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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그래서 돈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Part 1 돈의 정체성: 내면의 거울이자 시간 속에 기록된 기억
1 돈과 인격: 선택과 가치관을 비추는 거울
2 돈과 기억: 사회적 기억장치
3 돈과 시간: 가격표가 붙은 오늘

Part 2 세상으로 나온 돈: 교환으로 드러난 돈의 가치
4 돈과 가치: 명목과 실질 사이의 거리
5 돈과 신뢰: 종잇조각에 불어넣은 숨결
6 돈과 교환: 이기심이 만든 공감의 질서

Part 3 돈이 여는 기회: 가능성의 도약과 그 무게
7 돈과 레버리지: 현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지렛대
8 돈과 부채: 가장 무거운 약속
9 돈과 유동성: 흐르는 강물이 마를 때

Part 4 돈과 함께 살기: 차가운 숫자에 온기를
10 돈과 일: 벌이인가 놀이인가
11 돈과 행복: 불행을 막는 방파제, 행복을 비추지 못하는 등대
12 돈과 가족: 사랑과 계산의 공존

에필로그 | 당신의 돈은 하인인가 주인인가
추천사 | 돈에 대한 정직한 안내서 윤면식
돈, 삶, 현명함 윤수영
주석 및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자 : 류상철
ARK Economics 공동대표이자 트레바리 클럽 ‘금융경제, explained’ ‘통화정책을 알면 채권투자가 보인다’ ‘이코노미스트 삐딱하게 읽기’ 클럽장을 맡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은행에서 36년간 외환관리, 금융안정, 국제협력 등의 분야에서 일한 뒤 2023년 3월 정년퇴직했다. 퇴직 후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에서 자본이동 관련 자문, 예금보험공사 에서 “기후리스크와 금융안정” 연구용역,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우리나라 이민정책” 연구용역 등을 수행했다.

저자 : 박종호
아주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파이낸스 MBA,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교 경제학 석사를 마쳤다. (사)건설경제 연구원 책임연구원이며 CFA 차터홀더다.
상하이에서 사모펀드에 근무했으며,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CEO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부동산 개발과 투자 분야에서 연구와 실무를 병행하고 공공기관의 부동산 투자 관련 심의와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저자 : 정태관
금융권 IT 시스템 및 AI 개발·운영 전문가로 은행·증권·카드사 등 금융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며, 가계와 기업의 신용을 평가·예측하는 금융 AI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11년 차 가치투자자로서 시장의 흥망성쇠를 거듭 경험해왔으며, 고려대학교 경제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은행원이었던 부친의 투자 실패와 죽음을 계기로 경제와 금융의 본질을 탐구하게 되었고, 지난 4년간 500권의 책을 읽으며 수불석권의 자세로 철학·역사·문학·공학을 경제학과 연결해 깊이 사유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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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늦게 시작된 질문

『돈의 열두 가지 얼굴』의 시작은 한국은행에서 36년간 일한 경제학자의 뒤늦은 질문이었다. 정년퇴직하고 한국은행을 나선 순간에야 “돈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이 질문은 독서 모임에서 만난 세 사람의 뒤풀이 자리에서 싹을 틔웠다. 정통 경제학자가 질문을 던졌고, 현직 부동산 금융 실무자가 현실의 사례를 보태고, 인문학적 감수성을 품은 공학도가 질문을 넓혔다. 세 사람은 토요일 오전마다 모여 세 시간씩 토론했고, 돈의 속성을 네 가지 주제와 열두 가지 얼굴로 정리했다.

돈을 소유하는가, 돈에 소유당하는가

그렇다면 이들이 정의한 돈의 본질은 무엇일까? 세 저자는 돈의 첫 번째 얼굴을 설명하면서 「반지의 제왕」을 끌어온다. 골룸은 반지를 손에 쥐고 ‘나의 보물’이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반지에 붙들린 채 살아간다. 사람들은 돈을 가져야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돈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잃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묶어버린다. 돈이 수단에서 목적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더 독립적으로 변하고, 동시에 더 이기적으로 변했다. 마치 스스로 대단한 옷을 입었다고 착각하는 임금님처럼, 돈이 주는 자기 충족감에 빠져 타인과의 유대를 소홀히 하게 되는 것이다.”_19쪽

이 대목은 돈이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동시에 고립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짚는다. 돈이 주는 자유는 타인과 단절될 권리가 되기도 한다. 저자들이 골룸의 비유를 끌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돈을 소유한다고 믿는 순간, 돈이 사고방식과 관계 맺는 방식을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거래를 기억하는 방법

한편 「메멘토」는 화폐가 단순한 종이나 숫자가 아닌 이유를 보여준다. 단기기억상실증을 앓는 주인공은 몸에 문신을 새겨 어제의 기억을 남긴다. 화폐도 비슷하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주었고, 나중에 무엇으로 갚을지를 사회가 기록하는 공동의 문신이다.

