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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감사의 말

1. 서론: 오래됨과 새로움의 지도 제작법
2. 감각의 미디어고고학: 오디오비주얼, 정동, 알고리듬
3. 상상적 미디어: 기이한 사물들의 지도 그리기
4. 미디어 이론과 신유물론
5. 소음과 사고의 지도 그리기
6. 아카이브 역학: 소프트웨어 문화와 디지털 유산
7. 미디어고고학 실천하기: 재매개를 위한 창의적 방법
6. 결론: 디지털 문화에서의 미디어고고학

[해제] 미디어고고학으로의 초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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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유시 파리카 Jussi Parikka
핀란드의 저명한 미디어 이론가로, 덴마크 아르후스 대학교의 디지털 미학 및 문화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윈체스터 예술대학(사우샘프턴 대학)의 기술문화 및 미학 객원교수, 프라하 공연예술 아카데미의 FAMU 객원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작으로는 『미디어고고학이란 무엇인가?』(2012) 외에도, 『미디어의 지질학』과 더불어 미디어 생태학 3부작에 속하는 『디지털 오염』(2007), 『곤충 미디어』(2010)가 있다. 또한 에르키 후타모와 함께 선집 『미디어고고학』(2011)을 공동으로 엮었다.

역자 : 권수진
실험영화 작가이자 연구자. 중앙대학교에서 영화이론 박사를 취득한 이후 영화 미학을 중심으로 미디어 아트와 매체학을 연구하며 실험영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역자 : 김고은
영화 연구자. 중앙대학교 BK21 인공지능-콘텐츠 미래산업 교육연구단 연구교수. 주요 연구 분야는 영화·미디어 미학, 정치성, 아카이브, 문화 기억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이미지의 시각성을 연구하고 있으며, 관련 논문으로는 「참상을 기록하는 이미지와 구성적 기억: ‘위안부’ 기억과 영상 매체의 변화를 중심으로」 , 「예측된 시각성: 아포페니아와 비가시화된 노동의 감각정치」 등이 있다.

역자 : 박영석
실험영화 작가이자 연구자. 중앙대학교에서 영화이론 박사를 취득한 이후 영화 미학을 중심으로 미디어 아트와 매체학을 연구하며 실험영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역자 : 심효원
미디어 연구자. 연세대학교 매체와예술연구소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스트인간중심주의와 미디어 생태학이다. 유시 파리카의 『미디어의 지질학』, 『잔여』(공역)를 번역했다.

역자 : 정인선
한양대학교에서 영화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국립군산대학교 미디어문화학부 조교수이다. 인간중심의 뉴미디어 제작과 미학, 가상현실 및 메타버스,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이 영화 매체와 융합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에 주목해 왔다. 관련 논문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영화제작과 그 미학적 가능성」(2024) 등이 있다. 현재는 급변하는 뉴미디어 환경 속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미디어고고학적 방법론으로 사유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역자 : 정찬철
국립부경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영화 및 미디어학 연구자. 포스트시네마, 영화 기술, 디지털 시각효과, 미디어고고학 등에 관한 학술논문을 발표했다. 『디지털 시각효과에 관한 짧은 역사』(2018), 「키틀러의 『축음기, 영화, 타자기』를 디코딩하다」(2019), 『21세기 사상의 최전선』(공저, 2020) 등을 쓰고, 「키틀러 이후: 최근 독일 미디어 이론으로서 문화기술학에 관하여」(2018)와 「과거의 기술이 부활하다: 미디어 아트 고고학으로의 초대」(2021)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현재 단행본 『공간 이미지: 21세기 영화의 알고리듬』을 집필 중이다. 영화 기술이 영화 이미지의 존재론적 변화와 서사 구조에 끼친 영향을 미디어고고학적 하강을 통해 탐색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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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새로운 것의 고고학: 디지털 시대를 과거의 잔해로 읽는 방법

『미디어고고학이란 무엇인가?』가 가장 먼저 제안하는 것은, 디지털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흔히 혁신과 속도, 미래의 언어로 설명되지만, 파리카는 이런 현재주의적 관점만으로는 미디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본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언제 등장했는가’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오래된 장치, 망각된 매체 형식, 실현되지 못한 기술적 상상력과 연결되어 있는가이다. 다시 말해, 미디어고고학은 현재를 설명하기 위해 과거를 참고하는 보조적 역사 서술이 아니라, 현재 자체를 해명하기 위한 핵심적인 방법론이다.
이 점에서 미디어고고학은 어떤 기술의 ‘기원’이나 ‘최초’를 찾아 올라가는 일이 아니라, 현재의 미디어 환경 안에 겹쳐져 있는 이질적 시간층과 비동시적 요소들을 추적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과거의 미디어는 지나간 유물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 안에서 반복되고 변주되는 구조적 잔여물로 읽힌다. 파리카가 낡은 장치나 주변부적 기술 형식, 실패한 발명품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디지털 조건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전제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결국 디지털 문화는 미래를 향해 일직선으로 돌진하기보다는, 수많은 과거의 매체적 시간이 중첩되어 형성된 복합적 장이라는 인식을 제공한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책은 미디어 연구를 ‘최신 기술의 분석’에서 ‘현재를 구성하는 시간의 지층 읽기’로 전환시킨다.

