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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글

| 서론 | 상처와 목소리

| 1장 | 소유하지 못한 경험: 트라우마와 역사의 가능성 _ 프로이트,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
출애굽기, 그 떠남의 역사
재난의 글쓰기

| 2장 | 문학 그리고 기억의 재연 _뒤 라스, 레네, 〈히로시마 내 사랑〉
시각의 배반
“내 말 좀 들어 봐요”
타자의 이야기

| 3장 | 트라우마적 떠남: 프로이트 내의 생존과 역사 _ 《쾌락원칙을 넘어서》,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
역사와 생존
외상적 각성
역사적 트라우마, 또는 유대인의 역사

| 4장 | 추락하는 몸과 지시의 영향력 _ 드 만과 칸트, 클라이스트
추락의 세계
철학의 몸
우아한 비유
그림자 같은 실재
지시의 영향력

| 5장 | 트라우마적 각성 프로이트와 라캉, 기억의 윤리
어느 꿈에 관한 이야기
어느 깨어남에 관한 이야기
생존의 본성
피할 수 없는 명령
“나도 보았어요.”

| 후기 | 삶을 향한 호소 :트라우마 이론 속의 문학적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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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캐시 캐루스Cathy Caruth
트라우마 이론의 선구적 연구자로, 현재 코넬대학교 영문과 Class of 1916 Professor of English이며 비교문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프린스턴대학교 학부를 마친 뒤 예일대학교에서 1988년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예일과 에모리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하며 ‘홀로코스트 증언Holocaust Testimony’ 아카이브를 구축했고, 2011년 코넬대학교에 부임했다. 캐루스의 연구는 문학·정신분석·역사·윤리 담론을 가로지르며 트라우마의 언어와 증언 문제를 정교하게 조명하여, 영미권은 물론 전 세계 인문학에서 트라우마 연구를 핵심 분야로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대표작으로 《트라우마, 소유하지 못한 경험Unclaimed Experience: Trauma, Narrative, and History》, 《역사의 재에서의 문학Literature in the Ashes of History》, 《트라우마 경청하기: 이론과 치료의 최전선에서 나눈 대화Listening to Trauma: Conversations with Leaders in the Theory and Treatment of Catastrophic Experience》 등이 있으며, 초기 저작 《경험적 진리와 비평적 허구: 로크, 워즈워스, 칸트, 프로이트Empirical Truths and Critical Fictions: Locke, Wordsworth, Kant, Freud》와 편저 《트라우마: 기억의 탐구Trauma: Explorations in Memory》도 널리 읽힌다.

역자 : 김성훈
현재 전남대 영어영문학과 부교수이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공부했다. 현실 문제와 미학적 감수성을 함께 품는 최근 영미문학, 특히 소수인종과 소수자의 역사·문화·인권을 다룬 문학, 저항문학, 그리고 환경·생태 문학을 연구해왔다. SAIL, AIQ, MELUS, DSH 등 국제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샌드크리크로부터》, 《미친 사랑과 전쟁 속에서》,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도시》, 《사람들은 사람들의 몸을 감싸안는다》 등을 옮겼다.

역자 : 나익주
전남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전남대 대학원에서 영어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버클리대 언어학과에서 객원학자로서 은유와 인지언어학을 공부했다. 전남대와 충남대, 광주교육대 대학원에서 강의했고 전남대 영미문화연구소의 연구원과 한겨레말글연구소의 연구위원으로 있다. 《조지 레이코프》, 《은유로 보는 한국 사회》, 《어휘 의미의 인지언어학적 탐색》(공저), 《세월호가 남긴 절망과 희망》(공저) 등을 썼으며,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이기는 프레임》, 《정신 공간》(공역), 《인지 문법》(공역), 《자유 전쟁》, 《프레임 전쟁》, 《몸의 철학》(공역), 《인지언어학이란 무엇인가》, 《삶으로서의 은유》(공역) 등을 옮겼고, 〈성욕의 은유적 개념화〉, 〈한국 사회 젠더 갈등의 은유적 이해〉, 〈삶을 지배하는 교육 은유〉 등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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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어떻게 듣고,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캐루스의 텍스트를 이해하는 과정은 단순히 사건을 서사적으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이 시간 속에서 드러내는 역설적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는 데서 시작된다. 어떤 경험은 발생 당시에는 충분히 인지되지 않거나 무시되다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우리를 붙잡고, 어떤 상처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야 고통을 가져온다. 겉보기에 이미 지나간 ‘사고 accident’가 시간이 지난 후 악몽·플래시백·신체 반응으로 되살아나는 장면은 트라우마가 지닌 지연의 구조를 잘 보여 준다. 이때 ‘귀환하는’ 것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실재이며, 이야기는 그 실재가 드러나는 접점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충격을 포착한다. 그 접점에서 문장과 이미지, 침묵은 “우리에게 말을 거는 시도”로 결합된다. 이러한 ‘지연’의 순간들을 견디며 그 구조와 함의를 심층적으로 고찰하는 것이 이 책을 ‘통과’하는 필수 과정이다. 저자는 사건을 단편적 의미로 환원하기보다, 지연된 ‘호소’와 복합적 의미망에 주의를 기울이며 반복적 청취와 응답의 윤리를 요청한다. 문학적 독해는 그 윤리를 실천하는 핵심 현장으로 제시된다.

