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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집을 엮으며

1부. 간서치의 얼굴책

2부. 노영무의 시

평창이모|카페 화양연화|새나라의 어른이|탕자의 기도|취중취담|안부|노영무의 결심|척사斥邪|망실신고|바겐세일 사랑|첫사랑|오독誤讀|오월의 복병伏兵|소오小悟|각자행|사월의 낮비|취중인사|금연禁戀|비상시국선언非常詩局宣言|우화憂話|물금|블랙 버킷리스트|소망|차라리 유행가|잔인한 낙언落言|어설픈 사람들|검색|손톱을 깎으며|쓰지 말라는 제목, 무제|유기인|시인학교 보충수업|어떤 만남|산 그늘|오늘도|1|C|어리석음의 10,000과사전|암소가 부럽다

3부. 발행인의 편지

월간 〈태백〉 발간의 변|세상에서 가장 작은,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큰 도서관|가다가 멈추면 아니 감만 못 하리라|소박한 실용주의자의 꿈|시장의 힘과 대중의 눈을 믿습니다|피부에 와 닿다! 살갗에 와 닿다!|치국(治國)이 아니라 치국(恥國)이라니요!|고맙닭! 고맙다 닭아의 줄임말입니다|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태스크포스 팀인지 모르겠습니다!|춘몽, 春夢|환귀본처(還歸本處)|듣고 싶은 이야기|1707|23,000권 대 9,000권|역지사지(易地思之)|책과 책방의 미래|가갸날|인사 여쭙습니다,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4부. 벗들의 추모

김보은|김종수|김춘배|박정대|신정환|심종록|유기택|전윤호|정현우|최대식|최삼경|최선중|하창수

5부. 아내와 딸들의 편지

아내 윤미소|딸 김주희|딸 김자연
저자 소개
저자 : 김현식
소설가 김현식(金賢植)은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소설문학』으로 등단하였고, 월간 『태백』 발행인을 역임했다. 국민대 교수 정선태와 공편저로 『‘삐라’로 듣는 해방 직후의 목소리』(소명출판, 2011)를 냈고, 장편소설로 『북에서 왔시다』와 단편소설집으로 『독종과 별종들』을 냈고, 장루이라는 필명으로 장편소설 『1907-네 개의 손』, 『1907-일몰』을 냈다. 2025년 4월 21일, 영원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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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소설가 김현식은 춘천 옥광산을 운영하는 대일광업의 대표였고, 월간 〈태백〉의 발행인이자 달아실출판사의 설립자였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간서치’였고 ‘수집가’였다. 하루 서너 권의 책을 읽고 수만 점의 유물을 수집하며 춘천 문화의 ‘은자(隱者)의 거인’으로 살았다.

세상은 속도에 미쳐 있다. 어제 나온 스마트폰이 구식이 되고, 방금 올라온 뉴스피드가 1초 만에 잊히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하는지 망각한 채 표류한다. 여기, 세상의 속도를 거부하고 평생을 고서와 골동품, 그리고 수만 권의 책 속에 자신을 유폐시킨 사내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춘천의 간서치(看書痴)’, 즉 책에 미친 바보라 불렀다.

생전에 김현식은 “B급을 사랑했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만화책부터 곰팡이 냄새나는 고서적, 먼지 쌓인 LP판까지 수집하며 그 속에서 세상이 보지 못한 진실을 읽어냈다. 그에게 책은 ‘물질’이 아니었다. 누군가 책을 선물 받으며 “물질로 내 환심을 사려는 거냐”고 물었을 때, 그는 사그라지는 마음을 느끼며 탄식했다. 책은 영혼의 파동이었고, 시대의 거울이었기 때문이다.

이 유고집은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숨결이다. 그는 거북이와 토끼의 우화를 빌려 우리에게 묻는다. 자빠져 쉬고 있는 거북이가 묻는 말, “저기 88올림픽은 잘 끝났나?” 이 엉뚱한 질문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바보의 소리가 아니다. 본질을 잊은 채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를 향한 뼈아픈 조롱이자, 멈춰 서서 삶을 되돌아보라는 정중한 권고다.

그의 문장은 날카롭고도 따뜻하다. “네가 최소공배수를 구할 때 나는 최대공약수를 찾아 헤맸더군”이라는 시구처럼, 그는 타인과 합치점을 찾기보다 스스로의 본질을 지키는 ‘서로소’의 삶을 자처했다. 평생을 ‘독종’과 ‘별종’으로 살고자 했던 그는, 정작 우리에게는 가장 ‘순정한 형’이자 ‘맛깔나는 지식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제 그의 서재 문이 열렸다. 춘천의 안개 속으로 사라진 그가 남긴 수만 권의 책과 문장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잠시 세상의 소음을 잊고 ‘간서치’가 머물던 그 깊고 고요한 지혜의 숲으로 초대될 것이다. 그곳에서 당신만의 ‘88올림픽’은 어떻게 끝났는지, 혹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지 조용히 자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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