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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간결하게 : 소비 대신 향유하는 핸드메이드 라이프 - 다른 삶, 다른 상상
마북 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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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저마다의 쓸모만큼 닳도록 쓰이길

시간이 쌓이는 집

1. 집, 상상을 현실로
2. 집의 부록
3. 막막과 만만 사이

손이 좋아하는 일

4. 따뜻한 나무
5. 형상의 기억
6. 헌 옷의 시간
7. 쓸모라는 말

인생이 담긴 선물

8. 떼어 주다, 내 인생의 일부
9. 물려받다, 그의 인생 한 조각
저자 소개
저자 : 김혜형
출판 편집자로 밥벌이하다 농사짓고 글 쓰는 삶으로 이동했다. 어지간한 일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한다. 집을 설계하고, 가구를 만들고, 옷을 짓고, 폐품을 재생한다. 신상품이나 고가품보다 오래되고 손때 묻은 물건을 사랑한다.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덜 폭력적이기를 바란다. 쓴 책으로, 에세이 『꽃이 밥이 되다』, 『자연에서 읽다』, 어린이책 『암탉, 엄마가 되다』, 『일기 쓰기 싫어요!』, 『열일곱 살 자동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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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도시에서 시골로 간 후 삶이 달라지다

저자는 크고 작은 일을 스스로 해결하고 물건을 손수 만든다. 정성 어린 손길이 깃든 물건을 가족, 벗과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삶의 영역이 확장되고 인생과 자연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과거와는 다르게 살아 보겠다는 열망 하나로”(6쪽) 시골로의 이동을 감행했다. 하지만 대기업이 지은 아파트가 제공하는 일체의 서비스가 사라진 시골집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직접 해내야 하는 일상에 맞닥뜨리며 “좋은 시절은 다 갔다.”(20쪽)는 당혹감을 느낀다.

그는 주방 후드를 직접 달고, 전기 안정기를 바꾸고, 물이 새는 싱크대 수전도 교체한다. 집을 설계하고, 가구를 만들고, 옷을 짓고, 그림을 그린다. 시골살이는 그를 진화하게 만들었고, 그 핵심에는 스스로도 몰랐던 가능성을 발휘하게 하는 ‘손’이 있었다.

어지간한 일은 스스로 해결하고 별별 것을 다 만드는 저자를 두고 천문학자 이광식은 “이렇게 훌륭한 인재가 하마터면 도시에서 썩을 뻔했네!”(10쪽)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의 “진짜 좋은 시절”(25쪽)은 시골로 옮겨 온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저마다의 쓸모를 다하는 물건과 인생

“공장에서 막 나온 새 물건보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낡은 물건에 마음이 끌린다. 버려진 걸 되살리는 일이 새 물건을 사서 쓰는 것보다 백 배 즐겁다.”(142쪽)

어려서부터 “낭비를 부끄럽게 여겼고,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작은 것들에 마음이 쓰였다.”(6쪽)는 저자가 ‘쓸모’에 본격적으로 마음을 기울일 수 있게 된 것도 시골에서 손으로 살아가면서부터다. 아직 쓸모를 찾지 못한 “쓸모의 틈새”(212쪽)를 알고, 자투리에서 미래의 알맹이를 본다. 폐팔레트와 자투리 목재, 버려진 옷과 천 조각도 모두 나름의 쓸모가 있다. 주워 온 폐팔레트 목재로 남편이 농막에서 사용할 수납장을 만든 뒤, 흐뭇한 마음을 표현한다.

“폐팔레트와 자투리 목재로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수납장이다. 볼수록 마음에 든다. 몸체도, 선반도, 문짝도, 발도, 크기가 서로 다른 물고기 손잡이도 참 예쁘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던 것들이 때를 만나니 이렇게 빛나는구나!”(142쪽)

물건뿐 아니라 사람의 삶에 대해서도 ‘닳도록 쓰임’에 대한 저자의 희구가 책 곳곳에서 묻어난다. 직계 가족은 물론 조카까지 품어 준 고모의 삶에 경외감을 표한다.

“고모는 고모의 하나뿐인 몸을, 한 번뿐인 인생을,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기꺼이 닳도록 쓰셨다. 고모는 그 많은 짐을 지고 어찌 그리 강인할 수 있었을까. 어려운 살림에도 남편과 자식, 손자들에 더해 조카까지 받아 안아 줄 수 있었을까. 계산 없이 전면적으로 사랑해 줄 수 있었을까.”(300-301쪽)

저자 자신의 삶 역시 “한몫을 다해 잘 쓰이”(11쪽)기를 소망한다.

