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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1부 빛나는 존재들의 무게를 받아쓰려고

시소와 시
가능한 맥락
나와 나의 끝말잇기
오늘의 여력
여름의 기술
보존을 사랑이라 부르며
빗소리의 구실
결함 접기
순수의 시대
걸작 수업
낙망과 희망
가벼운 약속

2부 처음을 쓰기에 우리는 너무 닮았고

일월에서 십이월까지
아침의 단편선
어떤 사랑은 오해를 가두며 자란다
시적이고 현실적인
본능과 불행
우울을 생으로 바꿔 읽으며
독백 모임
겨울 수박
수동적인 기쁨
수국의 자리
교환 고백
토마토 키친
번역하듯이 우리를 읽으면

3부 결핍은 두려움을 거머쥔 희망이라고

각설탕 케이크
수문이 개방되었습니다
나의 사계절 이불
만개와 만발
내가 나를 외울 때
맺음말의 서
우리가 빚진 것
경계의 거리
환기하는 오후
빈 하루
그해 여름 폭설
시가 되는 꿈
열아홉 시의 기도

4부 한 이가 한 이를 되오는 세계에서

동백으로 쓴 답장
잠시만 영원해
지붕 극장
적당한 삶과 미래
유예하는 기분
오랜 손을 빌려
이듬해의 가운데
궁리의 신청곡
문장완성검사
동경과 망각
안전한 일주일
의도 없는 날

해설│오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빚은 세계가 있어 ─ 김다솔
산문│당연한 슬픔과 필연한 재회_나의 독자들께
추천의 말│고아성
저자 소개
저자 : 이제야
1987년생,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등단 후 시집 『진심의 바깥』, 『일종의 마음』과 산문집 『시가 되는 순간들』, 『조각의 유통기한』, 『그런 사람』, 『그곳과 사귀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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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슬픔이 한 번으로 끝난다면 우리에게 시가 필요할까요”
오해하고 싶은 세계로부터 도착한 이제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나의 슬픔이 너의 슬픔을 되오는 세계에서”(〈시인의 말〉) 멈춘 것들은 되살아나고, 접은 슬픔이 펼쳐지고, 슬픔의 단어들이 사랑의 단어들로 재정의되며, 마침내 “오해의 능력”(〈번역하듯이 우리를 읽으면〉)으로 “영원한 제철”(김다솔, 〈오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빚은 세계가 있어〉)을 살게 한다. 그러므로 이제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슬픔의 펼침면》은 나의 슬픔이 너의 슬픔을 굳세게 하며 “사랑하게 될 세계”(〈문장완성검사〉), 바로 그곳에서 재발명되는 사랑과 연대에 관한 이야기다.

슬픔에도 품위를, 고독에도 우아함을 선사하는 이제야의 세계

2030 독자의 절대적 사랑을 받고 있는 이제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슬픔의 펼침면》이 출간되었다. 카리나, 문상훈, 박정민이 샤라웃하기 전부터 이제야 시인은 시 읽기 열풍을 일으키며 ‘MZ세대의 시인’으로 호명되었다. 이번 시집에는 배우 고아성이 추천사를 썼다.

이 시집은 한낮에 느린 춤곡과 함께 읽으신다면 참 좋겠습니다.
햇빛에 색이 바랜 아주 화려한 찻잔처럼 슬픔에도 품위를 부여하는 글이기에.
아무도 보지 않는 나만의 춤사위에도 우아함이 깃들 수 있기를 바라며
‘이제야’라는 고약하고 고독한 여자를 응원합니다.
─ 배우 고아성

슬픔에도 품위를, 고독한 나만의 춤사위에도 우아함을 선사하는 이제야의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제야의 시는 청춘의 마음을 무엇으로 사로잡았을까. 시인은 잊히고 소멸하고 명멸하는 존재들을 불러내고 붙들고 숨을 불어넣는다. 살아남기 위해 분투해왔던 오늘의 청춘들은 감각적인 언어로 서정의 세계를 구축해온 시인의 세계에 매혹되었다가 어느새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사랑을 하고 위태로운 희망을 품는다.

나의 슬픔이 너의 슬픔을 되오는 세계

이제야 시인은 세 번째 시집에 이르러 우리의 오랜 슬픔을 탐구한다. 《슬픔의 펼침면》에 실린 50편의 시들은 “슬픔을 펼친 면”(이상, 〈시소와 나〉)에서 시작해 “아무것도 아닌 것들” “밀어내던 것들” “무심한 말들”을 경유하여 “성실하게 접어둔 곳들” “정성껏 접어둔 곳들”(이상, 〈의도 없는 날〉)에 다다른다. “나의 슬픔이 너의 슬픔을 되오는 세계”(〈시인의 말〉)는 곧 우리가 “사랑하게 될 세계”(〈문장완성검사〉)로 완성된다.

비정한 세계에 갇혀 있던 타인의 슬픔은 이제야의 세계에서 새로운 언어로 빚어진다. 나의 슬픔과 너의 슬픔은 모두 다른 모양으로 존재하지만, 시인은 “누구나 운 적이 있는 건 절망했으나 절망한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빗속에서 모두 같은 얼굴이라면 슬픔은 그냥 구실”(이상, 〈빗소리의 구실〉)일 뿐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건 나의 슬픔이 너의 슬픔과 연결되고 서로를 굳세게 한다는 것. 슬픔이 펼쳐진 곳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온기로 다정한 말들을 건넨다. “언젠가 한 번쯤 들키고 싶었을지도 모를 / 일부러 감춰 온 슬픔 같은 것”(〈열아홉 시의 기도〉)이 펼쳐진다. “살고 싶었을 문장”(〈우울을 생으로 바꿔 읽으며〉)은, 그러므로 ‘슬픔의 펼침면’에 가득하다.

