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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크 Der Amoklaufer

첫 키스 Geschichte in der Dammerung

재회 Widerstand der Wirklichkeit

역자 후기
저자 소개
저자 : 슈테판 츠바이크 (Stefan Zweig)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슈테판 츠바이크는, 20세기 유럽 문학의 가장 빛나고도 섬세한 목소리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시로 시작해 소설과 희곡, 전기와 산문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로지르며 끊임없이 글을 써냈고, 「아모크」, 「감정의 혼란」, 「모르는 여인의 편지」, 「체스 이야기」 같은 작품들로 인간 내면의 열정과 불안을 음악처럼 맑고 격정적으로 그려 냈다. 츠바이크는 또한 발자크, 도스토옙스키, 니체, 마리 앙투아네트, 마젤란 등 역사와 사상의 인물들을 불러내어, 그들의 삶 속에서 인간 정신의 극적인 순간을 포착한 전기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글은 언제나 섬세한 공감과 비극적 통찰로 가득 차 있었다. 또 고리키, 롤랑, 베르하렌, 보들레르 등과 교류하며 번역과 편집에도 힘썼다. 그러나 그가 살았던 시대는 파괴와 추방의 시대였다. 나치즘이 유럽을 휩쓸며 그의 책은 불태워졌고, 그는 유랑하듯 여러 나라를 떠돌았다. 끝내 1942년, 브라질 페트로폴리스에서 아내 로테와 함께 스스로 생을 거두었다. 그의 마지막 작품, 자서전 『어제의 세계』는 황금빛 문화의 절정과 파멸로 가라앉은 시대를 기록한 애가(哀歌)이자, 한 작가가 남긴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이별의 편지이다.

역자 : 윤순식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공군사관학교에서 독일어 전임교수를 역임했고,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박사후 연수(Post-doc) 과정으로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에서 현대독문학을 연구하였고, 오랫동안 서울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였으며, 한양대학교 연구교수, 덕성여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홍익대학교 교양과(독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 한국토마스만학회 회장이다. 제18회 한독문학번역상(제11회 시몬느번역상)을 수상하였고, 대중을 위한 공개강연도 자주 하고 있다.(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5079) 『병과 문학』, 『문학과 정치』, 『문학과 음악』, 『근대독일문학 작품에 나타난 자본주의 경제』 등 30여 편의 논문을 위시하여, 저서에는 『토마스 만의 《마법의 산》 읽기』, 『아이러니』, 『토마스 만』, 『전설의 스토리텔러 토마스 만』, 『토마스 만의 생각을 읽자』, 『헤르만 헤세의 생각을 읽자』, 『프란츠 카프카의 생각을 읽자』, 『이해와 소통 글쓰기』, 『최강독일어』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교양』(공역), 『정신병리학 총론』(공역, 전4권), 『역사의 지배자』, 『작약등(芍藥燈)』, 『아이 사랑도 기술이다』, 『마의 산』(전3권), 『변신』, 『괴테, 토마스 만, 니체의 명언들』, 『로스할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토니오 크뢰거』,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독일 전설』(공역, 전2권),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 예술, 광기, 운명』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원당희
고려대학교 독어독문과에서 토마스 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잠시 독일 에얼랑엔대학에서 수학하며 독일 문예학과 철학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후 고려대학교와 한양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독어독문과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주로 독일 문학과 철학에 관한 문헌을 번역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토마스 만에서 독일적 유미주의의 정치적 현실화 문제」, 「현대소설의 시간 현상: 토마스 만을 중심으로」, 「루카치의 문예비평과 총체성」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천재, 광기, 열정』, 『환상의 밤』, 토마스 만의 『마법의 산』, 『쇼펜하우어, 니체, 프로이트』, 힐레브란트의 『소설의 이론』, 위르겐 슈람케의 『현대소설의 이론』, 프로이트의 『토템과 터부』, 한스 레만의 『프로이트 연구 I, II』, 한스 큉의 『안락사 논쟁의 새 지평』, 마르틴 루터의 『독일 기독교 귀족에게 고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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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열대의 숨 막히는 공기를 헤치며
한 사람이 숨 가쁘게 달려간다

