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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설 99
삼각주
구

에세이
이 소설의 주인공
해 설
애도하는 사람들―김은하
저자 소개
저자 : 최수진
1991년 울산 바닷가에서 태어나 자랐다.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서울에서 살며 일하고 있다. 평생 강보다는 바다를 좋아했지만 가끔은 강에 정을 붙일 필요를 느낀다. 연작소설 『점거당한 집』으로 사계절출판사가 주관한 제4회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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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타인의 고통을 더듬어 삶의 본질을 관철하고
슬픔의 회로를 재감각하는 이야기

첫 번째 소설 「99」에서 사촌 동생은 아홉 살이나 차이 나는 사촌 언니를 좋아했는데, 그 이유를 명료하게 나열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쌍둥이처럼 닮은 외모에 친척들이 자주 둘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정다운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고, 예쁜 외모를 가진 언니가 좋기도 했고, 낯선 북적거림 속에서 유일하게 손잡아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촌 언니네 집은 꾸준히 개를 키웠다. 유기견을 입양해 사랑과 정성을 다해 돌봤다. 사촌 언니네 집에 친척들이 모일 때면 큰이모는 개들을 밖에 묶어뒀고, 가족들은 그 옆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사촌 동생은 탄 고기를 개에게 주는 사촌 언니에게 이런 것을 줘도 되느냐고 물었다. 사촌 언니는 상관없지 않을까, 하고 말하며 상관하는 건 사람일 뿐이라고 답한다. 그러다 예전에 사촌 언니네 부모님이 개가 죽는 걸 볼 자신이 없어 아픈 개를 개장수에게 팔아버렸다고 고백한다. 사촌 동생은 ‘유기’에 대해 너무 담담히 말하는 사촌 언니의 태도에 당황한다. 사촌 언니는 그러면서 “그런 식의 사랑도 있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사촌 동생에게 그런 식의 사랑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상처받기 싫어 개가 더 끔찍한 죽음에 내몰리도록 선택한다니. 사촌 동생은 그에 대한 대답으로 평생 자신의 발목을 잡을 ‘선언’을 한다.

살면서 오싹하게 나쁜 일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사촌 동생은 탄 먹이를 주워 먹는 개들을 떠올렸다.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 때 묻고 주름지고 실금 간 채 자라는 스스로를 보았다. 고통과 죽음을 외면하는 행위는 사랑일 수 없다는 선언, 그 선언이 세상을 보는 시야에 음영을 더해 사촌 언니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게 했고 외면할 수 없게 하였다. (「99」 17쪽)

사촌 언니는 스물여섯 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사촌 언니의 죽음 이후 큰이모는 사촌 동생과 전화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사촌 동생의 양친은 이를 꺼려했다. “장례 사흘간 함께 밤을 새며 큰언니를 껴안고 내내 울었던” 어머니는 사촌 언니의 죽음으로 인해 사촌 동생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사촌 동생이 나서서 전화를 할 수 있다며 받았을 때, 막상 큰이모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비밀’을 털어놓았다. 사촌 언니가 죽기 전, 큰집에 들른다던 사촌 동생에게 봉투를 건네주며 이것을 제 책상 서랍에 넣어달라고 한 것이다. 사촌 동생은 봉투 안을 봤지만, 그것까지 이모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그걸 말하면 봉투 안에 들어 있던 건 현금 100만 원이고, 자신이 거기에서 만 원을 빼갔다는 사실까지 털어놔야 했기 때문이다. 별 이유 없이 가져간 만 원은 비밀이 되어 사촌 동생을 내내 따라다녔다.

사촌 언니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그 죽음을 놓지 못하는지를 생각하다가, 텅 빈 학교에서 홀로 새끼를 낳은 애꾸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삶의 기쁨을 누려도 되는지 의문을 가지면서, 그럼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나누고 사랑을 주고받기로 한다. 사촌 언니를 보러 납골당에 갔을 때, 사촌 동생은 언니의 영정 앞에 웅크려 있는 여성을 발견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100만 원과 사라진 만 원의 행방에 대해 털어놓게 된다. 사촌 동생이 만 원과 함께 가져온 마음의 짐은 무엇이었을까. 사촌 언니의 죽음과 사촌 동생, 납골당에서 마주한 여성은 어떠한 ‘죽음 그 이후’를 맞닥뜨리게 될까.

