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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연속성의 의식 7
2부 세계 문학 45
3부 사물의 핵심에 도달하기 83
4부 소설가란 무엇인가? 119
5부 미학과 삶 149
6부 찢어진 커튼 175
7부 소설, 기억, 망각 211
저자 소개
저자 : 밀란 쿤데라 (Milan Kundera)
1929년 체코의 브륀에서 태어났다. 야나체크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프라하의 예술아카데미 AMU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 수업을 받았다. 1963년 이래 「프라하의 봄」이 외부의 억압으로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했으며,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었다. 고국 체코에서 발표한 작품은 『농담』과 『우스운 사랑』 두 권뿐이었다. 『농담』이 불역되는 즉시 프랑스에서도 명성을 얻어 소련 침공과 ‘프라하의 봄’ 이후 역경을 겪고 1975년 체코를 떠나 프랑스로 이주했다. 이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생은 다른 곳에』, 『불멸』, 『이별』, 『느림』, 『정체성』, 『향수』 등의 작품을 썼으며,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 상, 컴먼웰스 상, LA타임스 소설상 등 전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미국 미시건 대학은 그의 문학적 공로를 높이 평가하면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2023년 7월 세상을 떠났다. 향년 94세.

역자 : 박성창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3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비교문학과 문학 이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1999년부터 계간 《세계의 문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수사학』, 『수사학과 현대 프랑스 문화 이론』, 『우리 문학의 새로운 좌표를 찾아서』가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 근대 문학과 번역의 문제」, 「말을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가: 이태준과 김기림의 문장론 비교」, 「1930년대 후반 한국 근대 문학 비평에 나타난 묘사론 연구」 왜 다수의 논문이 있다. 번역서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밀란 쿤데라의 『커튼』, 이브 슈브렐의 『비교문학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 있고, 2008년 프랑스의 문학 잡지《NRF(La Nouvelle Revue Franaise)》에 한국 현대 문학을 소개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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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돈키호테, 세상에 드리운 커튼을 찢어 버리다!

표제인 ‘커튼’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쿤데라는 우리 세상 앞에, 우리가 보고 읽고 느끼는 모든 존재 앞에 마법 커튼이 걸려 있다고 한다. 이 커튼은 그 너머에 있는 것들을 가리고 숨기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튼 너머를 보지 못하고, 커튼에 적힌 대로 삶을 판단하는 데 길들어 있다. 하지만 커튼에 수놓인 진실들을 그대로 베끼면 안 된다. 이 커튼을 찢어 버리고 그 뒤에 숨은 우리 삶의 진실한 모습과 마주보아야 한다. 훌륭한 소설 작품은 세상 앞에 드리운 커튼을 찢어 버리는 역할을 한다. 쿤데라는 그 대표적인 예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꼽았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떠나보내면서 그 커튼을 찢었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기사 앞에 세상이 활짝 열렸다. 세르반테스가 새로운 소설 기법을 개척했던 것은 바로 선해석의 커튼을 찢어 버렸기 때문이다. 돈키호테(세르반테스)의 이 파괴적 행위는 그 어느 소설에서나 반영되고 이어진다. 왜냐하면 커튼을 찢는 것, 그럼으로써 세상 사람들 즉 독자들로 하여금 ‘삶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소설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쿤데라는 또한 이 역할이야말로 소설이 “예술임을 증명하는 표시”라고 하였다. 밀란 쿤데라의 신작 에세이 『커튼』은 이처럼 우리가 미처 들어가 보지 못했던 ‘소설’이라는 장르의 세계로 독자들을 보다 깊숙이 안내하는 작품이다.

