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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빨간 약을 삼킨 화학자

1장. 공기를 수집하는 남자
2장. 전대미문의 속도
3장. 49.6도의 충격
4장. 얼음 속에 갇힌 80만 년의 증언
5장. 3억 년 전 탄소 저금통
6장. 불을 든 유인원
7장. 칸의 말발굽: 1억 명 죽음의 기후적 결과
8장. 아메리카의 침묵: 5,000만 명이 사라진 후
9장. 소빙하기와 해적의 시대
10장. 와트가 연 판도라의 상자
11장. 생명을 구한 공정의 대가
12장. 대가속의 시대
13장. 메탄 vs 이산화탄소
14장. 이산화탄소 분자의 양자 화학
15장. 지구 복사 균형의 붕괴
16장. 비가역적 탄소: 닫혀 버린 귀환의 문
17장. 인류 멸망의 질병원 이산화탄소
18장. 426.9ppm: 문명의 마지막 분기점
19장. 기술은 인류를 구원하지 못한다
20장. 약속과 현실 사이의 간극
21장. 녹색 가면의 역설
22장. 각국의 선택과 한국의 길

에필로그 | 426.9ppm, 호모 카르보가 선택한 패배
참고 문헌
저자 소개
저자 : 신익수
전기화학의 원리로 미시 세계의 센서부터 거시 세계의 기후 위기까지 탐구하는 과학자이자 혁신가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분석화학 및 전기화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숭실대학교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시에 하버드 의과대학(Harvard Medical School) 초빙 부교수로서 세계적 석학들과 국제 공동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2023년 한국전기화학회 학술상을 수상했고, 《Science Advances》 등 세계적 저널에 100여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 ‘타액 기반 비침습 혈당 센서’의 원천 기술을 발명했으며, 벤처 창업을 통해 패혈증 진단 기술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도 있다.
현재는 이차전지 R&D 연구와 함께, 열역학 관점에서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탐구하는 저술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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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탄소는 인류의 축복인가, 모두를 멸망시키는 재앙인가
모두가 외면하는 문명의 미래, 우리에게 남은 ‘희망의 다음 역’은 어디인가
열역학 제2법칙이 증명하고, 과학자의 양심이 기록한 인류세의 진단서

인류 문명은 탄소의 산물이다: ‘호모 카르보’의 탄생
인류는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 즉 지혜로운 존재라 정의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누리는 찬란한 번영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그 기반에는 언제나 하나의 에너지원이 존재한다. 바로 탄소다. 스마트폰, 자동차, 항공기, 도시의 불꽃과 따뜻한 안식처까지. 현대 문명의 거의 모든 기적은 지구가 3억 년 동안 지질 속에 질서 있게 저장해 둔 탄소 에너지를 꺼내 쓰면서 가능해졌다. 저자 신익수 교수는 이 지점에서 인류를 새롭게 정의한다. ‘호모 카르보(Homo Carbo)’. 탄소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유지될 수 없는, 탄소에 중독된 문명의 인간이다.

열역학 제2법칙이 가리키는 문명의 한계: 엔트로피의 청구서
우리는 왜 탄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저자는 그 이유를 우주의 절대 법칙인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 법칙에서 찾는다. 인류는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를 찾아 석탄기 시대부터 지구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에너지를 단 200년 만에 폭발적으로 방출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산화탄소 농도 426.9ppm이라는 숫자다. 2024년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기록된 이 수치는 단순한 기상 지표를 넘어, 인간 활동이 지질과 기후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는 시대, 즉 인류세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제 인류는 스스로의 힘으로 지질 기록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인류가 자연을 정복했다는 훈장이 아니라, 열역학 법칙이 우리에게 발행한 준엄한 영수증이다.

