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경험적 · 이론적으로 풍성한 일상 생태학 연구 여정
1장 “일상과 사회-생태적 재생산”은 일상 생태학을 둘러싼 최근 논쟁과 이론적 배경을 다루며, 일상이 사회적 재생산 나아가 사회-생태적 재생산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설명한다. 정치생태학과 에코페미니즘이 이 개념 틀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음을 밝히고, 들뢰즈-가타리의 철학 개념들이 연구 방법론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설명한다. 또 신자유주의부터 사회적 실천 이론에 이르기까지 주요 논쟁을 검토하며, ‘후기 질적’ 연구 방법론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한다.
2장 “삶의 자본주의적 조직화”에서는 현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적 삶의 구조를 분석한다. 노동, 여가, 돌봄, 자아 등의 주제 아래 이 요소들이 일상 생태계를 어떻게 형성하는지 살펴본다. 특히 노동은 사회적 신진대사의 핵심이며 어떤 형태의 노동인지에 따라 파괴적이거나 회복적 성격을 가지는 핵심 개념이다. 여가의 생태적 관계 형성, 돌봄의 사회-생태적 논리, 자아 유지와 관련된 생태적 결과 등을 탐구하여 자본주의적 조직의 핵심 결절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3장 “삶의 물질, 흐름, 그리고 존재들”에서는 일상을 구성하는 에너지와 환경, 비인간 존재와의 관계를 다룬다. 기술이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을 드러내는 수단임과 동시에 창조적이고 지속 가능한 형태로 전유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다양한 에너지 공급 시스템과 관행의 생태적 · 정서적 특성을 논의하고, 인간 외 동물의 생태계 변화 잠재력을 탐구한다. 폐기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도 제시하며, 일상 생태계를 유지하는 요소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4장 “대안”에서는 자본주의의 파괴성에 대한 대응으로서 대안적 삶의 방식을 탐구한다. 충분성 원칙에 기반한 삶의 방식, 경제의 재지역화, 환경 도덕 등 다양한 실천 사례를 통해 대안적 존재 방식을 제시한다. 특히 생태적 윤리를 강조하며, 욕망의 미적-윤리학을 다루어 급진적 변화의 잠재력과 위험성을 평가한다. 개인의 삶의 과정과 주체성을 중심으로 대안적 실천을 구체화한다.
5장 “점검하기”는 위기의 시대에 일상의 지속가능성을 재구성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위기가 생태적으로 해로운 기존 배치에서 탈주선을 나타내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설명하며, 현대 자본주의의 지배적인 삶 외부에서 주체성을 만들어나갈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러나 위기의 불안정성을 변화의 기회로만 간주하지 않도록 경고하며, 사회적 · 생태적 대안을 집단적 변화로 표현해낼 때 진정한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책 속에서
지금까지 일상 생태학의 접근 방식은 대체로 국가 기관의 역할을 축소하고 시장에서 개인의 선택할 자유를 강조하는 주류 신자유주의식 환경 위기관리에 머무르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생태 문제를 중심에 두고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삶을 구성하는 존재 양식 자체에 의문을 제기해 온 변혁 프로젝트(transformative project)를 들여다보면, 설령 명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 핵심에는 늘 일상과 관련한 문제가 있었다.
--- p.10
이 책의 목표 중 하나는 면밀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접근 방식으로 일상 생태계를 살펴보면서, 일상의 지속가능성이 위기에 처한 존재의 전기적 궤적을 지나며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은 극도로 문제가 많은 개념이며, 따라서 용어 사용 자체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구 한계(planetary boundary) 안에서 살아가며 지구 재생 주기를 존중할 수 있는 사회-생태적 조직이 어떤 것인지를 간단히 표현할 수 있는 용어로는 여전히 유용하다.
--- p.14
일상은 가장 근본적인 재생산의 영역이지만, 일상의 조직은 유급 생산 노동의 구조 및 가치 체계에 따라, 그리고 좋은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한 사회적 기대에 따라 바뀐다. 게다가 마리아 미에스(Maria Mies)가 관찰한 바와 같이,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재생산 노동 자체가 자본주의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에 의존하기 때문에 생태적 전환이나 변환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할 여러 가지 긴장과 모순이 나타난다.
--- p.87~88
따라서 탱고는 그가 결혼도 하지 않고, 구속되거나 안정되지도 않고, 행복하게 실직한 상태의 정체성으로 탈영토화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하지만 이는 안전하고 되돌릴 수 있으며 장소가 지정된 과정으로, 자본주의 경제로 다시 들어가 그 체제의 지속을 위해 기능한다. 이런 점에서 오누르비오가 춤의 움직임 속에서 행하는 가난한 자-되기에는 혁명적이라 할 만한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오누르비오는 그의 몸이 말하고, 변화하고, 정체성을 잃고, 먼지와 냄새를 흠뻑 뒤집어쓰게 한 후에… 신발을 소독한다.
--- p.113
여기에 ‘올바른’ 소비의 정의를 구축하는 다양한 선들이 교차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기의 욕망이나 즐거움을 희생하는 것 자체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며, 소비의 행위나 대상을 본질적으로 ‘좋다’ 혹은 ‘나쁘다’로 나누지 않는다. 도덕적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휴대전화를 소유하거나 칵테일을 마시러 가는 일이 그 자체로 나쁜 건 아니다.
--- p.258
소비, 저렴한 가격, 다국적 기업의 통제에 대한 리비도적 순응은 계속해서 표면 아래로 묻힌다. 예를 들어 클레어는 근본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하는 자본주의 경제라도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사람들을 착취하지만 않는다면 받아들일 만하다고 말한다(그런 조합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이런 방식으로 환경적 행동은 도덕화되면서도 정치에서 빠져나간다.
--- p.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