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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1 병든 사람을 위한 연고
2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다른 여러 방법
3 너무 많이 사랑한 고고학자들
4 상실의 고고학
5 다시 메우기
6 중기 구석기의 연민
7 주차장의 성 리처드
8 철기시대의 문제적 물건
9 테르미누스 안테 퀨
10 사천 살의 사지마비 환자
11 현장 학교
12 블루 피그
13 아마도 한 명, 하지만 확실히는 모름
14 양립할 수 없는 믿음들
15 펠로 데 세
16 카파코차
17 땅의 인류학
18 사별의 슬픔과 헤드헌터의 격분
19 무덤 Bj581
20 틀니의 역사
21 두번째 유해
22 수렵채집인

감사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세라 탈로 (Sarah Tarlow)
고고학자이자 저술가. 1967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1989년 셰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1990년에 석사학위를, 1995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레스터대학교 역사고고학 교수로, 특히 죽음과 매장에 대한 고고학 연구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탈로의 연구는 영국과 북유럽의 역사고고학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옥스퍼드 핸드북 시리즈의 『죽음과 매장의 고고학에 관한 옥스퍼드 핸드북』을 비롯하여 죽음과 매장 연구와 관련된 여러 권의 책, 저널, 선집을 출판했다. 2016년 같은 고고학자인 남편 마크 플루체닉이 진행성 신경질환으로 투병 중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어떤 죽음의 방식』은 탈로의 첫번째 회고록으로, 남편 마크를 간병하던 기억과 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역자 : 정지인
번역하는 사람. 『호라이즌』, 『욕구들』, 『자연에 이름 붙이기』,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우울할 땐 뇌과학』, 『마음의 중심이 무너지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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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상실의 잔해 속에서 건져올린
좌절과 연민, 그리고 숨은 사랑의 기억들

2016년 5월의 어느 화창한 아침, 탈로는 아이들과 함께 남동생 가족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온다. 오자마자 마크를 찾지만, 불러도 그는 대답이 없다. 마침내 마크의 방에 들어선 탈로는, 그가 침대 위에서 차갑게 죽은 채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녀와 아이들이 집을 비운 사이 그가 홀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

마크의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그 거대한 심연에 다가서기 위해, 탈로는 기억이라는 상실의 유적지를 발굴하며 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세심하게 복원해간다. 평온하던 그들의 삶은 마크에게 갑작스러운 신경질환이 닥치면서 위태롭게 흔들렸다. 병이 진행될수록 마크는 특유의 학자다운 명석함도, 유머감각도, 자신감도, 취미도, 활기도 잃어간다. 마침내 스스로 걸을 수도, 용변을 볼 수도 없는 상태가 된다. 탈로는 최선을 다해 마크를 돌보지만, 그가 거동할 수 없게 되면서 생계와 육아, 고강도의 간병까지 홀로 떠맡으며 점점 더 탈진 상태가 된다.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지쳐 불쑥불쑥 분노에 휩싸이기도 하고, 욕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몰래 흐느껴 울기도 한다. 이처럼 탈로는 마크에 대한 헌신과 연민, 따뜻한 마음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솟아올라오는 나약함, 뾰족함, 못나고 어두운 마음까지 이 회고록에서 솔직하게 꺼내놓는다. 그것은 인생의 늪에 빠진 마크의 좌절과 고통뿐만이 아닌, 자신의 바닥을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 햇살 환하고 따뜻했던 5월 아침, 노란 깃털이불이 덮인 침대에서 그 모든 일이 끝나고 수년이 지난 지금, 그것이, 사랑이, 우리 삶의 쓰레기 틈새를 뚫고 솟아오르는 버섯처럼 다시 나타났다. _344쪽

운명이 내준 과제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각자의 삶을 최선을 다해 감당해내던 날들. 그것은 그만큼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무수한 상처를 주는 나날이기도 했지만, 그 밑에는 또한 언제나 사랑이 깔려 있었음을 탈로는 발견한다. 무뚝뚝한 마크는 젊은 시절 수줍게 건넨 첫 고백 이후 사랑한다는 말을 두 번 다시 입에 담지 못하던 남자였으나, 일상 곳곳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곤 했다. 마크가 혼자서 갑작스럽게 죽음을 택한 것은 스스로의 존엄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탈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음을 그녀는 안다. 마크의 삶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의 죽음 역시, 그만의 숨은 사랑의 방식이었음을 깨닫는다.

죽음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인가
죽어가는,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선택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마크의 고통과 죽음은 오늘날 우리가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로 탈로를 이끈다. 무엇이 좋은 죽음이고 존엄한 죽음인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나날을 좀더 편하게 해줄 방법은 무엇인가.

마크는 죽어가고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그의 죽음’은 그저 외면하고 피해야 할 무엇일 뿐, 진지한 대화의 화두가 되지 못했다고 탈로는 말한다. 그녀는 차라리 “마지막에 우리가 서로에게 더 솔직했더라면”, 그가 원하는 죽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마크는 홀로 죽음을 선택했고, 비밀리에 계획하고 그것을 실행했다. 탈로에게 자신의 생각을 알리지 않았다. 탈로가 마크의 계획을 알고서도 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면, 현행법상 그녀는 남편의 자살을 방조하거나 돕거나 부추겼다는 이유로 기소될 위험에 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그는 기습적으로 죽어야 했다. 탈로는 자신이 무엇보다 화가 나는 건 마크가 “혼자 죽어야만 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가장 외로웠을 그 순간”에 그의 곁에 있어줄 수 없었다는 것. 작별인사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

그가 죽을 때 내가 그의 곁에 앉아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가 의식으로부터, 고통으로부터, 삶으로부터 툭 떨어질 때 내가 그의 손을 잡고 있었더라면. _331쪽

현대의 법률과 의료 체계의 모순을 지적하며, 탈로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존엄사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안락사와 조력사망은 영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이다. 디그니타스가 운영하는 스위스의 안락사클리닉 같은 기관이 있으나, 확실한 ‘말기’ 진단을 받아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크의 병세는 회복의 가망이 보이지 않았고, 하루하루 나빠지며 고통받았지만, 병의 원인이 불분명했던 탓에 그는 공식적인 말기 진단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조력사망은 마크의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결국 택한 죽음의 방식을 탈로는 가슴 깊이 존중하고, 애틋하게 곱씹는다.

죽음은 삶의 필수적인 과정이며, 자신의 죽음, 또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인생의 과제이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성찰하는 것은 결국 삶을 더욱 사랑하고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한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상실의 과정을 정면으로 통과하며 죽음의 방식을 성찰하는 이 책은, 유한한 삶을 살아가며 사랑하는 이의 곁을 지키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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