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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나탈리 레제
작가, 전시 기획자 및 아키비스트로 현재 동시대 출판기록물 연구소(Institut Memoires de lhedition contemporaineg IMEC) 소장이다. 1994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배우 겸 극작가 앙투안 비테즈를 기념한 〈연기와 이성(Le Jeu et la Raison)〉전, 2002년 퐁피두 센터에서 롤랑 바르트 자료전, 2007년 퐁피두 센터에서 사뮈엘 베케트 자료전 등 기획자로서 연극과 문학 분야에 기반한 각종 아카이브 전시들을 이끌었다. 비테즈의 저술들을 문집 『연극에 관한 글 (Ecrits sur le theatre)』과 단행본 『앙투안 비테즈(Antoine Vitez)』로 묶어 간행했고, 롤랑 바르트의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 마지막 두 권을 고증해 『소설의 준비(La Preparation du roman)』로 펴냈다. 장르의 경계를 미묘하게 넘나드는 글쓰기로 창작을 시작, 전기 형식의 예술 에세이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Les Vies silencieuses de Samuel Beckett)』을 썼고, 여성 예술가 3부작이라 할 세 권의 소설집 『전시(LhExposition)』, 리브르앵테르상(Prix du Livre Inter) 수상작 『바버라 로든의 생애에 대한 보유(Supplement a la vie de Barbara Loden)』, 베플레르상(Prix Wepler) 수상작 『하얀 드레스(La Robe blanche)』를 출간했다. 근작 『창공의 빛을 따라(Suivant lhazur)』는 2018년 급작스레 작고한 남편, 극작가 장-루 리비에르(JeanLoup Riviere)를 기리는 애도의 글이다.

역자 : 황은주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과 불문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영어와 프랑스어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리스펙토르의 시간』, 『제자리에 있다는 것』, 『루소의 식물학 강의』, 『다가올 사랑의 말들』, 『화성과 금성의 신화』, 『자살의 연구』(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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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랑하는 이의 상실로 알게 된
가득 찬 공허의 세계

친밀한 사람의 죽음은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사건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을 신파적이지 않게 표현한 작품은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나탈리 레제의 감각적인 문체는 격정을 고요히 가라앉히면서도 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녀의 글에는 삶에 대한 강렬한 바람이 담겨 있다. 나탈리 레제는 “마침표는 사랑”이라고 말하며 죽은 남편에 대해 변함없는 애정을 고즈넉이 비친다. 고인이 여전히 집 안에 있다고 확신하면서도 자신의 허황된 생각을 책망하기도 한다. “너를 부르는 내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남편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하지만,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그저 기도하듯 되뇔 뿐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통해 저자의 목소리는 더 큰 울림으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기록물을 관리하는 아키비스트로서 옛 문헌을 뒤지는 그녀의 작업은 계속되지만, 이제 그 목적은 오로지 상실에 괴로워한 사람들의 일화를 찾기 위해서다. 딸을 잃고 괴로워하다가 강령회에 참석한 빅토르 위고가 남긴 글도 그중 하나다. 빅토르 위고는 강령회에서 신비한 현상을 목격하지만, 그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는 가득 찬 공허라고 쓴다.

빅토르 위고의 기록에서 레제가 발견한 이 ‘가득 찬 공허’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창공과도 이어진다. 그녀는 저 높은 곳에 있는, 알 수 없는 무언가로 채워져 있는 공허에 주목한다. 동시에 빅토르 위고가 판단을 멈춘 것처럼, 레제도 그러한 정경을 앞에 둔 채 더 나아가지 않는다. 레제가 다다른 그 지점은 살아 있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먼 곳이다. 그곳까지 향하는 기나긴 여정이, 신비롭게도 눈송이처럼 작고 가벼운 이 책 안에 모두 담겨 있다.

책 속에서

하나의 마침표가 아니라 마침표 자체, 끝내 남게 되는 단 하나의 것. 그 죽음, 곧 죽음 자체. 그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우리는 무너져 내린다. 우리는 무너져 내렸다. 몇 시간 전 그가 속삭였다. 이제는 침묵 속에서 단순한 몸짓으로만 말을 건네려 애쓰는 그가, 너무 지쳐 있어서 말을 겨우 만들어 낼 수 있는 그가, 몇 시간 전, 이렇게 속삭였다. 마침표는 사랑이야.
- 본문 20쪽

이 어둠을 벗어나기 위해, 이 어둠에서 나를 뜯어내려면 막대한 노동이 필요하다. 이 죽음 같은 정지 상태에서 빠져나오려면 정신이 막대한 노동을 치러야 한다. 나는 식물원에 갇힌 커다란 원숭이처럼 꼼짝없이 쭈그려 앉아, 우연히 열린 지붕 틈으로 드러난 작은 하늘 조각에 집요한 시선을 고정한다. 헐거워진 철판 사이로 스며드는 가느다란 창공의 빛, 그 조각 속에는 세계가, 기호로서가 아닌 세계 그 자체가, 온전히 담겨 있다.
- 본문 39쪽

너의 찬란함, 머뭇거림, 사유의 날카로움, 용기와 부드러움, 취미였던 스키와 천체물리학, 아이들을 향한 사랑, 대화를 나누던 방식, 마음이 움직일 때, 격해질 때, 침묵에 잠길 때, 잠이 들 때의 방식, 웃던 방식, 그 웃음소리의 음조, 네 손가락 끝으로 내 손가락 끝을 만지던 방식, 수줍어하고, 불행해하고, 서툴거나 위엄 있는 존재가 되던 방식, 네가 사랑하던 방식, 사랑하던, 나는 이 목록을 끝맺지 못할 것이다…… 내가 아는 것들을 모을 수 있는 장소는 오직 글쓰기뿐이다.
- 본문 50쪽

나는 계속해서 내려간다. 가득 찬 것들과 텅 빈 것들 사이를 미끄러지듯 지나 비밀스러운 너의 이름에까지 다가간다. 나는 그 아래에서 밤의 그림자 속에서 사라졌던 빛을 되살려 주듯 반짝이며 흐르는 물을 본다. 나는 내려가고, 또 내려가서, 보다 구체적인 곳으로, 보다 투명한 곳으로 나아간다. 날이 밝아 온다. 나는 거꾸로 뒤집힌 하늘의 신선함 속으로 나아가고, 계속해서 나아가고, 창공의 빛을 따라 몸을 던진다.
- 본문 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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