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그 장면 중 일부는 지금 당장이라도 조금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도 있고, 시간과 돈이 필요한 일이라 오랜 기간 준비를 해야만 가능할지 모를 일도 있다.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하며 조용히 평화롭게 살며 시간에 쫓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동요되지 않고 자유롭게 편안한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내가 내 마음대로 산다면 우선하고 싶은 것이다. 미숙하지만 일 년 농사도 지어보고, 직접 기른 농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자급자족의 삶도 경험해보고 싶다. 모든 일이 그러하지만, 농사는 실패하며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을 것 같다. 시작도 해보기 전에 실패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참으로 나다운 생각이지만, 실패를 통해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지 꽤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50쪽
그런데 내가 훈련생이 된 직후 저승에 온 윤봉길 의사는 나에게 특별하게 와 닿았다. 24세란 창창한 나이에 나라를 위해 의연하게 목숨을 바치고 저승에 온 윤봉길 의사의 행보는 나의 가슴 어딘가에 숨어 있던 뜨거운 것을 일깨우는 듯했다. 이승에서 의로운 일을 하고 저승에 온 이들이 가는 곳은 본인이 원하는 곳이다. 다시 이승으로 환생할 수도 있고 저승의 고위직에 남아 있을 수도 있으며 평화로운 안식의 곳으로 갈 수도 있다. 윤봉길은 편안한 곳에서 쉬는 그것보다 자신이 좋은 일에 쓰임 받기를 원했고 저승의 고위직들은 자신의 곁에서 함께 해주기를 간청했다. 정말로 간청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그분도 자신의 할 일을 이곳에서 보았는지 함께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저승을 더욱 의롭게 빛내고 있다. 나의 꿈은 그분의 곁에서 일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놈의 자살부에서 덕을 쌓을 수 있겠는가. 100년이 더 지났지만, 전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우울 원인이다.
100쪽
그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저를 삶에 단단히 붙잡아두었습니다. 그 당시 저에겐 조용한 학교 도서관, 구석 한쪽에 놓인 작은 나무 책상 하나가 삶의 전부였습니다. 그곳에서 홀로 좋아하는 책을 읽고, 배우고 싶어했던 경제학과 심리학을 공부하고,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글로 적었습니다. 정말 별거 아니었지만, 그 공간은 지금도 다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좋은 감정을 일으킵니다.
150쪽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을 때 먼저 생각나는 기억이 있다. 기억의 목록이 정해진 것은 아닌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 기억이 떠오른다. 요즘은 예전만큼 과거를 자주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그 기억을 마주할 때면 반갑기도 하고 때에 따라 그 기분도 달라지곤 한다. ‘나는 왜 이렇게 이 기억을 자주 떠올리지?’ 하는 생각이 들면 그때의 순수하고, 열정이 가득했던 나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지금 그때의 기억을 꺼내 현재에 다시 마주하고, 만나보고자 한다.
200쪽
삶을 살다 보면 무수한 터닝 포인트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관계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일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사랑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각각의 터닝 포인트는 각자 다른 시간, 다른 곳에서 찾아오는 것 같다. 그것은 나를 깨달음의 한 계단 위로 올려놓을 때도 있고 절망의 늪으로 밀어 넣을 때도 있다. 다만 나를 변화하게 만든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변화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좋은 변화든 좋지 않은 변화든 변화는 항상 과도기를 동반하고 과도기는 언제나 나를 가장 밑바닥까지 끌어내려 의심하게 만든다. 오늘 나는 내 인생에 가장 처음 찾아온 터닝 포인트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250쪽
주말에 당진으로 바람 좀 쐬러 가자는 말에 흔쾌히 응해준 딸에게 참 고마웠어. 마침, 전날 비가 와서 흙이 적당히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서 우리가 발가락 장난을 치기 딱 좋은 상태였잖아. 충분히 걷고 배가 좀 고파와서 담이가 좋아하는 떡볶이 뷔페에 가서 맛있게 떡볶이도 먹었지. 놀고먹고 즐거웠던 주말을 마무리하고 너는 꿈나라로, 아빠는 TV로 엄마는 식탁으로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야.
300쪽
그러니
아픈 아이들이 살고자 온 힘을 다해 내쉬는 생명의 숭고함을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사라져 간 아이들의 비명을 더럽히지 말아 주십시오
350쪽
나의 청소년 시절은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관심이 많은 편이라 여러 분야에 눈이 갔는데 그중에서도 심령과학에 유독 마음이 끌렸다. 공부하던 중, 어느 학자가 말했던 ‘선인선보(善人善報) 악인악보(惡人惡報)’라는 말을 접했다. 선업(善業)을 많이 쌓으면 선한 결과가, 악업(惡業)을 쌓으면 악한 결과가 따른다는 뜻이다. 나는 그의 말처럼, 선업을 많이 쌓지 않아선지 삶이 잘 풀리지 않았다. 낙심이 깊어질 때면 모든 세상일을 내려놓고 목사나 스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마음을 안고, 이번 기회에 어린 시절의 세 가지 일을 떠올려 보았다.
4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