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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2장 기필코
3장 그도 그럴 것이
4장 불현듯
5장 홀연히
6장 의심할 여지 없이
7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8장 시나브로
9장 어쩌다가
10장 그렇다면
11장 그제야 비로소
12장 오롯이
13장 마침내
14장 그런데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조경아
작사가 출신으로 11년 동안 직장 생활을 멀쩡하게 하다가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3인칭 관찰자 시점』)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브런치 스토리와 블로그에서 노래소설(초단편 소설)을 연재하며 습작 활동을 시작했으며, 리디북스 우주라이크소설(단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느리고 오래된 것들을 좋아하는 소설가라기보다 스토리텔러 혹은 몽상가. 장편소설로는 『3인칭 관찰자 시점』, 『복수전자』, 『집 보는 남자』 등이 있고, 청소년 앤솔러지 소설집으로는 『너의 MBTI가 궁금해』 등이 있다. 리디북스에서 단편으로 「행복한 남자」, 「제발 그 피부과엔 가지 마세요」, 「뜨거운 안녕」, 「두렵지 아니한가」, 「행운이라는 아이」, 「백 번째 생일선물」, 「기적의 발단」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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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들
“혹시 저희랑 같이 살아보시겠어요?”

『안락정원』에서 거주하거나 거주했던 이들이 이곳을 찾아들게 된 기구한 사연들은 우리 삶을 뒤흔드는 다양한 격랑들을 보여준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라고, 사랑받기 위한 연습을 했으나 끝내 거리의 노숙자로 몰리고, 밑바닥에서부터 고투해 전 재산을 걸고 사업을 시작했으나 사기당해 무일푼이 되고, 매일 보던 가족의 뜻밖의 죽음으로 돌이키지 못할 상처와 죄책감에 시달린 나머지 어떤 대인관계도 감당할 수 없게 되고, 자식을 지키고자 궂은일도 남들의 손가락질도 마다하지 않았으나 결국 그것이 자식을 죽음으로 몰고 가 비탄에 빠진 사람들. 남을 돕는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했으나 몇 차례의 사고로 인터넷상에서 비난 대상이 되어 일자리는 물론이고 살아갈 기운마저 잃고, 아들 못 낳아 집에서 쫓겨난 후 딸마저 폭력으로 희생당하고, 법적 처벌로도 막을 수 없는 한 사람의 과도한 집착을 피해 스스로를 방 안에 가두어 마치 죽은 듯 살게 된 이들도 있다.

『안락정원』의 사람들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친 친구·이웃·가족의 어두운 초상을 부분적으로 반영하는 인물들이다. 삶을 이어갈 이유나 힘이 현저하게 부족했던 이 인물들은 안락정원에서, 사람을 죽이는 방법이 차고 넘치듯이 사람을 살리는 방법 역시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는 것을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내며 배워간다. 잘 사는 것도 어렵지만, 잘 죽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테오의 여정을 통해 확인하면서, 마음을 흔드는 깊은 감동과 오랜 시간 곱씹을 생각거리를 동시에 건네는 『안락정원』이 우리 시대에 절실한 치유소설임을 깨닫게 된다.

“당신은 정말 죽고 싶어서 안락정원에 들어왔나요?”
조력자살의 실체와 안락정원의 숨은 비밀을 들추는
조금은 기괴하고 애틋한 이야기

영종도 하늘도시 외곽에 자리한 주상복합 빌라 ‘안락정원’은 자살에 실패한 사람들이 어떻게든 죽고 싶어서 입주하는 곳이라는 소문이 있다. 자신과 떨어져 홀로 살던 하나뿐인 여동생 테린의 마지막 흔적을 찾던 테오는 소문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이 휑뎅그렁한 도시를 찾았다. 안락정원 앞 편의점에서 일하는 청년 두호는 테오를 다정하게 맞이한다. 안락정원이 자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죽도록 도와준다는 소문이 있다는 것을 두호에게 확인받은 테오는 마침 안락정원을 오가는 구급차를 보고는 안락정원에 직접 들어가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다.