감각의 기술들: 미디어를 기계가 아니라 지각의 조건으로 읽기

『미디어고고학이란 무엇인가?』는 미디어를 단순한 전달 수단으로 보는 통념을 넘어서, 그것을 감각과 지각의 조건으로 다시 정의한다. 파리카에게 미디어는 정보를 실어 나르는 중립적 채널이 아니다. 오히려 미디어는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듣고,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고, 어떤 속도로 반응하는지를 조직하는 기술적 환경이다. 따라서 미디어의 문제는 단지 장치의 기능이나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경험이 어떤 형식으로 매개되고 구조화되는가와 직결되어 있는 문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미디어 연구를 내용 분석이나 기술사 서술에 머무르지 않게 만든다. 파리카는 미디어의 물질성, 저장 형식, 인터페이스, 반복과 순환, 정동과 감각 구조 같은 요소들을 함께 다루면서, 미디어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지각적 배치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때 미디어는 바깥에 놓인 사물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의 관계가 맺어지는 조건 자체가 된다. 예컨대 어떤 장치의 등장은 단순히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경험, 이미지 소비의 방식, 기억 체계, 주의력의 구조를 함께 변형시킨다. 그러므로 미디어의 변화는 곧 감각의 변화이며, 이는 다시 사회적·문화적 경험의 재편으로 이어진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도, 미디어를 기술적 장치의 계열로 설명하는 대신, 감각과 지각의 배치라는 층위에서 사유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잔해와 유령의 매체들: 실패한 기술, 상상적 장치, 폐기된 미래의 귀환

파리카가 비판하는 또 하나의 핵심은 기술사를 지배해온 진보 서사다. 일반적으로 기술의 역사는 더 발전된 장치가 덜 발전된 장치를 대체해 온 성공의 연속처럼 설명된다. 그러나 미디어고고학은 이런 선형적 서사를 해체한다. 미디어고고학에서 기술의 역사는 성공한 것들의 계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실패한 발명, 버려진 장치, 상상적 미디어, 실현되지 못한 실험들이야말로 현재를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파리카가 보여주는 미디어고고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복고주의와 구별된다. 과거의 낡고 기이한 장치들은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의 기술이 얼마나 역사적으로 선택된 결과물인지를 드러내는 비판적 렌즈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거를 미화하거나 향수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잔해로 현재를 낯설게 만들고, 지금의 기술 질서를 유일한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구성물로 다시 보게 하는 작업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훗날 파리카가 『미디어의 지질학』이나 ‘좀비 미디어’ 개념으로 더 밀고 나가게 될 문제의식을 이미 예고하고 있다. 곧 미디어는 탄생과 발전의 역사만이 아니라, 폐기와 소멸, 유령 같은 귀환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통찰이다. 과거의 실패한 매체는 완전히 죽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기술 속에서 변형되어 되살아나거나, 현재의 기술이 놓치고 있는 가능성을 비추는 거울로 남는다. 이 점에서 미디어고고학은 과거를 수집하는 작업이 아니라, 잔해를 통해 현재를 해체하는 비판적 실천이다.

소음, 간섭, 차단: ‘비소통’의 관점에서 다시 쓰는 미디어의 역사

유시 파리카가 이 책에서 미디어고고학에 흥미롭게 접근하고 있는 것 중의 또 하나는 미디어를 ‘소통’이 아니라 ‘비소통’의 관점에서 읽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미디어 연구는 정보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되는가, 연결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루어지는가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파리카는 오히려 그 반대편에 있는 현상들―소음, 간섭, 차단, 오작동, 스팸, 실패한 신호―을 통해 미디어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고 제안한다. 미디어의 본질이 완벽한 전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불안정성과 마찰의 조건 속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소음은 제거되어야 할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시스템의 구조와 한계를 가시화하는 분석적 단서가 된다.
미디어고고학에서 소음은 단순히 공학적 문제가 아니다. 어떤 정보가 유의미한 신호로 간주되고, 어떤 말이 잡음으로 밀려나는가 하는 질문은 곧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이 소통으로 승인되고, 무엇이 차단되거나 삭제되는지를 살피는 일은 미디어 환경이 작동하는 정치적 질서를 드러낸다. 따라서 소음은 미디어의 주변부가 아니다. 그것은 미디어 시스템의 구성 원리를 드러내는 핵심 범주다. 『미디어고고학이란 무엇인가?』는 바로 이 비소통의 관점에서 미디어를 단순한 전달의 기술이 아니라 선택과 배제, 연결과 차단이 교차하는 역사적 장으로 다시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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