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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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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기울어지는 쪽에 전부를 걸고 있어요

사생대회
호렵도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과 보기 위한 워크숍
와플 또 와플
아침밥 먹는 모임
요가라이프
공은 어디로 갔을까
낮은 처우, 과도한 업무량
황룡사지
정물화
조지 손더스
만정 낚시터
사지
학교 입지 조건
제2외국어
나일론
경야
한지에 만남

2부
죽기 살기로 떠다니는 발들에게

mother machine
동북 방향
무릉
공은 어디로 갔을까
김용대 한의원
못난 세계
빙산의 일각
눈사람 안경원
우엉 우엉
그날, 쑥
앉은뱅이 전쟁
구면
피가 났던 자리에는 왜 딱지가 앉을까?
추석의 아시안게임
구경만 하는 집
공은 어디로 갔을까
근시
목맨 사람의 집
얼음 장수
습도
이복

발문
영원히 경유하는 마음 - 김준현
저자 소개
저자 : 김세희
한 곳에 잘 앉아 있었다. 시집 『뜻밖의 미래 연구회』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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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기울어지는 쪽에 전부를 걸고 있어요”
찡그린 과거에게 한 줄의 미소 짓기
도착 없는 자유를 누비는 명랑한 보폭의 시

나 자신과 거리를 두며 걷기. 그리하여 양손에 과거와 미래를 쥐고 현재를 질주하기. 삶에 난 갈림길을 솔직하고 경쾌한 걸음으로 쉼 없이 나서는 시인 김세희의 첫 번째 시집 『뜻밖의 미래 연구회』가 출간되었다. 정한아, 박소란 큐레이터로부터 “차분한 음색 속에서 전해지는 인간적이고 재기발랄함이 느껴지는 시. 무엇보다 시가 재미있고 가장 큰 장점은 아무튼, 사랑이 느껴진다는 것”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출간이 결정된 이번 시집은 요즘 시 경향에서 보기 드문 독법의 재미와 사랑이 구현된다. 시인 김세희는 삶으로부터 절박했던 날들에 미소 하나를 그려 넣으며 자기만의 보법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과거의 상처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섣부르게 예감하지 않는다. 차분하고 단정함 속에서 구현하는 위트와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방식은 삶을 그리는 획이 되어 시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요즘 시에서 보기 드문, 징그러울 정도로 선명하고 구체적인 풍경과 정황들은 시인이 지니게 된 삶에 대한 간절함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때의 간절함은 타자와 이루는 삶에서 더 뚜렷해진다. 과거 친구들과 선생님이 머물러 있던 학교 풍경, 그 속에서 저질러졌던 상처 깊은 일화들은 어릴 때 시선으로 희뿌옇게 전개되지만 과거의 생생함 속에서 현재로 재구성된다. 화자들은 무기력하거나 과거에 쉽게 침범당하지 않고 오히려 삶을 솔선수범 살아내는 능동적인 태도로 변화한다. 이때 발생하는 재기발랄함은 미래를 일구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 아침밥 먹는 모임,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과 보기 위한 워크숍, 요가라이프, 소개팅 등 일순간 자신을 혼자로 만들지 않으며 혼자인 존재와 어울리게 된다.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분열된 세계마다 간직하고 있던 소분된 마음을 하나씩 꺼내와 돌보기도 한다. 시인의 시는 과거의 상처를 복원하기 위해 무언가를 쉽게 흉내 내지 않고, 미래를 들여다보기 위해 섣불리 말하지 않는다. 그 차분한 어조 속에서 자기만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재기발랄함은, 김세희 시만이 간직하고 있는 ‘사랑스러움’이기도 하다.

“웃다가도 재빨리 우는 거
조금만 닿아도 따듯하게 느껴지게 하는 거
내가 전문이거든요”

소속 없는 존재가 발명하는 작은 공동체

엄마를 돌보는 보호자이자, 슬픔에 빠진 기계에게 우는 일을 대신 해주는 사람, 태화고무 앞에 서 있는 사진 속 아빠를 보는 사람, 여학생 팔뚝을 주무르고 다니는 선생님을 보는 사람……. 시인이 본 것들은 한 번 더 말해져야 할 것들이 많다.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기도 하다. 스스로 삼키며 지나온 과거로 돌아가 그 절박함에 미소 하나를 그려 넣으며, 다시 읽힐 수 있도록 시적으로 전환하는 안간힘은 시인만의 삶을 사랑하는 방식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시인 김세희의 진가는 가령 이런 곳에 묻어 있다. 샌드위치를 반으로 갈라 건네는 언니의 배고픔과, 먹는 입만 있다고 자조하는 나의 배고픔을 한 테이블 위에 두는 것. 엄마가 먹다 흘린 포도즙을 닦았던 티슈로 자신의 눈물을 닦는 일, 시체 자세를 하고선 살아가는 유연성을 배우는 요가 시간, 태화고무 앞 다른 마음으로 같이 서서 찍은 사진을 응시하는 어떤 용기. “주스 병을 물병으로 쓴다거나 색 바랜 순면 60수 티를 베갯잇으로 쓰”(「공은 어디로 갔을까」)는 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대체되었던 가짜 같은 삶의 자리에 진실을 돌려 놓는다. 그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인이 발명하는 ‘작은 공동체’들이다. 서로 다르거나 어긋난 마음을 한 장면에 유착시켜 바야흐로 작은 공동체로 작동하게 하는 일은, 시인이 그동안 존재를 어떻게 헤아려왔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자 이 장면은 미래라는 입체를 빚는데 중요한 순서가 된다. 삶은 언제나 역설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끈끈하게 잇는다. 시인은 그것의 이어진 매듭으로부터 출발하며 시를 쓴다. 미래란 그 매듭을 푸는 일이 아니라, 매듭을 꼭 쥔 채로 떨어지지 않는 것. 시인은 기꺼이 과거를 단절하거나 유실시키지 않고 현재에 꼭 필요한 것으로 뒤바꾼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김준현의 발문에 따르면 시인은 “고통을 감수하면서, 자신조차도 자신의 행방을 알 수 없도록 시공간 개념을 무화시키는 여행자”이다. 행방을 묘연하게 만드는 것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인만의 리듬, 독특한 보법, 변주를 일으키는 시선에서 오는 것이지만, 이것은 함께 길 잃기의 제안. 자기만의 과거를 생생하게 마주하는 우연을 제공하는 것.
“어디에도 속할 수 없게 만드는 세상과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려는 시인의 마음이 충돌/합일하는 순간마다 시인의 시는 삶에 선행하지 않을까. 시는 무한한 우주로 향하는 동력으로 시인 자신보다 먼저 미래에 도착하지 않을까.” 발문에서 말하듯이 시인은 시를 먼저 미래에 보낸 다음 시를 동력 삼아 다음으로 나아간다.

‘뜻밖의 미래 연구회’는 시를 읽는 마음과 기분의 조율 속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는 사이를 뜻하기도 한다. 이 시집은 도착하지 않은 사람들만이 나눌 수 있는 잠깐의 미래, 이것은 “멀리 있는 줄은 알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근시」)어 하는 오늘의 마음.



가득 찬 공동묘지는 문을 닫나요
이제 땅을 뚫고 올라오는
고사리나 죽순을 많이 먹습니다

2025년 12월
김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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