시인은 슬픔의 구조와 현상을 지나치지 않다. 슬픔에의 탐구는 시대의 곡절과 시절의 애통을 외면하고서는 수행될 수 없다.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고 “허리까지 차오르는데 신속하게 이탈하라”는 말은 “거대한 희망”(이상, 〈수문이 개방되었습니다〉) 안에서 수장된다. 도시가스 배관공의 사에처럼, 노동자의 죽음은 도처에서 목격되지만 우리는 그저 “외면해도 좋은 삶”을 살아가고 “수많은 외면이 우리를 무릅쓰고 운다”(이상, 〈경계의 거리〉). 시인은 누군가 갈라놓은 세계를 다시 잇고 은폐된 슬픔을 수집해 펼쳐놓는다. 우정의 의미를 묻는 ‘너’에게, 시인은 “의미를 외우면 의미가 없으니 / 누가 뜻을 적어준다면 잘 잊기로” 하자고 말한다. 통념에 맞서기 위해 ‘나’는 “가장 진부한 말”과 “아주 흔한 말”(이상, 〈맺음말의 서〉)만을 골라 쓴다. 시인은 사전을 다시 쓰는 사람이다. 사랑으로 혹은 의도된 오해로 슬픔을 다시 정의하고 마침내 사랑을 재발명해낸다.

오해의 능력으로 영원한 제철을 살아내기 위해

비정한 세계에서 우연한 슬픔과 무수히 재회하며 살아가는 이에게, 시인은 “섣불리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즉 “오해의 능력”(이상, 〈번역하듯이 우리를 읽으면〉)을 권한다. “영원한 제철”이란 말은 그 자체로 모순이지만 “오해의 능력”은 그마저도 가능한 희망으로 바꾼다. “오해하고 싶은 미래는 두 손이 만드는 거”(〈그해 여름 폭설〉)라는 믿음으로.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다솔은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지치지 않는 사랑이 만들어가는 이 “사랑하게 될 세계”에 관해 시인은 “늘 끝을 남겨두”고 있다. 그 자리에서 싱그러운 과일과 초목, 끊이지 않는 노랫소리, 내내 붉게 빛나는 동백꽃이 영원히 머물며 그려갈 미래는 완결되지 않는다. 그러니 별수 없다. 함께 오해하고 또 사랑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인이 보여줄 앞으로의 세계를 언제까지고 따라 읽어갈 수밖에.
_김다솔, 해설에서

편집자의 말

오해하고 싶은 미래로부터 도착한 시집

“시가 난해하다고 느낀다면 소리 내어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아무리 소리 내어 읽어도 닿지 못하는 시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야의 시들은 너무 예뻐서 소리 내어 읽게 되고, 그러다 보면 쉬이 닿을 수 없어서 겨우 닿을 수 있는 마음들이 있었다.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소비해버린 마음들에도, 오래된 관습처럼 사랑에 실패하는 우리에게도, 이제야의 시는 괜찮다 말한다. 우리는 또다시 무수히 실패하겠지만 이제야의 시를 읽을 수 있다면 괜찮을 것이다.”

그러니까 시인과의 우정은 짧은 리뷰를 쓴 2023년 10월부터 시작되었다. 2025년 마지막 퇴사를 앞둔 봄에 시인은 “진심의 바깥이 아니라 진심의 안쪽을 끌어모아” 쓴 메일을 보내왔다. 한여름에 우리는 “아름답고 유일한 책”을 만들기로 약속했으며, 성탄절을 앞둔 겨울에 나는 시인이 보내온 원고를 끌어안고 메일을 썼다.

“세계를 감각하는 나의 정조는 우울 혹은 슬픔이 아닐까. 저는 이런 확신을 유년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번 시집은 그런 저에게 커다란 위로를 주어요. 몹시 아름다운 시집이 저에겐 하나의 희망처럼 읽힌다는 것. 감사해요, 시인님.”

우리는 무수한 우정의 말들로 “오해하고 싶은 미래”를 지었다.
먼곳프레스의 첫 시집은 그 미래로부터 연유한다.

표지와 디자인에 대하여

이제야 시인은 독자에게 편지를 쓴다(산문 〈당연한 슬픔과 필연한 재회_나의 독자들께〉). 시인은 종이에 시를 적고 반복해서 접은 후 가방에 넣고 다녔다. 며칠 뒤 작은 종이 조각을 꺼내 펼치다가 엉엉 울고 만다. “접어둔 종이는 웅크린 이의 모습 같고 점점 커지는 모습은 슬픔이 얼굴을 들이미는 느낌”이어서. 그리고 시인은 삶이 소란할 때마다 바다를 찾아 석양이 물들 때까지 앉아 있는다고도 썼다.

시집의 표지와 디자인, 물성은 이 편지로부터 시작되었다. 박연미 디자이너는 색종이를 사다가 밤새 접고 펼치기를 반복하며 골몰했다. 앞표지와 뒤표지에는 접어놓은 색종이 이미지가 놓였다. 앞표지는 한낮의 바닷빛, 뒤표지는 저물녘의 바닷빛을 가졌다. 표지를 펼치면 한낮의 빛깔이 면지로 이어진다. 통상적인 책들과 달리 면지가 한 장 더 들어가 있다. 바닷빛이 시간의 속도에 따라 변하므로. 뒤표지에도 면지가 한 장 더 들어가 있고 차츰 짙은 석양의 빛깔로 변하다가 뒤표지로 이어진다.

1쪽과 각 부의 표제지에는 접힌 종이 이미지가 놓여 있다. 접힌 종이는 점차 펼쳐지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활짝 펴진다. 시집이 마무리되는 순간, 슬픔의 펼침면이 완성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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