“나는 삶의 알맹이를 밭일과 흙일에 쓰고, 남은 자투리를 모아 글을 쓴다. 알맹이를 받은 밭과 햇살은 배추와 꽃을 내게 주고 겨울 눈 속에 묻힌다. 자투리를 받은 생각의 조각들은 한 권의 책이 되어 이 사람 저 사람에게로 간다. 자투리는 한때의 이름일 뿐, 돌아보면 모든 조각이, 모든 시간이, 모든 마음이, 모든 인생이 다 제각각 알맹이였음을 인정하게 된다.”(212쪽)

중복과 과잉을 원치 않는 삶

“자연으로부터 온 것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조금이라도 덜 폭력적이길 간절히 바란다. 나는 엄정한 환경주의자가 아니고 행동하는 실천가도 못 되지만, 이런 삶이라도 쓸모가 있다면 고통과 폭력과 훼손을 최소화하는 쪽에 얹히는 작은 무게 추가 되고 싶다. 새것을 덜 소비하고, 이미 가진 것을 잘 누리고, 기왕 세상에 나온 것들이 제 몫을 다하게 하고 싶다. … 남은 시간도 잘 살아야겠다. 모쪼록 간결하게.”(10-11쪽)

저마다의 쓸모를 생각하며 자연과 가능한 한 조화롭게 사는 삶, 저자는 ‘간결’이라는 말에 이런 삶에 대한 지향을 함축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간결함은 자칫 기업의 마케팅에 들러리 설 위험이 있는 미니멀리즘과는 결이 다르다.

“한때 유행했던 ‘미니멀 라이프’에는 공감과 반감의 양가감정을 느낀다. 잡지에 실린 텅 비다시피 한 하얀 거실 사진에서 복잡하고 어수선한 일상에 허덕이는 대중을 겨냥한 영리한 ‘정서 마케팅’이 감지된다. 일본식 정원처럼 깨끗하게 비워진 집의 이면에 감춰진, 번거롭고 구질구질하고 땀내 나는 노동의 외주처가 떠오른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고 말하는 곤도 마리에식의 부추김도 신뢰하지 않는다. 극단적 폐기가 불러올 극단적 허기의 반작용이 빤히 보여서다. 설렘이라는 감정은 과연 믿을 만한가? 자신을 선택한 인간을 설레게 하지 못해서 멀쩡히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물건들의 운명은 뭔가.”(8-9쪽)

이 책은 쉽게 소유하고 쉽게 버리는 오늘날의 ‘소비’에 대해 비판적이다. 삶의 터전인 집조차 대기업 건설사로부터 쇼핑하듯 구매해서 살다가 더 괜찮은 ‘상품’을 찾아 떠나기를 반복한다. 저개발 국가의 땅과 강, 바다를 뒤덮은 옷 쓰레기는 “너무 많이 생산하고, 너무 많이 소유하고, 너무 많이 폐기하는 세태”(8쪽)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참혹한 지옥도”(191쪽)를 낳는다.

받은 만큼만 주고, 유불리를 따지느라 바쁜 오늘날의 인간관계와 달리 저자와 벗들의 관계는 “딴 세상의 감각”(267쪽)을 보여준다. 저자는 “타인을 위한 묵직한 결정을 흔연히 하는”(193쪽) 그녀들에게 감동한다. “그녀가 주는 선물은 따뜻함과 정성으로 가득 차 있다. 부담의 무게는 신기하게도 빠져 있다. 밥을 먹듯, 잠을 자듯, 안부를 묻듯 무심히 선물을 건넨다.”(305쪽)

저자와 그들은 서로의 인생이 담긴 선물을 나누며 깊은 우정을 나눈다. 간결에 이르기 위한 과정이 ‘계산’이 아니며, 간결과 풍요가 서로 반대말이 아님을 그들의 깊은 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간결한 문체, 한 장으로 그려낸 과정샷

이 책에는 집짓기, 살림을 위한 부가적인 일들, 목공, 도예, 그림, 재봉, 그리고 다양한 선물에 관한 이야기가 알차게 담겨 있다. 저자의 간결한 문체 덕분에 술술 읽히고, 중간중간 마주치는 일상의 유머에 미소 짓게 된다.

“집 짓는 현장에서 새참을 나누는데 귀농 후배가 뒤에서 불쑥 말을 건다. “프라다를 입으셨네요?” 뒤돌아보니 그가 내 바지를 가리킨다. “프라다? 몰라. 이거 얻은 바진데.” 저녁에 돌아와 바지를 갈아입으며 보니 아닌 게 아니라 뒷주머니에 프라다 상표가 붙어 있다. 안쪽 라벨에 적힌 ‘Made in Italy’. 진짜 프라다구나. 큰언니한테 얻은 한 무더기의 옷 중 하나다. 큰언니가 나이 들면서 몸에 맞지 않는 옷들을 내게 보내 준다. 그중 화려한 외출복이나 정장류는 상자에 담아 ‘아름다운가게’로 보내고, 활동하기 편한 옷은 내가 입는다. 옷이 Made in Italy든 Made in China든 무슨 상관이랴. 내 몸에 편하면 그만이지.”(186쪽)

“옷이 필요하면 미싱 앞에서 뚝딱 만들고, 물건이 필요하면 목재를 잘라 뚝딱 만들고, 전등이 나가면 새 전등을 사서 뚝딱 바꾼다. 그러나 허들을 헤쳐 나가는 나의 능력은 함께 사는 남자의 탁월한 문제 해결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는 어떤 문제든 단 한마디로 해결하는 능력자다. 그가 마법처럼 애용하는 주문은 이것이다. “여보! 이거 왜 이래?””(201쪽)

책 속의 그림은 모두 저자가 직접 그린 것이다. 뒷간 짓는 과정, 옷 수선, 발매트 만들기, 수납장 제작 등 그림 한 장으로 핸드메이드의 전 과정이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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