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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_
우리의 일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만나는 시간

Part 1. 문화생활 · 식생활 · 잡화
1. 생각이 물질이 되는 순간 * 필기구
2. 인류의 정신을 담은 그릇 * 책
3. 종이에 옮겨 적은 하늘의 질서 * 달력
4. 빛으로 그린 시간의 예술 * 영화
5. 인류 문명의 향기 * 향신료
6. 신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증거 * 술
7. 식탁 위의 혁명 * 포크와 나이프
8. 인간과 음식의 장거리 여행 * 통조림
9. 문명과 함께 진화한 안전의 기술 * 자물쇠

Part 2. 의료 · 보건 · 위생
1. 칼날 위에서 진화한 예술과 과학 * 외과 수술
2. 아편에서 아스피린까지, 고통을 다루는 기술 * 진통제
3. 숙면을 위한 인류의 오랜 노력 * 수면제
4. 인류를 구해 낸 우연과 과학의 이중주 * 항생제
5. 가장 인간적인, 가장 믿음직한 의료 도구 * 청진기
6. 인류의 몸속을 탐색해 온 긴 여정 * 내시경
7. 가축의 소변부터 불소 치약까지 * 칫솔과 치약
8. 더 밝게, 더 자신 있게 세상 보기 * 안경
9. 문명의 품격을 올려 준 혁신 * 수세식 변기

Part 3. 과학 · 기술
1. 포드부터 이케아까지 * 나사와 드라이버
2. 모래와 불, 인류의 호기심이 만든 투명한 마법 * 유리
3. 시간을 붙잡은, 시간에 붙잡힌 * 시계
4. 번개가 전해 준 신비로운 힘 * 전기
5. 눈 앞에서 펼쳐지는 먼 곳의 이야기 * 텔레비전
6. 안전한 냉기를 찾아서 * 냉장고
7. 여름에도 쉼 없이 일하고, 배우고, 즐겨라 * 에어컨
8.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 주는 창 * 카메라

Part 4. 교통 · 통신
1. 인류 문명을 굴린 두 바퀴의 혁명 * 자전거
2. 바퀴 달린 컴퓨터의 꿈 * 자동차
3. 인류의 시간과 공간을 재편하다 * 고속도로
4. 수평 주거에서 수직 주거로의 혁명 * 엘리베이터
5. 지상에서 지하로, 터널 속의 혁명 * 지하철
6. 이카로스의 꿈을 현실로 * 비행기
7. 자전거, 자동차, 비행기를 완성한 검은 기술 * 타이어
8. 시간과 공간을 정복한 통신의 역사 * 우편
9. 내 손 안의 멀티 유니버스 * 전화기
10. 빛의 네트워크가 만드는 새로운 세상 * 광케이블
저자 소개
저자 : 박태호
대학에서는 공학을 전공하고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서 오랫동안 엔지니어로 일해 왔다. 체코와 독일에서의 해외 근무를 포함해 30여 년간 국내외 현장을 오가며 쌓은 경험은 그의 생각과 글의 근간을 이룬다.
학생 시절부터 역사·철학·문학 등 인문 분야의 책을 즐겨 읽었고, 직장인이 된 뒤에는 텃밭을 가꾸며 자연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삶을 지속해 왔다. 평일에는 회사원으로, 주말에는 도시 농부로 살아온 시간은 그의 사유를 한층 넓혀 주었다.
오랜 직장 생활과 폭넓은 독서를 통해 축적한 통찰, 그리고 자연 속에서의 성찰을 바탕으로 삶과 세계를 차분히 바라보는 글을 써 왔다. 그의 글에는 생명을 대하는 태도,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삶을 긍정하려는 마음이 담백하게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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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보이지 않아도 사소해 보여도, 인간의 삶을 떠받쳐 온 것들에 바치는 경외의 기록