돌봄과 책임으로 직조된 죽음 이후의 풍경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선 감각적 서사

두 번째 소설 「삼각주」는 사촌 언니의 친구인 ‘나’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여행길에 오른 ‘나’는 낮에 열차에서 보았던 맹인안내견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온 자신을 따라오는 꿈을 꾼다. 꿈에서 ‘나’는 횟집에서 나왔고, 휠체어를 타고 있었으며, 주머니엔 친구가 남긴 편지를 가진 채였다. ‘나’는 자신이 다리를 다치긴 했으나 휠체어를 탈 정도까진 아닌데도 어째서 꿈이 이렇게 흘러가는지 의문을 가졌지만, 그보다 자신을 쫓아오는 개에게 편지를 빼앗길까 열심히 숙소로 돌아간다. 중식당을 운영하는 엄마 밑에서, 매일 엄마의 화를 들으며 살았던 ‘나’는 친구의 집에 가면 느꼈던 다정한 분위기와 개들, 친구의 다정하고 섬세한 손길을 자주 부러워했다. 그 반면 자신은 그냥 놔둬도 잘 자라는 식물을 죽이는가 하면 세심하지도 못해서 집은 너저분하고 냉장고에는 썩은 반찬이 가득했다. 그래서 ‘나’는 자기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알고 있는 친구가 남긴 편지를 꼭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꿈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간다고 했던가. 개가 자신에게 달려들면 어떡하지, 하고 생각하자마자 개가 휠체어로 달려들어 ‘나’의 다친 다리에 얼굴을 무자비하게 비벼댔다. 개를 쫓으려고 주머니에서 돌을 꺼내 던진 ‘나’는 편지까지 같이 던져버렸다는 걸 깨닫는다. 차라리 개에게 편지를 빼앗기는 편이 더욱 나았겠다고, 어떻게 자기가 그 편지를 던져버릴 수 있는 건지 죄책감에 시달리며 황급히 숙소로 향하는데 점차 잠이 깨며 현실 감각이 느껴졌다. 꿈속 ‘나’는 더는 거리가 아닌 숙소 천장을 응시했다가, 갑자기 욕실로 이동했다. 그러나 ‘나’가 욕실 화장실에서 본 건 수염이 난 낯선 남자였다. 잠에서 깬 ‘나’는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각자 여행을 떠난 친구들로부터 연락이 와 있었다. ‘나’와 친구들은 각자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죽은 친구네 부모님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친구들의 이름이 쓰인 종이와 현금이 든 봉투를 발견했다며 이걸 친구들에게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부모님을 뵈러 친구들과 모인 장소에서, ‘나’는 너무나 수척해진 친구네 부모님을 마주한다. 그러나 그들이 친구의 죽음을 멋대로 해석하고 애도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결국 친구들과 싸우게 되었다.

인적 없는 길이 어두웠는데도, 천국에서 환히 웃는 네 모습을 보았노라고 아주머니 손을 쥐고 말했던 친구가 이를 악문 채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애도 나를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후 세계가 존재하며 네가 그곳에서 마침내 평안을 찾고 우리를 지켜보리라 믿고 살아야만 하는 자신이 미쳐간다고 느끼고 있었다. (「삼각주」 63쪽)

‘나’를 포함한 친구들의 결정은 친구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에서 여행하며 친구가 남긴 돈을 즐겁고 행복하게 쓰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부산으로 여행을 왔다. 나는 사후 세계가 존재해 죽은 사람이 그곳에서는 편안해진다는 것을 믿지도 않고 그런 말을 싫어했다. 그렇게 멋대로 애도를 하고 그 사람을 잊어가는 과정이 싫었기 때문이다. 친구를 너무 많이 생각해서였을까, 이젠 꿈을 꾸지 않아도 친구가 늘 옆에 있는 느낌이었고, ‘나’는 자주 혼잣말을 하며 친구와의 대화를 이어나간다. ‘나’는 부산에서 제주도를 떠올리고, 인천을 떠올리고, 부산에서의 추억을 생각하며 친구와의 기억을 하나씩 되짚어본다. 여러 곳에서 흘러든 물줄기가 삼각주에서 만나 결국 바다로 이어지듯이, ‘나’의 추억들은 모두 다른 줄기를 가졌지만 결국 현재로 모여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친구를 기억하는 과정으로 귀결된다.

