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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술렁술렁 산타 마을
시름시름 산타들
좌충우돌 딸막이
기진맥진 황제펭귄
오락가락 회의장
시끌벅적 기숙사
용감무쌍 딸막이
오리무중 딸막이
조마조마 약 구하기
눈앞이 가물가물
딸막이산타 만만세!
저자 소개
저자 : 장세련
창주문학상과 아동문예문학상 동화 당선으로 동화작가가 되었습니다. 지은 책으로 『시크릿 키』, 『아빠의 불량 추억』, 『내가 왜요?』, 『황금똥을 누는 고래』, 『마성에 새긴 약속』, 『마법의 지팡이』, 『채욱이는 좋겠다』 등 30여 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나도 할 수 있어』는 일본어로 번역되어 구마모토현 쇼케이대학의 한국어학과 교재로 채택되었습니다. 울산문학상, 울산펜문학상, 동요사랑대상, 『살구나무 골대』로 제18회 서덕출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울산아동문학인협회 초대 회장을 지냈고, 도서관과 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그림책 작업과 글쓰기 지도를 하며, 어른 대상의 독서 강좌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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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성탄절이 한 달 남짓 남았다. 산타 마을이 술렁거렸다.
이맘때쯤이면 들떠서 한창 술렁거릴 시기다. 세상의 어린이들에게 전할 선물준비로 가장 바쁠 때다. 포장하는 손길에서도 기쁨이 느껴지곤 했다. 포장된 선물을 커다란 주머니에 담느라 바쁘게 움직일 때다.
올해도 술렁거리는 건 여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달랐다.
“올해 내가 갈 곳은 어디지?”
“개구쟁이라도 아이들을 만난다는 사실에 가슴은 뛰는데…….” -10쪽

“어? 저것 봐.”
딸막이가 창밖을 가리켰다.
기숙사 둘레에 심어둔 가문비나무도 술렁거리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나무 사이로 산타들이 보였다. 양지쪽으로 하나둘 모여드는 어른 산타들이었다.
양지로 모여든 산타들은 곧 회의장으로 향했다.
“오늘 회의에서 뾰족한 수가 나려나? 쿨럭!”
귀늘어진산타가 손을 입에다 대고 기침을 했다.
“다 털보산타 때문이야! 쿨럭! 괜히 황제펭귄을 돕는답시고! 쿨럭쿨럭!” -16쪽

어떤 쪽지를 뽑든 자신이 뽑은 지역에 대해서는 누구도 불만을 품을 수 없었다. 그것이 산타 마을의 법이었다. 자신이 뽑은 쪽지에 적힌 지역으로 가는 건 산타들의 오랜 전통이었다. 지역이 너무 멀어서 힘에 부치는 산타도 있었다. 몸이 약한 산타에게는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는 가끔 가까운 지역으로 바꿔주기도 했다. 물론 회의를 거친 후에 결정이 났다. 만일 누군가가 양보를 해서 서로 바꾸면 회의가 열릴 일이 없었다. 다만 그런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서 배달 지역을 바꾸는 회의는 거의 종일 열렸다.
지역을 정하는 투표를 할 시기라 어느 때보다 기대에 들뜬 산타들의 유쾌한 목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모인 이유는 달랐다. 아주 엉뚱한 회의를 위해 모인 것이었다. 산타들의 건강 문제가 회의의 중심 내용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느 때와 같이 기분 좋은 회의로 즐거웠을 것이다. -25쪽

산타 교육생들의 눈빛이 별보다 반짝이게 하는 것도 소원편지였다.
전 세계에서 날아든 편지를 읽고 나라별로 나누는 것이 첫 번째 일이었다. 3명씩 조를 짜서 규칙에 맞는 내용부터 고르는 일은 두 번째였고, 그렇게 골라낸 편지를 더 엄격한 잣대로 고르는 일은 회의를 거쳐서 결정했다.
“선물을 받을 어린이는 고맙고 기쁠 것이나, 선물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서운할 수는 있으나 억울한 어린이는 없어야 한다.”
사감산타의 설명에 따라 들어줄 소원을 고르는 규정은 세 가지였다.
자신만을 위한 소원이 아닐 것, 진심으로 바라는 것, 스스로도 노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 기준이다. 이런 기준은 산타 교육생들의 마음도 자라게 했다. 소원편지를 읽으면서 자신들을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지나친 욕심이나 거짓, 나이에 걸맞지 않은 소원도 많았다. 그런 것들을 따로 골라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곤 했다. -29쪽