우리는 매일 수많은 물건을 사용하며 살아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근하고, 지하철로 이동하며, 칫솔과 치약으로 이를 닦고,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를 하고, 하루의 끝에 술잔을 기울인다.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그 물건들이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우리의 삶에 들어왔는지는 좀처럼 떠올리지 않는다.
『거의 모든 일상의 역사』는 바로 그 익숙함에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이 책은 전쟁이나 영웅, 연표 중심의 역사가 아니라, 생활 속 도구와 제도, 습관을 통해 인간의 삶이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를 추적한다. 도시를 수직으로 성장시킨 엘리베이터, 터널 속에서 도시의 리듬을 바꾼 지하철, 위생 개념을 재편한 칫솔과 치약, 사회와 관계를 조율해 온 술까지, 일상을 구성하는 물건들이 하나의 문명사를 이룬다.
저자의 시선은 차분하지만 유쾌하다. 기술의 발전을 단순한 진보의 이야기로 그리지 않고,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시행착오, 우연과 선택의 결과로 풀어낸다. 그 덕분에 전문적인 내용도 부담 없이 읽히며, 독자는 자연스럽게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따라가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늘 타던 엘리베이터의 속도와 버튼이 다르게 보이고, 양치질과 식탁 위의 포크, 술 한 잔의 의미 역시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거의 모든 일상의 역사』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온 일상에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만드는 교양서이자, 오늘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생활사 읽기다.

책 속에서

파리 대학(University of Paris)의 기록에 따르면, 13세기 중반 라틴어 성경 한 권 가격은 말 한 필, 또는 작은 집 한 채와 맞먹었다. 영국의 옥스퍼드에서도 책 한 권을 빌리려면 “보증금으로 은식기나 땅문서를 맡겨야” 했다. 책은 문자 그대로 ‘사슬로 묶인 보물’이었다. 실제로 중세 도서관에서는 책의 도난을 막기 위해 쇠사슬로 책장을 고정해 두었고, 이를 ‘사슬에 묶인 도서관(chained library)’이라 불렀다. _<인류의 정신을 담은 그릇_책> 중에서

11세기 초 비잔틴 제국의 공주 테오도라 두카스(Theodora Doukas)가 베네치아 귀족과 결혼하면서 혼수품으로 가져온 ‘황금 포크’에 관한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그녀는 손가락 대신 포크로 음식을 찍어 먹었고, 이 모습은 이탈리아 귀족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베네치아 교회는 “신이 준 손가락을 거부하고 이교도의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죄”라며 포크 사용을 신성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포크는 그 후로도 오랜 세월 동안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도구, 심지어 악마의 발톱 같은 이미지로 인식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주요 무기가 삼지창이었으니, 포크를 보면 이교도의 신 포세이돈이 생각났을 법도 하다. _<식탁 위의 혁명_포크와 나이프> 중에서

19세기까지만 해도 최고의 의사들조차 어떻게 감염을 막아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전쟁터의 야전병원에서는 팔다리에 사소한 부상만 입어도 감염의 확산을 막고 목숨을 건지기 위해 사지를 절단해야 했다. 에테르, 클로로포름과 같은 마취제도 19세기 중반에야 사용되기 시작했으므로, 당시의 사지 절단 수술은 마취도 없이 고통과 비명 속에서 이루어졌다. 1815년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투가 끝난 뒤 야전병원 근처에는 톱질로 잘려 나간 팔다리가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한다. 그 시절 군에 징집된 목수와 도축업자는 흔히 의무대로 보내졌는데, 당시에는 수술이 래야 칼질과 톱질 외에는 별다르게 손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_<인류를 구해낸 우연과 과학의 이중주_항생제> 중에서

17~18세기 파리는 상하수도 시설이 매우 열악했던 탓에 일반 시민들은 집안에서 발생한 배설물을 창문 밖으로 던져 해결했는데, 그래서 거리는 늘오물과 진흙이 뒤섞인 진창이었고, 비까지 오면 상황은 더 끔찍했다. 당시 상류층과 귀족 여성들은 긴 드레스와 바닥에 끌리는 옷 때문에 거리의 오물이나 진흙이 옷자락에 묻을까 질겁하며 다녔는데, 이 때문에 등장한 것이 굽 높은 신발, 즉 오늘날 하이힐과 유사한 신발이었다. 높아진 굽 덕분에 길거리의 오물을 피할 수 있었고, 이동도 훨씬 자유로웠으니, 하이힐은 원래 패션이나 신분을 표시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실용적 이유, 즉 위생 문제가 중요한 동기중 하나였던 것이다. _<문명의 품격을 올려 준 혁신_수세식 변기> 중에서