트라우마의 지연 구조와 응답의 윤리

이 책 《트라우마, 소유하지 못한 경험》은 서론과 다섯 장의 본문, 증보판 후기로 구성되었다. 각 장은 트라우마의 시간적·구조적 특성, 언어와 서사의 문제, 그리고 개인과 집단 차원의 반복과 생존을 둘러싼 핵심 주제를 심층적으로 탐색한다.
캐루스는 트라우마를 병리적 증상이나 임상적 분류를 넘어서는 개념으로 제시하면서, 언어·역사·윤리의 교차점에서 그 복합적 구조와 작동 방식을 다시 사유하도록 이끈다. 캐루스의 은유적인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트라우마적 언어와 그것을 포함한 서사 속에서 ‘의식적’ 요소와 ‘무의식적’ 요소, 그리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어떻게 얽혀 드러나는지를 포착하게 된다. 이 미세한 상호작용을 따라가는 과정이 바로 텍스트 이해의 핵심이며,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트라우마 경험의 복합적 구조와 작동을 정동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유는 특히 한국의 역사적·사회적 시간과 긴밀히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일제강점기, 전쟁과 분단, 국가폭력과 민주화, 대형 재난과 상실 등 겹겹이 쌓인 기억 속에서 ‘지연’은 결코 낯선 개념이 아니다. 이처럼 한국 사회의 상처를 기록한 문학, 영화, 구술 자료는 이 책의 개념이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하는 장을 제공한다.

책 속에서

상처와 목소리 비유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가? 그리고 그 비유가 전하는 말에든, 부지불식간에 말하는 이야기에든, 프로이트가 트라우마에 관해 쓴 글의 핵심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것은 바로 트라우마가 병리病理 또는 상처 입은 정신의 단순한 질병 그 이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즉, 트라우마는 언제나 울부짖는 상처의 이야기며, 다른 방법으로 는 알 수 없는 현실이나 진실을 말해 주고자 우리에게 말을 거는 시도이다. - 24쪽

역사의 트라우마적 성격은 사건이 타인을 연루시키는 한도에서만 역사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유대인의 역사는 지금까지 타인의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이었다. - 54쪽

그는 자신이 알지 못해서, 자신의 과거를 직면할 수 없어서, 또 자신의 질문에서 언급하는 자아가 없어서 그녀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바로 이 불가능한 지점에서 말하고 자신조차 온전히 소유하지 못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그는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그 이야기에 대한 대답이 본래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게 할 수 있다. 그녀의 진실을 알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진실을 모르기 때문에. - 96쪽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정신과 외부 폭력 사이의 가장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제공하며, 가장 파괴적인 정신장애인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 글에서 트라우마란, 파괴가 미친 단순한 영향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생존의 수수께끼라고 주장할 것이다. 외상적 경험을 파괴성과 생존 사이의 역설적 관계로 인식해야만 재앙적 경험의 핵심에 있는 이해 불가능성의 유산 또한 인식할 수 있다. - 132쪽

오늘날 트라우마 이론은 이러한 생존이 정확히 일어나고 있는 영역 중 하나이다. 이는 정신의학이 트라우마 이론을 변형하고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확신에서만이 아니라, 여전히 정신의학과 정신분석 모두 다에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이 이론의 창조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그러하다. 그 수수께끼란 바로 파괴이자 동시에 생존으로서의 트라우마,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프로이트의 통찰 자체의 핵심에 놓여 있는 것이다. - 163쪽

트라우마적 경험은 수반되는 고통의 심리적 차원을 넘어서 어떤 역설을 시사한다. 어떤 폭력적인 사건을 가장 직접적으로 목격하는 순간은 그 사건을 알지 못하는 절대적인 무능력으로서 나타날 수 있다는 역설 말이다. 말하자면 역설적으로 즉각성이 뒤늦음의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외상성 사건의 반복은 여전히 의식할 수 없지만 계속 시야에 침입한다. 따라서 이 반복은 단순히 볼 수 있는 무엇이나 알 수 있는 무엇 너머로 확장하고, 이 반복적인 보기의 핵심 에 남아 있는 뒤늦음과 불가해성 둘 다와 밀접하게 연관된 사건과의 더 거대한 관계를 암시한다. -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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