털보산타는 어린 산타들의 교육을 도맡고 있었다. 뚱이산타도 털보산타에게 교육을 받아 산타가 되었다. 털보산타가 교육 중에 늘 강조하는 것은 상대의 마음 어루만지기였다. 산타끼리도 마음을 어루만질 줄 모른다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산타가 될 자격은 없다고 했다.
“자, 다들 조용! 먼저 딸막이의 말을 들어보세나.”
우두머리산타가 다시 산타들의 술렁거림을 잠재웠다.
“바닷가에 갔더니 덩치가 큰 새가 쓰러져 있었어요. 허연 배가 드러났는데 목이 오렌지색인 걸 보니 황제펭귄이 틀림없어요. 죽은 거 같아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는 못했어요. 멀리서 소리쳐 불러도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죽었으면 어떡해요? 어엉엉~”
딸막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회의는 중단되었다.
“울지 마라. 너희는 숙소로 돌아가서 기다려라.”
우두머리산타가 딸막이와 쪼꼬미에게 일렀다. -42쪽

“모두 맞는 말이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누군가의 아픔을 헤아리는 걸세.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게 산타의 첫 번째 임무지만 죽어가는 생명을 모른 체하는 게 과연 옳을까? 생명을 지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네. 그 때문에 산타 헌장에도 적지 않은 거라네. 원래 모든 이들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것은 부러 강조하지 않거든. 더구나 우리는 착한 아이들을 찾아서 선물을 나누어주어야 할 산타가 아닌가? 위험에 빠진 생명을 모른 체한 우리를 착한 아이들이 과연 어떻게 생각하겠나?” -49쪽

산타 마을은 발칵 뒤집혔다. 황제펭귄을 돕거나 상태가 궁금해서 우두머리산타의 집을 드나든 산타들은 하루 이틀 사이에 모두 앓아눕고 말았다. 오늘 회의가 열리게 된 것은 그 때문이었다.
회의장 안은 약초 냄새가 가득했다. 회의장 가운데 놓인 난롯불에 약초를 달이는 중이었다.
“우선 약초 달인 물부터 한 잔씩 하고 보세. 따뜻한 물이 몸을 데워줄 테니.”
우두머리산타가 팔랑귀산타에게 물을 따르게 했다. 팔랑귀산타도 아프긴 했지만 다른 산타들에 비하면 열도 기침도 덜했다. -61쪽

“여러분도 알다시피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할 날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 온 마을에 바이러스가 퍼져서 산타님들이 모두 감염이 되었어요. 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막으려면 우선 입을 가려야 해서 지금부터 우리는 마스크를 만들 거예요. 그동안 여러분은 산타님들로부터 받기만 했지 선물을 한 적은 한번도 없을 거예요. 이 마스크는 여러분들이 직접 만드는 것이므로 아주 귀한 선물이 될 것이며 마을을 살리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70쪽

교육생이 지켜야 할 규칙을 어기면 벌을 받는다는 걸 딸막이는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벌써 여러 번 벌을 받은 경험도 있는 터여서 겁도 나지 않았다. 산타 학교에서 쫓겨날 정도만 아니면 어떤 벌이든지 받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안 돼. 넌 아직…….”
“교육생이지만 저는 발도 빠르고, 사슴들과도 친해요. 루돌프와 맑은눈만 있으면 일주일 안에 다녀올 수 있어요. 정말이에요. 자신 있다고요. 온 마을이 병든 건 제가 황제펭귄을 발견했기 때문이고 아빠가 우겨서 치료를 한 거니까 저한테도 책임이 있어요. 부탁드릴게요.”
우두머리산타의 말을 듣기도 전에 딸막이가 졸랐다. -84쪽

