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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상처는 사적이지 않다 : 국가 폭력과 사회적 참사가 새긴 트라우마의 차근한 회복을 위하여
창비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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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_ 과거와 현재의 선한 별들

1부_ 과거가 나를 돕는다

1장_ 남은 자의 가눌 길 없는 비탄
지속적 비탄 장애의 이유 | 슬픔이 삶을 물들이다 | 외상적 애도 경험 | 슬픔은 사라짐과 영원함 사이의 갈등 | 애도에 모범이 있는가

2장_ 산 자의 죄책감을 품고 산다는 것
생존자 죄책감은 어디로 이어질까 | 도움을 거부하는 마음 |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 | 희생의 의미를 찾을 때

3장_ 독성 수치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최적의 수치심을 향해 | 죽음과 가장 가까운 감정 | 학대는 수치심을 영혼에 새긴다 | 수치심과 격노의 위험한 사이클 |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 건강한 사회적 감정이 되려면

4장_ 우리에게 트라우마란
기억에 일어난 지진, PTSD | 트라우마 치료의 핵심 기제 | 그날, 집단 기억은 어떻게 작동했는가 | 트라우마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유 | 트라우마를 공감하는 것이 가능한가 | 끈기 있는 관심과 주의력

5장_ 내란성 울분 장애와 계엄군의 도덕적 손상
내란성 울분 장애 | 12·3 계엄이 불러온 트라우마의 재경험 | 부당한 명령에 의한 도덕적 손상 | 베트남전의 악몽과 회복적 정의 | 사람이 사람을 살해한다는 것

6장_ 우리 곁의 나르시시스트들
어둠의 삼위일체 | 무엇이 세상을 정글로 만드는가 | 나르시시스트의 유형 | 나르시시스트가 만들어지기까지 | 완전히 피할 수 없다면

2부_ 과거가 우리를 돕는다

7장_ 정치인 나르시시스트와 영적 나르시시스트
권력은 나르시시스트의 치트 키 | 나르시시스트가 왕국을 만드는 법 | 영적 나르시시스트와 마주친 오월 어머니 | 유일신 근본주의와 정치적 극단주의가 결합하면 | 나르시시스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8장_ 계엄군의 성폭력이 만든 섬
계엄에 고개 드는 성폭력 | 국가 폭력과 손잡은 성폭력의 파괴성 | 몸과 마음, 생애에 끼친 영향들 | 존엄성을 산산조각 내는 성 고문 | 치유로 가는 길

9장_ 공동체를 뒤흔드는 국가 폭력 트라우마
트라우마의 물결 효과 | 국가 폭력이 새긴 상흔 | 세대를 건너 남겨지는 유산 | 생채기 깊은 나무들로 우거진 숲

3부_ 과거가 미래를 돕는다

10장_ 고통은 의미를 얻을 때 극복된다
우리 사회의 파편화 현상 | 치유의 물결 효과 | 집단 증언 치유와 집단 간 증언 치유 | 탈 극단주의 센터의 필요성 | 시민 감정 교육이 가져오는 효과들 | 회복탄력성의 생태계를 위하여

에필로그_ 선한 시민들과 함께 지은 지혜의 전당
끝나지 않은 이야기_ 12·3 계엄이 실행됐다면
주
저자 소개
저자 : 정찬영
2013년부터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국가 폭력 생존자와 유가족을 대상으로 증언 치유를 해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5·18 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학동 붕괴 사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의 집단 트라우마 사건 피해자 및 유족과 학생 자살 등의 학교 위기 사건 당사자, 화순 PC방 노예 사건 피해자, 탈 성매매 여성 등 사회적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을 치유하고 돕는 일들에 참여해 왔다. 증상 중심의 개인적 치료를 넘어 공동체에 기반한 사회적 회복을 지향한다. 2021년 오월 어머니상을 수상했고, 현재 광주 동명병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자문의, 12·29 여객기 참사 피해자 지원 및 희생자 추모위원회 위원, 한국 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교육부위원장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함께 쓴 책으로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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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독성 수치심, 외상적 애도, 산 자의 죄책감, 도덕적 손상…
지독한 트라우마 감정은, 결코 사적이지 않다

