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대안이 없다’의 시대, ‘대안의 가능성’을 찾아야 하는 현실
신자유주의적 세계관의 대안적 상상은 가능한가?
이 책의 2부는 인류세라는 위기에 맞서 신자유주의가 특정한 종류의 기술적 메시아주의로 출현한 과정에 주목하면서 시작한다. 인류세라는 개념은 격렬한 이념 투쟁의 장인데, 기술자본주의의 환경적 영향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신자유주의 세계관을 이루는 모델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항하는 신자유주의 진영에서는, 인류 역사는 끊임없는 기술적 극복의 역사였으므로, 기술 발전의 ‘대가속’을 통해 지구의 미래를 안전하게 지킬 거대 기술에 대한 민간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베르나르 스티글레르에 따르면 이는 지구 전체를 하나의 우주선으로 조망하는 글로벌 미학으로 발전하는데, 그에 입장에서 이는 지구온난화·과잉 착취·환경 파괴 등의 고질적 문제를 단순히 미래의 기술이 해결할 것으로 상정하는 기술적 메시아주의에 다름 아니다. 결국 인류세 개념은 생태·글로벌 민주주의라는 장기적 목표와, 소유적 개인주의·대량 소비·극단적 자본화·기술 혁신이 양립 가능함을 표상하는 미적-담론적 복합체가 되며 신자유주의적 세계관에 통합된다. 이처럼 신자유주의는 다가오는 위기마저 자기-극복을 위한 인류 능력의 시험대로 미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이 책은 저자인 로스 아비넷은 신자유주의 바깥에서 대안적 상상을 찾을 가능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저자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적 전통에 자신을 위치시키면서 프레드릭 제임슨, 베르나르 스티글레르,티머시 모턴 같은 연구자들의 작업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자신의 입장을 펼쳐 나간다.그 과정에서 니체, 마르크스, 하이데거, 아도르노, 하비, 보드리야르 등 주요한 근현대 사상가들의 지적 유산을 활용하며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발전, 심화되는 문제들을 살펴보며 대안적 상상계의 가능성을 가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