당시의 기록과 그림 자료를 보면, 영국과 프랑스의 일부 귀족들은 이사할 때는 물론이고 장기간 지방으로 여행을 떠날 때조차 자기 집 창문의 유리를 떼어 함께 가져갔다고 한다. 집보다 유리가 더 비쌌던 시대였으니, 가구는 두고 가도 창유리는 챙기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관습은 15~17세기 영국에서도 이어졌다. 실제로 당시의 대저택 유적을 보면 창틀만 덩그러니 남고 유리창이 빠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는 세월에 깨진 흔적이라기보다 주인이 집을 떠나며 가장 값비싼 ‘이삿짐’을 챙겨 간 결과였다. _<모래와 불, 인류의 호기심이 만든 투명한 마법_유리> 중에서

텔레비전은 인류의 공동 기억을 창조한 발명품이다. 인간이 달에 착륙한 순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밤, 올림픽과 월드컵의 환호, 재난의 비극까지, 모든 인류가 같은 장면을 동시에 보게 된 최초의 매체가 바로 TV였다. 가정에서는 온 가족이 TV를 중심으로 한데 모였으며, 정치 · 경제적으로는 여론을 형성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TV 광고는 소비문화를, 드라마와 예능은 사회적 가치관을 형성했다. 오늘날과 같은 스트리밍 시대에도 ‘텔레비전’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세상을 바라보는 창’으로 쓰인다. 그것은 TV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인류가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려 노력한 기억의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_<눈앞에서 펼쳐지는 먼 곳의 이야기_텔레비전> 중에서

빠르고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었던 인류의 오랜 꿈. 그 꿈을 실현할 실마리가 보인 것은 18세기 후반이었다. 프랑스의 군인이자 기술자였던 니콜라 조제프 퀴뇨(Nicolas-Joseph Cugnot)가 1770년 완성한 증기자동차는 인류 최초의 자력 주행 차량으로 평가된다. 이 삼륜차는 거대한 증기보일러를 앞에 실었고, 증기의 팽창력으로 피스톤을 움직여 바퀴를 돌리는 원리였다. 포병 장비를 운반하기 위해 제작된 이 삼륜차는 시속 4km 정도로 주행할 수 있었지만, 기술 한계도 명확했다. 거대한 보일러는 위험했고, 증기압을 유지하기 어려웠으며, 한 번에 몇 분 밖에 달릴 수 없었다. 심지어 퀴뇨의 차량은 실험 중 벽에 부딪혀 멈춰 서기도 했는데, 이 사건은 인류 최초의 자동차 사고로 기록되었다. _<바퀴 달린 컴퓨터의 꿈_자동차> 중에서

엘리베이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 안에 갇혀 위아래로 움직이는 경험을 두려워했다. 뉴욕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질식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런 괴담을 불식시키기 위해 초기 엘리베이터 객실은 마치 호텔 라운지처럼 꾸며졌다.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달리고 의자도 놓였으며, 심지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직접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또 엘리베이터 안내원이 늘 버튼 앞을 지키고 서서 승객 대신 버튼을 눌러 주고, 건물의 정보를 제공하며, 짐까지 대신 날라 주는 ‘소셜 가이드’ 역할을 했다. 그들의 제복과 정중한 태도는 승객의 불안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었다. _<수평 주거에서 수직 주거로_엘리베이터> 중에서

1863년, 세계 최초의 지하철인 런던 메트로폴리탄 철도(Metropolitan Railway)가 마침내 개통되었다. 이 노선은 패딩턴 인근에서 패링던까지약 6.5km를 연결했으며,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지하 철도라는 새로운 이동 방식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지하철은 오늘날처럼 전기로 움직이지 않았다. 터널 속을 달린 것은 다름 아닌 증기기관차였다. 밀폐된 터널 안에서 증기기관차가 뿜어내는 연기와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객차 안은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 눈이 따갑고 숨 쉬기조차 힘들었으며, 한여름에는 달리는 사우나에 비유될 만큼 덥고 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은 교통 체증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_<지상에서 지하로, 터널 속의 혁명_지하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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