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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산바라지 8
석전동 30
너무 아팠던 시절의 가을 저녁 52
시간의 금에 물드는 가을빛 74
운명의 보랏빛 98
행복한 여자들 116
적광묘토(寂光妙土) 138
하얀 등 158
안젤라 184
모란이 다시 피어날 때 204
쑥갓 224
얼어붙은 호수에 부는 바람 244

저자 소개
저자 : 심종숙
경북 청송 출생. 한국외국어대 일본학부, 미네르바교양대학 외래교수, 민족작가연합 사무총장, 샘터문학 주간, 샘문 평생교육원 시창작학과 주임교수, 대림대학 평생교육원 문예대학 강사를 지냈으며 현재 샘문평생교육원 샘문대학 겸임교수, 샘터문학 시창작분과 위원장이다. 2012년 동방문학으로 시, 2013년 동방문학으로 평론, 2022년 문예세상으로 소설 등단하였다.

대구가톨릭대 일어일문학과와 한국외대 일본어과 석사과정, 비교문학과 박사과정을 거쳤다. 한국외대에서 일본어 및 비교문학 관련 과목을 가르치면서 연구와 번역 및 창작의 길을 걷고 있다. 석사 시절부터 미야자와 겐지를 연구해 왔다. 문학이론 분야의 최신 연구 경향인 정신분석과 탈식민주의 및 페미니즘 이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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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말을 않게 되었으니 책을 읽었던 모양이다. 일 년 정도 후에 나는 다시 말을 찾았고, 아이들과 예전처럼 놀기 시작했다. 동화 다음으로 소설이 나에게 왔다. 나는 힘들 때마다, 아프고 난 후 회복기에 있을 때마다 소설을 읽었던 것 같다. 나는 그때 회복하기 위해 소설을 읽었던 것 같다. 나는 지금도 내가 쓰는 것을 소설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쓰면서 소설이 되어 가는 어떤 것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원래 일기를 썼고 지금도 종종 쓰고 있다. 그리고 시를 썼고 한동안 멈추었다가 다시 시심을 회복하여 현재까지 쓰고 있다. 그러면서 시 평론도 하고 있다. 소설을 쓰게 된 것은 내가 삼각산이 있는 동네로 이사 오면서 이 지역의 작가들과 만나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분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일상 속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나는 소설이 쓰고 싶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소설이 되겠는가? 나는 먼저 소설 비슷한 것부터 써보기로 했다. 써보니까 어떤 때는 재미도 있고 외로운 내가 나의 창 앞에서 혼자 수다를 떨기도 하는 것 같은 착각에도 빠지고, 어떤 힘들었던 기억을 재현해 볼 때는 고통스러워서 중단하거나 겨우 다 쓰고는 앓기도 하였다. 나는 소설을 쓰면서 나를 들여다보기도 하였고 속 좁은 내가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한 것 같다.

‘당신은 왜 소설을 쓰는가요’라고 묻는다면 아마 내 안의 못된 놈의 정체를 발견하고, 그놈을 나로부터 끌어내는 데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소설의 그릇에 담아내어 한 번 끓이지 않으면 안 될 듯한 놈이었다. 여러 가지 잡철이 용광로에 들어가 용해되어 선철이 되듯이 소설은 나에게 용광로가 아닌가 싶다. 불순물을 걸러내고 선철이 되도록 하는 데 소설이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장마철에 뽑아도 또 올라오는 잡초처럼 글을 쓰는 것은 풀 뽑기가 아닌가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소설 『댄스 댄스 댄스』에서 ‘쓴다는 것은 눈을 치우는 것’이라고 했다. 나에게 소설은 ‘풀 뽑기’일 것 같다. 어차피 이 길은 잡초가 심하게 자라서 길이 보이지 않은 길이었다. 뽑아낼 수준이 아니라 큰 낫으로 베어내면서 지나가야 할 길이 아니었던가 싶은 것이다.

일상의 흐름에서 그 흐름을 깨는 것이 있다. 나는 살아온 것 중에 그 흐름을 깨는 것에 대해 집요하게 용광로에 넣어볼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풀 뽑기를 하듯이 뽑아내기 위하여 없는 길도 만들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소설 창작은 나에게 하나의 도전으로 유혹하고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소설의 신이신 분들께서 보셨을 때 서툰 것도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열두 편의 단편집을 기꺼이 출판하시겠다고 나를 격려해주신 청어출판사 이영철 대표님, 소설 창작에 대해 조언을 주신 소설가 박정규 선생님, 고 김중태 작가님, 박소연 작가님, 우이동 작가분들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부족한 첫물이지만, 세상에서 고난을 겪는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다.

2026. 3. 삼각산 아래에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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