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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세계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후미즈키 아오이
1995년 홋카이도 출생. 게자리, A형. 2022 도쿄 나가노 문학상 최종 심사에 오른 『수조세계』가 데뷔작이다. 좋아하는 물고기는 나폴레옹피시.

역자 : 윤은혜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현재는 바른번역에서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데루코와 루이』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 『고양이 식당, 사랑을 요리합니다』 『두 번째 붉은 태양』 『어느 노 언론인의 작문노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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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람의 마음이 수조라면,
네 수조엔 어떤 물고기가 살고 있을 것 같아?”

아주 어린 시절부터 다치바나의 눈에는 사람들의 머리 주변을 떠다니는 물고기가 보였다. 다치바나는 각자의 마음이나 성격이 물고기로 보이는 거라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능력이 자신에게만 있는 건 줄 모르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말했다가 괴짜 취급을 받은 탓에 초등학생 시절부터 외톨이로 자라고 말았다. 사람에게 깃든 물고기의 종류와 마릿수, 움직임에 그가 느끼는 감정이 그대로 나타났던 터라 사람들이 속마음과 다른 말을 뱉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더욱 인간관계에 소극적이 되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지금까지, 다치바나는 여전히 투명 인간이다.

한편, 나에게 깃들어 사는 물고기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나는 내 물고기를 본 적이 없다. 거울에도, 사진에도 나타난 적이 없어서 나는 내 물고기의 종류도, 마릿수도 모른다.
사람마다 데리고 있는 물고기는 각각 다르다. 어딘지 모르게 그 사람과 이미지가 비슷한 물고기가 함께 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처럼, 그 사람과 비슷한 물고기가 깃드는 모양이다.
이를테면 겁쟁이 물고기를 데리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허세를 부려도 위기 상황이 되면 제일 먼저 도망가버리는 법이다.
_본문 중

어느 날, 귀갓길에서 같은 반 학우인 ‘사쿠라바’가 낯선 아저씨에게 길을 알려주는 광경을 목격한다. 다치바나는 단순히 친절을 베푸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곧 아저씨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걸 직감한다. 아저씨에게 깃든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의 일에 참견하고 싶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다는 핑계로 사쿠라바를 도와준다.
그날 이후, 다치바나는 등하굣길과 교실에 머무는 시간 내내 끊임없이 사쿠라바의 ‘관심 공격’을 받게 된다.

“그러고 보니까 다치바나는 눈을 잘 안 마주치네! 이유가 있어?”
사쿠라바는 남의 자리에 허락 없이 앉아 있는 걸 내가 썩 내켜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게 아니다.
(……)
찰나의 순간밖에 볼 수 없는 눈동자와 눈을 마주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니까.
“아니, 뭐……. 다른 사람과 눈 마주치는 게 좀 어색해서.”
_본문 중

사쿠라바의 관심에서 도망치려고 복도를 뛰어 하교하던 도중, 생활지도 선생님에게 걸려 훈계를 듣게 된 다치바나. 그때 다행히 사쿠라바의 도움으로 상황을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되고, 대신 함께 크레이프를 먹으러 가자는 협박 아닌 협박을 듣는다.
다치바나는 크레이프를 파는 푸드 트럭에서 사쿠라바가 만인의 인기를 얻고 있지만, 사실 그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아 친구 한 명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치바나 또한 사쿠라바로부터 왜 자신을 구했냐는 질문을 받고, 아저씨가 수상하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됐는지 추궁당한 끝에 자신의 비밀을 고백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쿠라바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순수하게 다치바나의 말을 믿어준다. 사실은, 다치바나도 사쿠라바가 그만큼 순수하고 선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벚꽃 빛깔 물고기가 그 아이의 머리를 에워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다치바나는 사쿠라바의 얼굴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에이, 물고기 종류 같은 건 몰라? 궁금한데.”
“알게 되면 나중에 알려줄게.”
“응, 기대할게! 모든 사람의 물고기가 보인다면 매일 수족관에 있는 기분이겠네? 좋겠다…….”
한순간 물고기 떼가 갈라지며 드러난 사쿠라바의 눈은 마치 마법이라도 본 듯 반짝이고 있어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
_본문 중

‘마음에 깃든 물고기까지 그 사람이니까,
한 마리도 없어지지 않도록.’

다치바나는 사쿠라바의 거절할 수 없는 따뜻한 관심 속에 똑같이 물고기를 본다고 얘기하는 친구 ‘하타노’를 만나게 되거나 한 번도 즐겨본 적 없던 학교 축제도 참가하고, 미술부 부원들에게 물고기가 보이는 광경을 설명해주며 환상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행복한 나날이 이어질 것만 같던 기분도 잠시, 다치바나는 사람들에게 깃든 물고기를 잡아먹는 고래를 발견한다. 물고기가 없어진 사람들은 위험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물고기를 지키기 위해 다치바나와 사쿠라바, 하타노는 힘을 합쳐 고래를 막으려 고군분투한다.

그 고래는 혹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찾아와서 물고기를 집어삼키고 있는 걸까? 고래가 깃들어 있는 사람은 어떤 인물일까? 고래와 비슷한 성격이라니, 상상도 되지 않는다.
(……)
오늘 처음으로 고래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되는 인물을 봤다. 하지만 그 사람을 붙잡는다 해도, 어떻게 하면 고래를 멈출 수 있을까?
_본문 중

『수조세계』는 두 주인공이 서로를 이해하고 닫힌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익숙한 전개를 취하고 있다. 다름이라는 불협화음은 ‘사랑’이라는 마법 아래 촘촘하게 결속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불신, 좌절, 후회와 미련은 당연히 따라오는 고난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치바나와 사쿠라바의 어설프고 풋내나는 사랑 이야기는 더욱 진실되게 느껴진다.
이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수조세계』의 맥락이 신비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추상적인 인간관계나 사람의 성격을 ‘사람의 마음이 물고기로 보이는 상황’과 ‘그 물고기를 잡아먹는 고래의 존재’로 시각화했기 때문이다. 타인의 마음이 눈에 보인다면 우리는 조금 더 쉽게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저자 후미즈키 아오이는 일본의 한 매체에 기고한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남다른 부분까지도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를 긍정하기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이야기를 썼다”고 밝혔다. ‘평범함’을 좇는 것이 세상이 바라는 기준이라고 한들, 개개인은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수조세계』를 읽은 독자들이 남들과 다른 부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작중에서 다치바나가 바라는 ‘이 세상 사람들의 물고기가 모두 저렇게 팔딱거리기만’ 한 세상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으리라.

저자 후미즈키 아오이 역시 인터뷰에서 “자기 자신에게 깃들어 살고 있는 물고기의 수나 종류를 상상하면서 이 책을 읽어달라”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한국 독자 여러분도 알록달록 아름다운 물고기들이 가득한 바닷속 풍경을 함께 상상하며 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즐겨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_옮긴이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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