‘우리가 뭘 해야 하죠?’
맑은눈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았다.
“나랑 같이 바쿠나 마을에 다녀오는 거야.”
딸막이가 맑은눈의 마음을 읽고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루돌프와 맑은눈은 알았다는 듯 앞발을 바닥에 툭툭 쳤다.
딸막이는 루돌프와 맑은눈의 등에 썰매를 매달았다. 그리고는 썰매에 납작 엎드렸다. 혹시라도 사슴이 움직이는 소리에 교육생들이 창밖을 볼 수도 있어서였다. 썰매에 탄 딸막이를 본다면 교육생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었다.
썰매에는 사슴 두 마리와 딸막이가 일주일 동안 먹을 음식과 물만 실었다. 선뜻 나선 아들이 기특하면서도 털보산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89쪽

산타 마을을 벗어난 딸막이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엎드린 채 달리니 바람은 덜 받았지만 길을 살필 수가 없었다.
몸을 일으키니 앞이 잘 보였다.
정신을 차리니 걱정도 되었다. 루돌프와 맑은눈이 처음으로 먼 길을 가기 때문이다.
“조금만 빨리 달려줘.”
걱정을 떨치려고 루돌프와 맑은눈을 달래듯 재촉했다.
‘혹시라도 일주일 만에 돌아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루라도 늦는다면 먹을 것도 물도 없는데.’ -98쪽

“갈 수 있겠니?”
루돌프와 맑은눈을 격려하듯 물었다.
걱정으로 망설이는 딸막이의 마음을 읽었을까, 사슴들은 썰매 앞에서 옹크렸던 몸을 일으켰다.
“그래. 우리에겐 마을을 구해야 하는 사명이 있어.”
마을을 구한다는 생각보다 자신과의 도전이라고 말했던 딸막이였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세상에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냐. 눈이 내려서 힘은 들겠지만 하얗게 눈 덮인 들판이 밤길을 밝혀줄 거니까.”
최면을 걸듯 말을 하니 힘이 솟았다. -109쪽

“욕심만 버리면 길은 열린다. 죽을힘을 다할 때 사는 길이 열리는 법이고.”
눈을 감고 달리는 딸막이의 귓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털보산타의 가르침이었다.
얼마를 달렸을까? 바람이 잠잠해졌다. 살그머니 눈을 떴다. 눈에 익은 풍경이 나타났다.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건 분명 산타 마을이었다. 산타들이 웅기중기 서 있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와! 딸막이다, 루돌프와 맑은눈이 온다. 쪼꼬미와 불뚝이를 보낸 건 잘한 일이야.”
“녀석들이 하도 졸라서 보냈는데 아주 큰일을 했어요.”
젊은산타의 말에 다른 산타들도 말을 보탰다.
딸막이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119쪽

“네가 사라진 걸 알고 우리도 그냥 있을 수 없었어. 조르고 졸라서 너를 마중 간 사이 산타학교에서는 크리스마스 기적 상담소를 운영했대. 그런데 네가 이렇게 기적처럼 돌아온 거야.”
“쪼꼬미, 며칠 사이에 어른이 됐네……. 고마워. 약을 먹고는 하루쯤 푹 쉬어야…….”
의사의 말을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던 딸막이가 말끝을 흐렸다.
“딸막이는 물론 쪼꼬미와 불뚝이도 수련산타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개구쟁이지만 강한 책임감이 만들어낸 기적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도 감동을 줄 거니까. 마을을 위기에서 구한 것은 정말 기적이야. 하지만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산타학교의 규칙을 어긴 벌은 받아야겠지?”
우두머리산타의 말이 꿈결처럼 들렸다.
딸막이가 잠든 사이에도 눈은 계속 내렸다. 걱정할 것 없다는 듯이 눈은 소복소복 쌓였다. 온 세상을 하얗게 빛내면서. -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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