우연한 죽음과 윤리의 필연을 되짚는
세 사람의 가장 고요한 저항

세 번째 소설 「구」는 앞서 몇 번 등장했던 개나 고양이가 아닌, 거북을 찾는 초등학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초등학생이 찾는 거북은 사실 그가 키우던 거북이 아니었다. 그건 초등학생의 소중한 친구가 키우던 거북이었는데, 어느 날 가족들 모두가 불법이민관리소에 구금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집에 가보니 난장판이 된 집에서 거북이 사라졌다는 걸 알고 찾으러 나간 것이다. 친구가 거북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슬퍼할 게 뻔했다.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을 때의 상실감과 슬픔을 초등학생은 이미 알고 있었다. 누나가 죽었기 때문이고, 비록 어렸을 때 누나가 죽어 기억이 또렷하지는 않지만 슬픔을 떨쳐내지 못하는 부모님을 통해, 죽음을 맞이하는 강아지를 떠나보내는 것을 통해 그것이 감당하기에는 꽤 슬프고 벅찬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할 구求 자의 뜻은 필요한 것을 찾아 청하고 바라다가 끝내 원망하고 탓하게 된다는 뜻으로 이어진다. 이뤄지지 못하는 마음은 구하다 못해 비틀리고 꺾이면서 스스로를 옥죈다. 지금 구조가 필요한 쪽은 거북이 아니라 초등학생이다. 어딘가에서 죽어버렸을 작은 거북에게 필요한 것은 구원이다. 거북이 어딘가에서 죽어버렸다 해도, 죽은 거북이 실제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고 해도, 소중한 친구를 대신해 제대로 애도해야 하니까. (「구」 122쪽)

초등학생은 거북을 찾으면 친구가 돌아올 거라 믿으면서, 자신만의 모험을 떠난다. 그 거북은 근처 샛강으로 학급소풍을 갔을 때 친구가 건진 것이었다.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선생마저 그 사실을 모른 척하지만, 초등학생에겐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였다. 유일하게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친구였다. 무엇보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자꾸만 초등학생의 부모님 같은 연기를 하는 친구가 계속해서 신경 쓰였다. 그런 친구가 사라진 것이다. 하천에서 거북을 찾아 뒤지고 있는데 저편에서 휠체어를 탄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남자가 있던 곳은 함께 밤샘 준비를 하며 부당한 차별대우에 맞서 투쟁을 결의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여럿 모인 자리였고, 거기에는 초등학생의 사촌 누나가 있었다. 사촌 누나는 위험하게 밤늦게 혼자 돌아다니는 초등학생을 나무라면서도 누군가에게 초등학생을 소개했는데, 죽은 친누나의 절친한 친구라고 했다. 결국 거북을 찾지 못한 초등학생은 그를 찾아온 부모님의 품에 안겨 돌아갔다. 과연, 이야기 끝에서 이루어지는 세 사람의 만남에는 어떤 우연과 필연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렇듯 최수진 작가의 『삼각주에서』는 ‘사촌 동생’ ‘친구’ ‘친동생’이 한 사람의 죽음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관계의 파동을 그려낸 연작소설이다. 삼각주는 각기 다른 지류가 흘러와 만나 퇴적되는 곳, 즉 상실의 기억이 쌓이는 장소이자 새로운 삶의 가능성이 움트는 자리다. 이곳에서 인물들은 고통을 나누고 돌봄을 배운다. 그렇게 이 작품은 죽음을 하나의 종착점이 아닌 관계의 또 다른 시작점으로 바라보며, 윤리와 연대의 감각으로 다시 살아가려는 인간의 오래된 의지를 문학적으로 증명한다.

저자의 말

소설의 집에는 항상 사각지대가, 열지 못한 창과 문이, 색 바래가는 마멸된 공간이 있다. 소설의 출입구란 시간과 기억이 그러하듯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 변한다. 그 흐름 중에서 작가는 도저히 쓸 수 없을 것만 같던 이야기의 파편을 얼핏 붙잡는다. 죽은 사람이 죽고 없다는 상실이 변함없이 고정된 와중에도 그렇다. 죽은 사람을 생각하는 산 사람의 상처가 백지처럼 부드러워지고 탈색되어간다는 것은 진실로 서글프다.
― 에세이 「이 소설의 주인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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