지구의 열병은 인간의 몸에도 스며든다: 이산화탄소가 ‘지금의 나’를 병들게 한다
426.9ppm은 단지 기후 변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카운트다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저자는 대기 중 탄소 농도의 상승이 결과적으로 인간의 생리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지구 시스템의 에너지 불균형이 심화될수록 인간의 세포 역시 더 큰 열 스트레스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간은 늙고, 더 빨리 병들고 있다. 믿겨지지 않지만 이산화탄소가 결국 인간을 병들게 한다. 저자가 밝혀 낸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기후 위기는 이제 언제 올지 모르는 자연의 재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나’라는 생명체의 신체적 문제가 된다.

해법 역시 열역학 안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길은 무엇인가. 저자는 답 역시 열역학의 원리 안에 있다고 말한다. 이미 방출된 탄소와 이를 증폭시키는 자연의 되먹임 시스템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선택지는 남아 있다. 탄소 배출이 가장 큰 에너지원을 즉각 줄이고, 천연가스 등을 과도기적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며 제로 배출 체계로 단계적으로 이동해야 한다. 탄소 문명을 하루아침에 멈출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호모 카르보 문명’은 멸망한다. 그러나 파국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열역학은 인간의 의지를 따르지 않지만, 그 법칙을 이해하고 순응해야만 다음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과학자의 양심으로 쓴 탄소 문명 진단서: 에필로그부터 읽어야 할 책
이 책의 방대한 분량이 부담스럽다면 에필로그부터 읽어 보기를 권한다. 책 전체와 마찬가지로 과학자다운 간결하고 평이한 문체로 쓰인 이 에필로그에는, 한 과학자가 바라본 탄소 문명에 대한 개인적인 고백이 담겨 있다.
마우나로아의 이산화탄소 곡선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파국을 직감했던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며 자신의 직감을 검증해 왔다. 그 결과 ‘호모 카르보’의 파국을 확인한 저자는 과학자로서의 이성에도 불구하고, 자신 역시 탄소 문명에 중독된 한 인간임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눈 앞의 숫자와 예정된 파국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다.
《호모 카르보》는 탄소 배출에 무관심한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비난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 그저 이미 우리가 도착해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그대로 보여 줄 뿐이다. 다만 저자가 보여 준 자연의 청구서에 더 이상의 유예 기간은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진실을 외면하고 공멸할 것인가, 아니면 정면으로 마주하며 생존을 도모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뿐이다.

추천사

“지구의 과거가 예견하는 탄소 문명의 끝, 그리고 아직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
― 김필석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CTO

“저명한 전기화학자인 저자는 인류가 탄소에 중독된 ‘호모 카르보’로 변모하며 멸종을 재촉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입증한다. 426.9ppm의 농도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세포 노화를 가속하고 생태계 임계점을 무너뜨리는 실질적 위협이다. 생명과학자인 나는 이 책을 지구라는 거대한 유기체와 우리 몸속 미토콘드리아가 동시에 겪고 있는 열병에 대한 가장 정직하고 시급한 진단서라고 생각한다.”
― 김종서 서울대학교 교수(생명과학부)

“디젤 기관차가 끄는 통근 열차가 자연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숨결이 깃든 월든 호숫가를 지날 때, 나는 그 안에서 《호모 카르보》를 읽고 있었다. 탄소를 내뿜으며 달리는 기차와 자연으로의 귀환을 노래한 호수를 동시에 마주하는 이 부조리한 풍경은, 우리가 암묵적으로 외면해 온 문명의 민낯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한다. 저자는 인류가 어떤 대가를 지불하며 문명의 궤도를 유지해 왔는지 냉철하게 해부하며, 역설적이게도 그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는 순간 우리가 도달할 ‘희망의 다음 역’을 가리키고 있다.”
― 이학호 하버드의과대학 교수(방사선과)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3억 년간 저장된 탄소를 탕진해 온 ‘호모 카르보’였다. 저자는 열역학 제2법칙을 통해 우리가 이룩한 고도의 질서가 필연적으로 거대한 무질서를 불러왔음을 증명한다. 흩어진 잉크를 다시 펜촉으로 모으는 것이 불가능하듯, 기술 낙관론이 주는 안도감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희망 고문보다 뼈아픈 진실을 택할 때, 우리는 비로소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수 있다.”
― 김한수 한양대학교 교수(에너지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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