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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가시
가을 길
감자 캤다
같은 산에 살면서
겨울, 산에 기대어
고드름
고백
그래도 사람이 좋다
그러니까 하느님 소릴 듣지
그믐달
기분 좋은 밤
꽃
꽃밭을 텃밭으로
꿈
끝
나무가 없으면 새도 안 온다
날은 흐리고 싸락눈이 내렸다
노을
농부는 등이 역사다
눈 내리는 밤
달맞이꽃
대낮에
대설
딱새 놀다 가는
똥이 힘이다
뜬물개떡
만추
먹감나무
먼 젖은 산이
못난 시인
묵정밭 1
묵정밭 2
묵정밭 3
민들레
반성
밤마다 내려오는 별은 어쩌고
배추
벌초
보리밥을 먹다가
봄날
빠꾸 아재
사람덜이 그러면 못쓴다
사람들은 왜 그럴까
사람 별것 아니네
사람의 일
사랑
산
산길 걸으며
산길에서
산의 언어는 침묵이다
산중에 오는 비는 발 디딜 곳이 많습니다
새
새를 기다리는 중이다
새벽길
서점에 갔다
선글라스
세상이 시끄럽다
소똥
시월
시인
시인네 배추밭
십일월의 비
안부
어머니
어머니 없는 첫봄이다
여름밤
예의
오늘의 일기 1
오늘의 일기 2
오월
우중 일기
월사금
위봉사
일기
작은 나비
전국적으로
전지
졸라
지지대
직심
차마
채송화
콩 타작
토끼풀꽃
풋감
핑 다녀오세요, 했다
한수 양반
햇살, 좀 놀면 어때
호미
황소
황토

해설|고영직
시인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김용만
김용만(金龍萬) 시인은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다.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 산문집 『흘러가는 기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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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고랑이 깊으면 밭두둑이 배부르지
자연은 꼬부장한 게지”
세상 만물과 터전을 공유하는 ‘평화로운 가난’

시인은 자연과 인간을 살피고 돌보는 “대지의 청지기”로서 “한 사람의 혁명”(고영직, 해설)을 추구한다. 그 ‘한 사람의 혁명’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세계를 새롭고, 낯설고, 다르게 보며 ‘세계의 복수성(複數性)’을 인정하는 태도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시인은 “꽃밭을 텃밭으로” 바꾸며 자기 안의 “꽃들을 지우는 중이다”(「꽃밭을 텃밭으로」). 인위적으로 울타리를 치고 꽃밭을 꾸미기보다는 산과 숲에 섞여 들어가 텃밭을 일구는 노동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시인은 “스스로 가라앉은 힘”에서 “다시 일어서는 힘”(「뜬물개떡」)을 발견해내고, 자연의 섭리대로 따르면서 노동하는 삶은 “가난해도 가난하지 않다”(「겨울, 산에 기대어」)고 말한다. “자연은 꼬부장한” 것이라며, 그 굽은 모양대로 살아가는 것이 시인이 “가고자 하는 길”(「묵정밭 3」)임을 담담하게 술회한다. “산중 적막한 고요와 가난이 얼마나 평화로운지”(「나무가 없으면 새도 안 온다」) 되새기며 새벽 마당을 잠시 서성이기도 한다.
이번 시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자연 만물을 ‘소재’가 아니라 생명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는 시인의 생태학적 감각이다. 시인은 자신이 사는 집은 “무슨 특별한 집”이 아니라 “사시사철 찾아드는/벌 나비 집”이고 “바람과 햇살 오가는/두꺼비 집”이며 “집 찾아드는 오만 것들”(「밤마다 내려오는 별들은 어쩌고」)의 집이므로 ‘당호’를 붙인다는 것은 당치 않다고 말한다. 이는 대지는 뭇 존재의 공유지여야 한다는 시집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또한 자연이 인간보다 우선하고, 노동이야말로 삶을 지켜나가는 근본임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인식의 바탕 위에서 시인은 “흘러내리지 않기 위해/흙 속에 돌을 묻는”(「겨울, 산에 기대어」) 산의 마음까지도 능히 헤아린다.

