첫 번째 남자. 어우동이 다른 남자들을 만날 때에도 끝내 그녀에 대한 마음을 놓지 못했고, 그녀가 추국을 당하고 사형에 처해질 때도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이 사건과 관련되어 유배된다.

성종 : 예종이 갑작스럽게 승하한 후 열세 살의 나이로 보위에 오른다. 청상과부였던 어머니에게 엄한 교육을 받고 자란 그는 마음속의 소년을 숨긴 채 임금으로서 도덕과 법을 따른다.

박강창 : 중인 계급이자 서자로 신분에 대한 분노와 울화를 가슴속에 품고 있다. 어우동과 뜨겁게 사랑하지만 질투와 분노를 이겨내지 못하고 헤어진다.

장미 : 어우동의 여종으로 어릴 때부터 그녀의 곁을 지키며 고락을 함께한 친구 같은 사이. 어우동에게 사헌부 아전 오종년을 소개해 주며 새로운 삶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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