“중앙은행은 마치 사회 전체를 위해 가장 중요한 문신을 새기고 관리하는 전문 문신사와 같다.”_55쪽
“블록체인은 단 한 명의 문신사에게 의존하는 대신, 모든 참여자가 서로의 몸에 같은 문신을 새겨주는 방식이다.”_56쪽

이 비유는 화폐 질서의 핵심이 금속이나 종이가 아니라 기록을 믿게 만드는 방식에 있음을 드러낸다. 중앙은행과 블록체인이라는 두 시스템은 방식은 다르지만 거래의 기억을 남기는 장치라는 점에서 같다.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 장부와 오늘날의 모바일 뱅킹도 하는 일은 같다. 『돈의 열두 가지 얼굴』은 돈을 손에 쥐는 종잇조각이 아니라, 사회가 거래의 기억을 보관하고 신뢰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돈이 괴물이 되는 순간

『돈의 열두 가지 얼굴』은 돈의 위험한 얼굴도 함께 보여준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안토니오는 막대한 재화가 실린 무역선이 돌아오지 않자 자신의 살을 담보로 내걸어야 했다. 과장된 이야기 같지만, 빚과 신용이 인간의 존엄을 어디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빚은 오래도록 단순한 금전 거래가 아닌, 갚지 못하면 목숨까지 내놓아야 하는 약속이었다.

“파산 직전까지 리먼의 장부상 자산 규모는 6,000억 달러가 넘었다. 숫자만 보면 그들은 여전히 월스트리트의 거인이었다.”_241쪽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확산시킨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숫자의 함정을 드러낸다. 리먼은 거대한 자산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당장 갚아야 할 현금이 없었다. 자산을 많이 쌓아둔다고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는 믿음이 깨지면 돈은 종잇조각으로 전락한다. 『돈의 열두 가지 얼굴』은 돈의 위험성을 어려운 용어로 설명하는 대신, 돈이 커지는 원리와 무너지는 원리가 빚이라는 도구의 두 얼굴임을 사례로 보여준다.

돈이 마음을 대신할 때

마지막 파트에서 『돈의 열두 가지 얼굴』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첫 월급을 받던 날, 절친의 결혼식에 축의금을 건네는 순간, 자녀에게 용돈을 쥐여주는 장면에는 숫자로 바꿀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다. 돈은 계산만 하는 도구가 아니라 축하와 책임, 체면과 애정을 함께 실어 나른다.
그런데 돈이 모든 것을 대신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린이집에서 지각 벌금을 도입했더니 부모들이 덜 미안해하고 더 늦기 시작했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과해야 할 일이 벌금만 내면 되는 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핵심도 여기에 있다.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있지만, 돈이 개입하는 순간 망가지는 관계도 있다.
돈은 병원비를 내고, 생활비를 내고, 급한 사고를 수습하게 해준다. 하지만 누구를 챙길지, 무엇을 위해 벌지, 어디에서 멈출지는 대신 정해주지 못한다. 『돈의 열두 가지 얼굴』의 세 저자는 그 선을 놓치지 말라고 말한다.

돈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당신의 돈은 당신의 삶을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삶의 방향을 정하고 있는가. 돈은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불안을 덜어준다. 그러나 돈이 삶의 기준이 되면 사람은 무엇이 충분한지, 무엇을 위해 버는지, 어디까지가 자기 몫인지도 잊게 된다.
『돈의 열두 가지 얼굴』은 투자 요령이나 재테크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그 잔고에 끌려가지 않는 법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돈이 우리 일상과 관계, 기억과 욕망, 위험과 선택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면서, 끝내 돈의 주인으로 살라는 가장 중요한 대답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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