매일의 노동을 통과해
비로소 순리에 가닿는 정직한 시심

김용만의 시에는 몸으로 살아낸 노동의 시간과 땀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시인은 ‘마찌꼬바’(작은 공장을 뜻하는 일본어) 용접사로 살았던 과거의 시간과 산중에서 땅을 일구고 시를 쓰는 현재의 시간을 겹쳐놓으며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되새긴다. “마찌꼬바 삼십년 세월”을 “쇠토막같이 언 손으로/종일 난간 움켜쥐고 매달”(「고드름」)려온 생애는 고되고 질긴 노동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외롭게 살았”으나 “한세상 비겁하진 않았다”(「보리밥을 먹다가」)고 회고한다. 시인의 산중 생활 또한 단순한 귀촌살이가 아니다. 시인은 흙 한줌, 돌 하나도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 “돌 고르고 나니 흙이 남”아 “그 흙을 옮겨 꽃밭을 만들”고, “흙 고르고 나니 돌이 남”아“그 돌로 돌담을 쌓”(「겨울, 산에 기대어」)아 삶의 터전을 마련한다. “흙과 돌멩이 모으고 가려 쌓으며/몸 써” 묵정밭을 개간하고 “호미 끝을 세워/서늘히 땀에 젖고 싶다”(「딱새 놀다 가는」)는 소망에서 드러나듯, 시인은 자연과 인간이 공생공락하는 삶(해설)을 꿈꾼다. “잘 짓든 못 짓든/나누는 것도 농사다”(「감자 캤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시인은 노동의 목적을 ‘나눔’에서 찾는다.
물론 이처럼 공유와 환대의 원리가 순환하는 삶은 요원하다. “한 노동자가 타 죽었다 한들/사람들 이제 왜냐고 묻질 않는” “반응 없는 시대”를 실감하며 시인은 “흐느끼며 돌아서 눈물 훔칠/시퍼런 시인 하나 그립다”(「대낮에」)고 말한다. 그럼에도 시인은 “혁명은 끌고 가는 게 아니라/밀고 가는 것”(「빠꾸 아재」)임을 역설한다. 앞장서서 이끄는 영웅의 서사가 아니라 뒤에서 서로 등을 받쳐주는 평범한 이들의 온기가 결국 세상을 움직인다는 믿음이다. “시는 단맛보다 쌉쏘롬한 쓴맛”(「시인」)이라는 깨달음을 체득한 시인은 삶의 전환 이후 오직 그 길을 향해 “직심 있게”(「직심」) 살아간다.
김용만의 시는 어렵지 않다. 흙냄새가 나고 밥 냄새가 난다. 현학적인 수사 대신 “똥이 힘이다”(「똥이 힘이다」)라고 외치는 직관적인 언어로 생의 비루함과 숭고함을 동시에 포착한다. 요양병원의 노모와 나누는 애틋한 대화, 아내를 향한 무심한 듯 깊은 사랑, 먼저 떠난 이웃들에 대한 그리움이 시집 곳곳에 흩뿌려져 있어 읽는 이의 가슴을 한순간 먹먹하게 한다. 특히 “가난은 어째서 평화로운지”(「꿈」)를 물으며 산중의 적막과 심심함을 즐기는 모습은 속도와 효율을 강요하는 요즘 시대에 묵직한 울림을 준다. 『기역은 가시 히읗은 황토』는 팍팍한 도시의 삶에 지친 독자에게 잠시 멈춰 서서 발밑의 흙을 바라보게 하는 다정하고도 단단한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

시인의 말

또랑 건너 박씨 아재 돌아오셨나보다
식은 굴뚝에 연기 난다

눈이 매웁다

연기보다 더 매운 게 사람 정이다

2025년 겨울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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