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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렐류드 009
장미와 주목 025
에필로그 352
옮긴이의 말 355
저자 소개
저자 : 애거사 크리스티 (Agatha Christi)
1890년 영국 데번주에서 미국인 프레더릭 밀러와 영국인 클라라 보머 부부의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집에서 어머니에게 교육을 받았고 열여섯 살 때 파리로 이주해 학교에서 성악과 피아노를 배웠다. 1912년 영국으로 돌아와 이 년 뒤 아치볼드 크리스티 대령과 결혼했고, 1차세계대전 시기에 쓴 『스타일스 저택의 살인 사건』으로 데뷔했다. 1976년 85세를 일기로 사망할 때까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BC 살인 사건』 등 80여 편의 추리소설을 집필했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출간 직후 애거사는 어머니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 등에 큰 충격을 받고 잠적하는 등 방황의 시간을 보내지만, 이때의 사유를 바탕으로 1930년부터 1956년까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한다. 필명을 쓴 것은 추리소설 독자들을 혼동시키지 않기 위한 배려였고, 이는 애거사의 뜻에 따라 수년간 비밀에 부쳐졌다.
1955년 미국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거장상을 받았고 1967년 여성 최초로 영국추리작가협회 회장이 되었으며, 1971년 영국 왕실에서 수여하는 작위 훈장DBE을 받았다. 그녀의 작품은 103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영어권에서 10억 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다른 언어판 역시 10억 부 이상 판매되어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었다. 2009년에는 미발표 단편 두 편이 실린 창작노트 『애거사 크리스티 비밀 노트』가 출간되었다. 그녀의 유해는 영국 옥스퍼드셔의 세인트메리교회 묘지에 안장되었다.

역자 : 공경희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서울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했다. 시드니 셀던의 『시간의 모래밭』을 시작으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비밀의 화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파이 이야기』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우리는 사랑일까』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우연한 여행자』 『타샤의 정원』 『포그 매직』 『꿈꾸는 아이』 『매뉴얼』 『빗속을 질주하는 법』 『좀비-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대디 러브』 『카시지』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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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 여자를 다른 방식으로 갈망했던 두 남자의 엇갈린 시선과 기억
누구도 속단할 수 없는 인간 심리의 미스터리를 통찰한 심층적 심리소설

휴 노리스는 어느 날 찾아온 낯선 부인의 요청으로 과거에 자신을 슬픔과 경악에 빠뜨렸던 존 게이브리얼을 만나러 간다. 그러나 허름한 호텔방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던 게이브리얼을 본 순간 충격에 휩싸인다. 추악하고 비열한 협잡꾼이라 믿었던 그 남자가, 한 여자를 비참한 삶으로 내몰았던 그 남자가, 모든 이의 존경을 받는 영웅이자 구원자인 클레멘트 신부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게이브리얼이 들려준 이야기는 휴 노리스의 기억을 완전히 산산조각내며 그를 오래전 콘월의 세인트 루로 거슬러올라가게 한다.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처지를 비관하며 자살을 계획했던 휴 노리스는 영국 콘월의 소도시에서 삶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아무런 의심 없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귀족 여성 이저벨라를 만나면서 안식과 위안을 얻게 된다. 그리고 강렬한 개성을 가진 야심가 존 게이브리얼을 만난 후로 자살도 미뤄둔 채 두 남녀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일대의 소요를 관찰하듯 지켜보기 시작한다.

신분적 열등감과 귀족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품고 있던 존 게이브리얼은 오직 출세만을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으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서 결국 당선의 패를 쥔다. 하지만 그 직후 그가 자신이 혐오해 마지않던 귀족이자 약혼자가 있던 이저벨라와 함께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치듯 세인트 루를 떠나는 경악스러운 사건이 벌어진다. 두 남녀의 밀월은 누가 보아도 ‘사랑’ 때문일 리 없었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휴 노리스는 지독한 상실감과 배신감에 사로잡힌다.