“대통령이 느닷없이 TV에 나와 비상 계엄을 선포한다고 떠들잖아요. 날벼락이었어요. 아들의 희생으로 어떻게 만든 민주주의인데. (…) 5.18이 다시 일어난 것만 같았어요. 계엄이라고 하면 그날(5월 27일) 아침이 생각나요. 오메! 도청 앞에서 사람 다 죽여 놓고 즈그가 승리했다고 군홧발 쾅쾅 울리면서 군가 부르던 기억이 떠올라요.” “내란을 일으킨 사람을 어째서 석방시킨대요. 그 사람 나온다고 하니 심장마비 올 것 같애요. 내 마음을 어떻게 할 줄 모르겠어요. 이 나라가 어떻게 될까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등장인물 ‘동호’의 모티브가 된 고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님은 2024년 12월 3일 계엄 선포 후, 저자와 나눈 통화에서 이런 심정을 토로했다. 실제로,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중에 트라우마 재경험을 호소한 이는 한둘이 아니었다. 무려 45년이 지난 일임에도 그들에게 국가 폭력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대체 손에 잡히지조차 않고 측정마저 불가능한 이 상처는 왜 이토록 오랫동안 그들을, 또 우리를 괴롭히는 것일까. 이 책은 바로 이 지난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오랜 시간 국가 폭력 및 사회적 참사 피해자를 치유하고 연구해 온 저자는 이들이 시달리는 트라우마 감정을 몇 가지로 나누어 상세히 분석했다. 그중 스스로를 자기 의심과 자기부정으로 마비시키는 ‘독성 수치심’은 방어 기제로서 ‘분노’를 불러오고 이 격노가 또다시 수치심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특히 헤어나오기 힘든 악순환을 보여준다. 저자는 정작 수치심의 가해자는 책임만큼 지분을 가져가지 않으면서 피해자 홀로 오롯이 그것을 감당해 내는 것을 지켜보며, 이 불공평한 분담을 ‘수치심의 불공정’이라 일컫는다. 그리고 자기혐오에 빠진 피해자에게 이 개념을 제시하면서 그들 스스로 자신을 친절하고 이해심 있게 대하는 자기연민을 갖도록 이끈다.
그는 부당한 명령이나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인해 비윤리적인 경험을 하게 된 이들에게 발생하는 ‘도덕적 손상’에도 주목했다. 주로 전투에 참여해 인명 살상 등의 임무를 부여받은 군인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이 증상은 12.3 계엄 후 계엄군들에게도 일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외에도 사랑하는 대상을 폭력적이거나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잃게 되었을 때 극심한 슬픔으로 애도 반응이 중단되거나 왜곡되는 ‘외상적 애도’와, 희생자들을 먼저 보내고 남은 자들이 느끼는 ‘생존자 죄책감’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루며, 각각의 회복 방안에 대해서도 짚고 있다.

트라우마는 물결처럼 번져나간다
이는 역으로도 가능하다. 회복도, 결국 물결처럼 온다

사회적 트라우마는 개인에게 그치지 않는다. 자연재해, 대형 참사, 국가 폭력 사건, 테러나 전쟁 등이 발생한 후 공동체 내에는 우울증, 불안, PTSD 등 정신건강 문제가 물결처럼 번져 나간다. 뒤이어 직접 피해를 입지 않은 이들 역시 생존자 죄책감을 비롯해 트라우마 감정에 시달릴 수 있다.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며 전 국민이 느낀 짙은 절망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렇듯 트라우마가 그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집단에게까지 번져 가는 것을 ‘물결 효과’라고 한다. 저자는 이것을 역으로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집단 치료와 피해자의 공동체 활동, 집단 증언이나 사회적 기억 활동, 시민 사회의 연대 등이 필수적이다.
피해자들의 회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정’과 ‘의미 찾기’이다. 즉, 내가 겪은 고통이 실제로 발생한 것임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 그리고 이 희생이 어떤 식으로든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깨닫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적 차원의 치유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차원의 움직임이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증언 치유는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는 피해자에게 감정적 지지를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여러 참여자의 기억이 서로 덧대어지면서 ‘사적인 이야기’가 ‘공적으로 검증된 기억’으로 전환되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무고함과 고통의 생애사를 공동체가 인정해 주는 사회적 증명이 일어난다. 한 발 더 나아가, 피해 집단과 가해 집단, 서로 다른 피해 집단, 갈등 양측 공동체 등이 만나는 ‘집단 간 증언 치유’도 눈여겨볼 만하다. 쉬운 일은 아니다. 부작용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동안 악마화하고 불신했던 상대와의 인간적 연결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도할 가치는 충분하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이런 집단 트라우마를 관장하고 사회적 자본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여기에 사회적 트라우마 사건들의 피해자들을 두고 ‘그만 좀 하자, 진절머리 난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대답이 숨어 있다. 지금껏 국가는 ‘그만 좀 하라’는 말이 나올 만큼 한 것이 없었다. 참사 이후 진상 규명은 관련 분야에 문외한인 유가족들의 몫이 되어버린 경우가 허다했고, 국가 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이를 책임져야 할 국가는 은폐와 부인주의로 일관하곤 했다. 그럼에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무분별한 2차 가해를 퍼부었다.
제대로 치유된 적 없으므로 그들의 상처는 곪아 갔고, 분노는 쌓여갔다. 그 결과, 그들의 생애는 글로 다 담지 못할 만큼 무너져 내렸고, 그 영향은 자녀 세대에까지 뻗어갔다. 저자는 묻는다.

“살해 협박과 윤간 후 유산, 냄새나 군인 등의 단서에 의한 트라우마 재경험, 성 생활 장애와 부부 불화, 직업 기능의 손상, 우울증, 수치심과 두려움,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같은 그의 긴 생애사적 고통을, 국가는 과연 피해 범위에 담아낼 수 있을까?”(8장 계엄군의 성폭력이 만든 섬/p.203)

책에는 실제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생생한 인터뷰가 고스란히 실려 있다. 저자는 우리가 이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서로 연결되는 동안 집단 트라우마로 인한 분열과 갈등도 서서히 통합되어 갈 것이며, 그것이 민주주의로 가는 느리지만 단단한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내 것 혹은 내 가족이나 이웃의 것이 되었을지도 모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숨죽이고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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