■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직접 말을 걸어온 쿤데라
―소설을 읽고, 쓰고, 이해하는 행위에 대해 고찰케 하다

작가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작가의 생각을 상징이나 은유 없이 짚어 낼 수 있는 에세이 『커튼』은 그동안 쿤데라의 소설만 읽어 온 독자들에게 큰 기쁨으로 다가갈 것이다. 쿤데라 자신의 작품뿐만 아니라 카프카, 곰브로비치, 플로베르, 세르반테스 등 당대 최고의 문학가와 그들의 작품을 대하는 면밀함과 세심함은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깨닫게 해 준다. 뿐만 아니라 『커튼』은 소설가들에게 역시 ‘소설 쓰기’라는 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 준다. 세기가 바뀌고 시대가 거듭되는 동안 끊임없이 반복되고 재생산되어 온 ‘소설’이라는 장르에 어떻게 ‘새로운 미학’을 안겨 줄 것인가? 책을 덮은 후 줄거리나 묘사는 점차 퇴색되어 버리고 결국 잊혀 버리는 현상을 극복하고, 자신의 소설을 어떻게 하면 영원히 잊히지 않는 작품으로 남길 것인가? 언어, 국경, 사회 체제와 관료주의의 억압을 벗어나 전 인류가 공감할 작품은 어떻게 해서 탄생하는가? 쿤데라의 『커튼』은 독자로 하여금 소설을 읽고, 쓰고, 가슴 깊이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불멸의 것으로 간직하는 행위에 대해 고찰케 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 불멸을 갈망하는 소설가, 초월을 꿈꾸는 소설

“평범한 배관공은 유익한 존재이지만, 일부러 진부하고 판에 박힌 책을 만들어 내는 평범한 소설가는 경멸당해 마땅한 존재다.”(134쪽) 운명적으로 불가피하게 영광을 누리는 직업들이 있다. 정치가, 모델, 운동선수, 예술가. 그중에서도 예술가의 영광이 가장 끔찍하다. 왜냐하면 예술가들은 자신의 영광이 불멸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예술가의 마음속에 이 불멸을 바라는 야심이 없다면 훌륭한 작품도 탄생할 수 없다. 쿤데라는 이러한 야망 없이 글을 쓰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라고 말한다. 일부러 덧없고, 진부하고, 판에 박힌, 그래서 무익하고, 결국 성가시고, 마침내 해를 미치는 책들을 만들어 내는 평범한 소설가들은 경멸당해 마땅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열정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라면 너무도 당연하게 영구적인 미학적 가치를, 즉 작가의 사후에도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는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소설가는 언제나 불멸을 갈망한다. 그리고 소설은 언제나 초월을 꿈꾼다. 소설 고유의 독자성을 보지 못한다면, 소설에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소설은 자신만의 기원과 역사를 갖고 있다. 소설의 세계에는 국가의 경계가 없다.

■ 예술의 역사는 덧없다. 하지만 예술의 지저귐은 영원하다.

소설은 역사적 설명이나 그 시대의 사회 묘사, 이데올로기의 옹호 수단으로 존재하기를 거부하고 전적으로 “소설만이 말할 수 있는 것”을 위해 존재한다. 쿤데라는 오에 겐자부로의 단편 소설 「인간 양(羊)」(1958)을 그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일본인이 잔뜩 탄 버스에 외국 군대의 병사 한 무리가 올라타 일본 대학생에게 모욕을 준다. 하지만 오에 겐자부로는 이 외국 병사들이 누구인지 끝까지 밝히지 않는다. 물론 전쟁 후 일본을 점령한 부대는 미국군이다. 그런데 작가는 ‘일본인’ 승객이라고 꼬집어 말하면서 병사의 국적은 밝히지 않는다. 이들이 ‘미국’ 병사라고 명시되는 순간, 소설은 결국 정치적인 텍스트로, 점령자에 대한 고발로 귀결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 단어 하나를 포기함으로써 정치적 측면은 어슴푸레한 빛에 싸이고, 소설가의 주요 문제의식인 ‘실존’에만 집중하게 된다. 쿤데라는 사회 운동, 전쟁, 혁명과 반혁명, 국가의 굴욕 등 역사 그 자체는 소설가가 그려야 할 대상, 고발하고 해석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소설가는 “역사가의 하인”이 아니다. 소설가를 매혹하는 역사란, 오직 “인간 실존에 빛을 비추는 탐조등으로서의 역사”일 뿐이다. 역사로서의 예술, 혹은 예술의 역사는 덧없다. 하지만 쿤데라는 “예술의 지저귐은 영원할 것”(246쪽)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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