이저벨라가 그를 사랑하는 걸까? 나는 의심스러웠다. 그녀가 게이브리얼 같은 남자와 행복할 리 없었다―그녀를 갈망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 남자와.
게이브리얼에게도 완전히 미친 짓이었다. 정치 생명을 끊는 일이었다. 모든 야망을 팽개치는 일이었다. 그가 왜 이런 미친 짓을 하려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_본문 306쪽

“그 사람을 제대로 보지도 않았잖아요.
당신은 진짜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프렐류드’에서 게이브리얼이 고백한 이야기는 마지막 ‘에필로그’에 이르러 그 전말이 완전히 드러나면서 충격을 던진다.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퍼즐을 맞춘 뒤 휴 노리스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사람이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똑같은 사람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평가가 존재하고,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 보이기도 하는 인간성의 진면목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게이브리얼과 이저벨라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노리스는 두 사람 사이의 분명한 신분 격차와 소통 부재만을 보았을 뿐, 그들의 진짜 감정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또한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이저벨라도, 그 사랑을 처음부터 의심하고 시험하려 들었던 게이브리얼도 서로를 온전히 알지 못했기에 불행한 연인들이었다. 그들은 상대를 열망하면서도 함께한 동안에는 단 한 순간도 행복하지 못했다.

“그를 좋아합니까, 이저벨라?” (…)
“전 그를 몰라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죠. 누군가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른다는 건 끔찍한 일이에요.” _본문 234~235쪽

파노라마 같은 독법을 유도하는 다채로운 이야기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에 기억이 다시 차오른다

휴 노리스는 지나간 모든 기억을 다시 꿰어가며 사랑의 허상을 깨닫는다. 인간이 얼마나 예측 불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인지를 아프게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희생이 자기도취에서 비롯한 자기만족적 기만에 불과한 것임을, 오히려 그 희생이 자신을 위한 것일 때라야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는 모순도 발견한다. 우리는 언제나 연민과 사랑을 쉽게 혼동하며, 사랑에 빠진 순간 나와 상대 사이에 ‘그를 사랑하는 나’와 ‘나를 사랑하는 그’를 세우고 나와 그의 본모습은 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끝나면 나와 그의 존재는 사라지고, 그 사이에 허물 같은 껍데기만 남는다.

좋은 예술작품의 중요한 미덕 중 하나는 해석의 여지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이 소설은 남녀의 러브스토리로 읽을 수도 있고, 주관적 판단의 불완전성과 위험성을 경고하는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다. 또 성 바울과 예수에 대한 작품 속 언급과 게이브리얼이라는 이름이 성경에 등장하는 천사 ‘가브리엘’의 영어식 표기인 것을 감안해 게이브리얼을 바울로, 이저벨라를 예수로 보는 해석도 있을 수 있다. 즉 그리스도교를 이단으로 치부했던 바울이 예수에게 감화되어 그를 섬기는 새 삶을 살았듯이, 이저벨라를 향한 게이브리얼의 뼈아픈 참회록으로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장미와 주목』은 애거사의 작품들 중에서도 『봄에 나는 없었다』와 더불어 애거사가 특히 아꼈던 작품이다. 『봄에 나는 없었다』가 기억의 왜곡과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가능한지에 대한 작품이었다면, 『장미와 주목』은 주관적 판단의 위험성과 타인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가능한지에 대한 작품이다. 우리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늘 내 곁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메리 웨스트매콧 컬렉션’ 시리즈 소개

‘범죄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로 못다 한 이야기
미스터리로 남은 실종 사건 후 사유와 삶이 담긴
인간 애거사의 가장 사적인 컬렉션

봄에 나는 없었다 | 딸은 딸이다 | 두번째 봄 | 사랑을 배운다 | 장미와 주목 | 인생의 양식

‘메리 웨스트매콧 컬렉션’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벗어나 새로이 도전한 문학의 정점으로,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여섯 편의 장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과 믿었던 남편의 외도에 큰 충격을 받고 11일간 행방이 묘연해지는 등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던 애거사 크리스티는, 실종 사건으로부터 4년이 지난 1930년부터 1956년까지 ‘인간’, 특히 ‘여성’의 삶을 주제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한다. 추리소설 작가로서 이미 명망이 높았던 그녀는 독자들의 혼동을 우려해 필명으로 작품을 출판했고, 이는 본인의 뜻에 따라 비밀에 부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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