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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장 심리학 용어가 치료실을 벗어나 무기가 되기까지
2장 진단의 목적과 한계
3장 학대와 나쁜 행동의 차이
4장 ‘가스라이팅’인가, 의견이 다를 뿐인가?
5장 ‘강박장애’인가, 꼼꼼한 성격일 뿐인가?
6장 ‘레드 플래그’인가, 평범한 관계 갈등일 뿐인가?
7장 ‘나르시시스트’인가, 표현이 서툴 뿐인가?
8장 ‘러브 보밍’인가, 다정한 성격일 뿐인가?
9장 ‘소시오패스’인가, 애정의 무게가 다를 뿐인가?
10장 ‘양극성 장애’인가, 감정 기복이 심할 뿐인가?
11장 ‘경계 침범’인가, 서로의 기준을 몰랐을 뿐인가?
12장 ‘경계선 성격장애’인가, 감정이 격렬할 뿐인가?
13장 ‘문제적’ ‘트리거’ ‘트라우마 유대’
14장 우리는 모두 서툴다, 그럼에도 관계는 계속된다
15장 이제 무기를 내려놓을 때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이저벨 몰리 (Isabelle Morley)
우리가 사랑하고 관계 맺는 방식을 연구하는 임상심리학자다. 윌리엄제임스칼리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경력 초기부터 커플 치료를 전문으로 삼아 다양한 커플 치료 방법론을 습득했다. 두 곳의 그룹 진료소에서 경험을 쌓고 전국 규모 정신건강센터의 지역 책임자를 거쳐 개인 상담소를 열었다. 현재는 보스턴에서 커플들을 위한 집중 상담과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정서 중심 치료EFT 전문가로서 수많은 커플의 관계 회복을 도왔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사이콜로지투데이』에 칼럼 「사랑하거나 떠나거나Love Them or Leave Them」를 연재 중이며, 『뉴요커』 『보스턴글로브』 등 주요 언론사를 통해 연애와 결혼, 미디어가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전해왔다. 최근에는 리얼리티 방송의 그늘에 가려진 출연자들의 심리적 고통에 주목하여 UCAN 재단을 설립하고, 이들을 위한 상담과 법적 지원을 제공하며 방송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역자 : 문가람
전주교대를 졸업하고 초등교사가 된 후, 교직생활 중 경험한 심리적 소진을 계기로 상담 공부를 시작했다. 공주교대 대학원에서 교육상담 석사학위를, 한국교원대에서 상담심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전문상담교사 1급, 임상심리사 2급, 한국상담학회 1급 전문상담사 자격을 갖춘 채 두 가지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교사로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고, 상담실에서는 성인 내담자, 특히 소진된 교사들의 마음을 돌보며 회복의 길을 함께 찾아가고 있다. 공저로 『초등교사의 심리적 소진 회복을 위한 집단상담 프로그램』 『학교폭력 예방 및 학생의 이해』가 있고, 옮긴 책으로 『교사 심리적 소진의 예방과 대처방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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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랑하는 사람을 공격하는 무기화된 심리학 용어