이성적인 판단은 작동을 멈췄고,
남은 것은 막을 수 없는 충동뿐이다
숨은 더 가빠지고 시야는 좁아든다
사건은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다

「아모크」는 내면이 기울어진 채 폭주하는 한 인물의 감정을 따라간다. 감정은 차츰 고조되는 음악처럼 조급한 속도와 과잉된 반응으로 서사 전체를 잠식하고, 독자 역시 자연히 그 리듬에 보조를 맞추게 된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배 위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다. 열대 식민지에서 의사로 일하던 그는 한 냉담한 귀족 여성의 부탁을 거절하고, 그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 번의 어긋난 판단을 시작으로 잇따른 오판이 거듭되며 인물은 자신을 멈추지 못한 채 끝을 향해 밀려간다. 독자 역시 저항할 틈 없이 끌려가고 이야기는 점점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혼란한 착각에서 시작되어
끝내는 아릿한 감각으로 남는 첫사랑처럼

「첫 키스」에서도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번의 강렬한 접촉이 소년의 감각을 한껏 부풀리고, 소년은 저 혼자 오해 속에서 사랑을 완성한다. 하지만 그 감정은 착오와 자기기만 위에 세워진 것이었으므로 거기에 순수한 설렘은 없었다.

황혼 무렵의 숲에서 소년은 정체 모를 누군가로부터 기습적인 포옹과 첫 키스를 당한다. 다음 날 그는 동일한 장소에서 어제와 같은 열기를 기다린다.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시작된 감정은 이윽고 한 소녀를 향한 확신으로 굳어지지만 그것은 착오였다. 오해가 밝혀지는 순간 사랑은 끝이 나고, 달콤한 여운과 함께 쌉싸래한 뒷맛이 소년의 마음 깊은 곳에 감돈다.

“얼어붙고 눈이 내린 오래된 공원에서
두 그림자가 흘러간 과거의 흔적을 찾고 있네”(257면)

앞선 작품이 오해가 해소되며 금세 사그라지는 사랑을 그린다면, 「재회」는 시간과 현실에 짓눌렸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사랑을 다룬다. 오랜 시간 후에 다시 마주한 얼굴 앞에서 감정은 형태를 바꾸어 모습을 드러낸다. 반가움보다 먼저 찾아오는 것은 망설임이며, 그사이에 축적된 시간은 관계를 조용히 그러나 소란스럽게 압박한다.

구 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이 기차에 오른다. 흔들리는 객차 안에서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간다. 가난한 청년이었던 그는, 한 기업에 채용되어 사장의 집에 기거하며 사장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곧 그의 출장으로 이별을 맞는다. 재회 후에도 서로의 감정이 이전과 다름없음을 알아채지만 두 사람은 끝내 넘지 못할 선 앞에 머무르고 만다. 재회는 욕망을 불러오지만 현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거창한 사건이나 외부적 드라마보다,
인간 내면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충돌에 집중한다.”(268면)

세 편의 작품은 각기 다른 소재를 가지고 서사를 전개하지만, 인물이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바로 그 지점에서 무너진다는 점에서는 꼭 닮아 있다. 충동은 합리적 판단을 앞서고, 사랑은 오해 속에서 비대해지며, 기억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시금 욕망을 불러낸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이 감정을 선택했다고 믿는 듯싶지만, 실상은 감정에 의해 자신이 선택된 채 끝을 향해 한없이 밀려나는 것 같다.

감정을 거의 해부하다시피 하는 정묘한 심리 묘사와, 상황을 냉정한 시선으로 분석해 장면을 문장 속에 고정하는 츠바이크 특유의 절제된 글쓰기는, 사건 자체보다 그 직전에 스치는 불안, 망설임, 자기기만, 그리고 균열이 생겼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순간들을 파고든다. 파국은 두 발로 찾아오지 않는다. 이미 기울어진 내면이 인물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움직였을 뿐이다. 인물들이 미처 통제하지 못한 감정은 이내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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