“설마 자살 시도를 해보겠다는 건 아니죠?”
“그래야 저기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해봐야죠.”
“너무 위험해요.”
“혹시 다른 방법이 있어요?” (22쪽)

테오는 목숨을 건 가짜 자살 소동을 벌인 끝에 사건 담당 형사였던 수복에게서 안락정원의 명함을 건네받고 그곳에 입주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다. 일단 입주자들의 상담을 담당하는 정신의학과 의사인 익선과 대화를 나누고 난 뒤 건물주인 박검 회장을 대면한다.

“왜 영종도까지 와서 죽으려고 하셨나요?”
테오의 서류를 보던 박검이 불시에 물었다. 테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테오가 먼저 묻고 싶었다.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거죠? (45쪽)

입주 첫날부터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는 순이할매가 그를 성가시게 했지만 테오는 이곳에 들어온 목적에 집중하고자 한다. 안락정원에서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이 있었다. 똑같은 시간에 함께 기상하고 함께 식사하며 매일 맡은 일을 정해진 시간에 해내야 하는 등 빡빡하게 짜인 안락정원의 일과를 소화하며 테오는 다른 입주민들 사이로 조심스럽게 스며든다.

편의점의 두호는 계속해서 테오의 말동무가 되어주며 안락정원에 대한 소문들을 들려준다. 건물주가 조폭들을 밑에 두고 사채업을 하고 있고 이 신도시 상가 3분의 1을 소유했으며, 사람의 얼굴만 봐도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둥. 의사 익선도 간호사 민정도 회장인 박검도, 심지어 자신에게 안락정원 명함을 처음으로 건넨 형사 수복까지 전부 안락정원의 입주민들이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면서 안락정원 입주민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선희는 일하는 내내 아무 말이 없고, 카페를 운영하면서 누구나 사랑스러운 미소로 대하는 ‘잘생긴’ 현빈 사장은 전에 안락정원에서 살다가 나와 다른 일을 하기로 선택했다고 하고. 그렇다면 죽음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저처럼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사람이 왜 한때 자살을 시도했을까? 입주민 모두가 수상하고 기이하다. 이들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걸까?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테오의 관심은 402호에게로 넘어간다. 모두가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그 방의 인물은 누구일까? 테오는 두호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그 인물이 402호에 감금당한 것은 아닐까를 의심해본다. 아니, 그 스스로 감금되기를 바란 것일까? 두호는 여동생 테린이라고 짐작하느냐 묻지만 테오는 대답하지 못한다. 진실을 파악하려고 높은 지대로 올라가 402호 안을 들여다보는 테오.

402호 창문 안쪽은 들여다볼 수 없었다. 402호 창문은 401호와 달리 검은 암막 커튼으로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 테오는 아쉬운 한숨을 내쉬며 휴대전화 시계를 보았다. 아르바이트할 시간이 2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테오가 아쉬운 한숨을 크게 몰아쉬며 뒤돌아서는 순간, 안락정원 4층 암막 커튼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하지만 테오는 그 작은 흔들림을 눈치채지 못했다. (99쪽)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갈피를 못 잡게 하는 와중에도 테오는 안락정원의 일과 때문인지 쉽게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한순간 위층에서 들려온 정체 불명의 소음이 테오의 행복한 잠을 앗아가버렸다. 403호에 거주하는 순이할매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이 소음을 만들어내는 것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음의 종류와 간격이 불규칙해지면서 테오는 점점 인내심을 잃어갔다.

테오는 누군가에게 크게 화를 내본 적이 없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뿜어 나오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마주쳤던 모든 순간마다 테오를 괴롭혔던 순이할매였다. (111쪽)

순이할매의 방망이질 소리는, 늘 누군가로부터 도망치기 바빴던 테오에게 분노를 일으켜 이제 누군가의 방문을 거침없이 두드릴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대체 안락정원의 삶은 테오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죽고 싶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살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그저 죽음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믿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한 걸음만이라도 삶 쪽으로 이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들추고 싶지 않은 어두운 그늘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 어두운 구석을 기어이 파고드는 햇살처럼 이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햇살처럼 파고들어 잔잔한 희망이 되기 바랍니다. _‘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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