우리는 관계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심리학 용어로 상대를 규정해버리고 싶다는 유혹을 더 강하게 느낀다. 하지만 몰리는 흔히 쓰이는 진단명에 부합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소시오패스는 전체 인구의 6퍼센트밖에 안 되며, 우리가 소시오패스라고 지목한 사람들은 소시오패스일 확률이 매우 낮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그가 심리학 용어 사용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사이코’라고 말하는 것이 임상적으로는 부정확할지언정, 우리가 느낀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유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소한 마찰을 학대의 신호로 의심하고 진단명을 사용해 확인하려는 마음도 이해된다. 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고, 심리학 용어를 방패로 삼을 수 있다. 그럼에도 몰리는 심리학 용어의 무기화만큼은 경계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짚는다. 혹시 모를 학대의 가능성을 따져보거나 의사소통을 위해 심리학 용어를 빌려 쓰는 것과 가족, 친구, 연인 등 가까운 사람을 진단하고 낙인찍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왜 심리학 용어를 무기화해서는 안 될까. 몰리는 먼저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에 주목한다. 인품이 훌륭한 사람도 미숙한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고, 건강한 관계도 긴장의 파고가 거세지는 순간을 겪기 마련이다. 학대가 아닌 이상 갈등의 원인은 둘 모두에게 있는데, 상대의 행동을 ‘가스라이팅’ ‘러브 보밍love bombing’ 같은 용어로 규정하고 내 책임은 없다고 믿으면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할 기회를 잃는다. 이에 공격받은 상대마저 방어적으로 대응한다면 관계의 회복은 요원해질 것이다. 몰리는 특히 이 지점에 방점을 찍으며, 진솔한 대화만으로도 개선될 수 있는 관계가 상대를 향한 낙인 때문에 고착되는 사태를 안타까워한다. 게다가 만일 상대가 실제로 강박장애나 양극성 장애 같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다면 심리학 용어의 무기화는 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소시오패스 같은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은 누구보다 그 자신이 가장 괴로워하며 달라지고 싶어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취약한 부분을 지적받고 수치심을 느껴 숨는다면,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이외에도 무기화된 심리학 용어를 경계해야 할 주된 이유는 무기화로 인해 심리학 용어의 본래 의미가 흐려지면, 학대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몰리는 실제 학대 피해자들이 학대를 의심하는 경우는 내담자들이 평범한 파트너를 의심하는 경우보다 현저히 적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일상에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거짓말, 자연스러운 의견 충돌까지 죄다 가스라이팅으로 여기면, 피해자는 진짜 가스라이팅의 전조를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역시 학대 상황에 개입해야 할 시점을 놓칠 수 있고, 최악의 사태엔 가해자가 오히려 심리학 용어를 선취해 자신의 학대를 정당화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해-피해의 지배 구조는 심리학 용어에 힘입어 더 공고해질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몰리가 강조하는 바는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해서도 심리학 용어가 정확히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서적 학대로 삶이 피폐해진 생존자들이 전 연인, 전 배우자가 학대자였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은 치유의 첫걸음이다. 내가 힘들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고, 그것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심리학 용어의 오용을 바로잡는 일은 관계의 회복 가능성을 길어올릴 뿐 아니라, 진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시급한 언어를 되찾아주는 작업이다.

진짜 학대적 관계인지 서로 실수하는 평범한 관계인지 구별해
상대를 끌어안을지 떠날지 판단하도록 돕는 지침서

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해자로 낙인찍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심리학 용어의 본래 의미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흔히 잘못 쓰이는 아홉 가지 용어, ‘가스라이팅’ ‘강박장애’ ‘레드 플래그’ ‘나르시시스트’ ‘러브 보밍’ ‘소시오패스’ ‘양극성 장애’ ‘경계 침범’ ‘경계선 성격장애’를 다룬다. 용어의 정확한 의미에 기반해 무엇이 진짜 학대고 무엇이 단순한 갈등인지 구별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가령 4장에서는 먼저 가스라이팅의 실제 사례를 제시하면서 용어를 정의 내린다. 이어서 표현의 유래까지 다룬 뒤, 가스라이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가스라이팅이 아닌 사례를 보여준다. 그다음에는 실전이다. 내가 가스라이팅을 한다고 지목받았을 때, 반대로 상대가 가스라이팅을 한다고 의심될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생생한 사례와 실질적인 대처법은 12장까지 촘촘히 채워진다.

이 모든 내용을 읽고 나면 독자는 학대와 평범한 갈등의 경계를 가늠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단지 서툴게 행동할 뿐, 악의를 품고 나를 악의적으로 해치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우리는 다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다만, 몰리는 서로의 진심을 헤아리기 위해 대화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주되,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음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 연인이 실제로 나를 학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과감히 결정해야 한다. 학대자라면 무조건 떠나라. 그리고 안전하게 떠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라. 혹은 상대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면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관계에 남아서 그의 치료를 도울지 떠날지 말이다. 몰리는 이때도 판단은 온전히 우리 몫이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내 정신 건강을 먼저 지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제일의 원칙이다.

이 책의 미덕은 내내 독자들을 헤아리려는 진심에 있다. 몰리는 자기 역시 유혹에 넘어가 심리학 용어를 남용한 적이 있고, 관계에서 쉽게 취약해질 때도 있다고 고백한다.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던 시절에는 새로운 장애를 배울 때마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습관처럼 진단했고, 8년간 사귄 전 남자친구에게 붙인 병명은 수없이 많다. 아직까지 남편과 함께 지내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그는 우리가 심리학 용어를 오용하는 것도, 관계에서 궁지에 몰렸을 때 반사적으로 이를 무기화하는 것도 이해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는 마치 내담자를 대하듯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독자에게 말 건다. 우리가 서로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면, 관계는 분명히 나아질 수 있다고 지치지 않고 설득한다. 어쩌면 이 책은 그의 상담실로 불러들이는 가장 다정한 초대장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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