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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몇 조각의 말 / 뒷고기 / 노지 쏘주 / 이름을 잊었네 / 흘러내리는 길 / 쌉쌀한 껍질 / 목이 긴 흰 새 / 흉내 / 밥 냄새 / 상추 씻는 바다 / 가을바람 / 저만큼으로 / 뜨겁다거나 가볍다거나 / 발등 위의 주름 / 행간行間 / 달랏

2부
파문 / 실버들 아래로 / 전 생애 / 홀로 있는 시 / 눈물에게 / 위도 화투 / 이름 /
모든 것 / 옛스러운 그리움 / 이명 / 꼬박꼬박 / 이것은 무엇이느뇨 / 마늘밭 사진 / 다래나무를 본다 / 숫미역

3부
전라도 말 / 손길 / 바다에는 이르지 못하고 / 글씨에 젖다 / 한반도 / 돌아오는 길 / 오래된 수건 / 유종화 / 타는 소리 / 한 다리로 서서 / 무한송전無限送電 / 생강 석 점 / 장마 / 방문

4부
아침 / 마음이라고 부를까? / 풀 뽑기 / 마을 / 어떤 나무 / 다시 새싹 / 화엄매 / 늦여름에 쓰는 시 / 엽서 / 이 가을 / 바람에 나뭇잎 / 그윽하군 / 12월 / 어둑어둑한 날 / 이런 때 / 오늘

발문 | 이 ‘말 맛집’에 와보실라요? - 바람에 일렁이는 물의 빛 그림자, 어른거리는 삶의 기미 | 김진경(시인)
저자 소개
저자 : 김영춘
1957년 고창 해리의 눈이 많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988년 《실천문학》복간호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으로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나비의 사상』이 있다. 선생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학교를 통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 주고 싶어 했지만 한 생애로는 힘이 부치는 일이었다. 요즘은 전주에서 옛집이 있는 고창을 오가는 동안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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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지나간 날들은 왜 가끔 시가 되느냐”

생명체가 갖는 슬픔,
그 슬픔을 받아들여야 하는 또다른 슬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훌쩍 떠나갈 수는 있겠다만
빛깔이 생겨나는 시간이 오면 …… 글썽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가슴속 물결을 일렁이게 하는 조용한 바람
가장 낮은 곳의 숨소리를 품고자 하는 시인의 따듯한 시선

돌아보는 일은
애잔한 꽃잎을 바라보는 눈빛을 닮아 있기도 해서
지난한 한 사람의 노동이 얼룩져 있기도 해서
자꾸만 멈칫거리다가
손을 적신 물자국을 낡은 수건에 닦는다
―「오래된 수건」 부분

김영춘 시인의 네번째 시집 『너는 왜 가끔 시가 되느냐』에는 오랜 시간 맑은 눈으로 자신의 삶과 시대를 바라본 시인이 지나간 날들에 대한 감정을 그만의 따듯한 시선으로 되짚어낸 61편의 시들이 담겼다.

한 생애를 통해 학교를 바꾸어내고 싶어했던 시인답게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섬 학교 선생들(「위도 화투」)” “우리 선생님 결혼식/ 교실 두 칸을/ 열었다 닫었다 텄지(「모든 것」)” “행정실 박 주사님의 퇴임이 화장실에 걸려 있다(「오래된 수건」)” 등 시인이 그리는 학교에서의 풍경은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다. 바닷가 마을에서 자라며 수천 번 맞이했을 바닷바람은 “바람 없이는/ 봄바람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실버들 아래로」)” “햇빛이나 바람 같은 것들이/ 따듯하거나 서늘하게 살고 있기를 바랐다(「행간」)”와 같은 시적 언어로 그려졌다. 그리고 이 모든 삶의 지난 장면들은 “돌아보는 일”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담담하게 어딘가를 향해 말없이 흘러간다.

“살아 있는 사람 가슴속 바다엔 살아 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솟아오르는 외로움의 바람이 있지. …… 갈데없는 외로움을 묵묵히 견디며 막막한 세상을 바람처럼 살아가는 거지 뭐.”
―「발문」 중에서

그 묵묵함과 덤덤하고자 하는 지향은 생명체가 견뎌온 “어쩔 수 없”는 슬픔과 외로움, 우리가 “우리의 자연과 현실의 삶에 깃들어” 사는 “평범한 사람들”과 교감하며 습득한 시인의 감정이 만들어낸다. 시인은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물과 자연물을 통해 보편적인 감정을 슬쩍 건드린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누가 물결을 울린 것인가
밀어낸 것인가
머뭇머뭇 퍼져나간다
깊고 그윽한 곳까지 간다
무엇이 다가와서 네 마음을 만진 것인가
밀어 보낸 것인가
울먹이듯 떨리며 퍼져나간다
누구에겐가로 가서
사람의 무엇인가가 된다
―「파문」 전문

김진경 시인은 시집의 발문에서 김영춘 시인이 품고 있는 ‘바람의 말맛’을 “물을 살짝 일렁이게 하여 물의 빛 그림자를 어른거리게 하는, 그 어른거림을 통해 삶의 섬세한 기미를 느끼게 하는 바람”에 비유하며, “그런 바람은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 사람의 존재를 살짝 흔들며 ‘무엇인가가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인은 그 흔들리는 감정에서 한 걸음 벗어나 오히려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간결한 표현과 긴 여운은 그 길을 함께 가고 있다.

개울 밑을 들여다보느라
목이 길어지다가 휘어지고 만
휜 새
담담한 노래마냥
긴 다리를 뻗어 어딘가로 날아가네.
잠시라도
생계는 부여잡았으나
퍼덕이는 물고기를 잡는 일은 없었다는 듯이
훨훨
―「목이 긴 흰 새」 부분

“하루하루를 건너고 있는 사람들도/ 저런 하염없는 눈빛을 하고 있을까(「한 다리로 서서」)”라고 낮게 말하며, 시인 자신을 포함해 매일매일 지난하게 “생계는 부여잡”는 사람들의 일상을 애잔히 바라보다가도 “퍼덕이는 물고기를 잡는 일은 없었다는 듯이/ 훨훨” 날아가는 것을 슬프게 바라보고 있다. 비록 우리의 삶이 “슬픔을 배경으로” 하고 있을지라도, 그 안에서 만나는 “조촐한 빛”으로 “정신이 싱싱”한 아침을 맞이하길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그곳에 자리한다.

김영춘 시인이 일으키는 이 ‘파문’은 결국 각자의 삶이라는 바다로 흘러든다. 그래서 “너는 왜 가끔 시가 되느냐”는 시인의 물음은 지나간 날들에 대한 안부 인사일 뿐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묵묵히 견뎌내는 우리 모두를 향한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시인의 말

돌아보는 일이 많아졌다. 어딘가로부터 꽤 멀리 떠나와서일 것이다. 시라고 하는 것에서는 맑은 날의 저녁나절처럼 조촐한 빛이 새어나와야 할 것인데. 사람들의 숨소리도 잘 품고 가야 할 것인데. 슬픔을 배경으로 하고 있을지라도 살아 있는 것들은 어떻게든 피어났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을 곁에 두고 쓴 몇 편의 시들을 묶는다.

2026년 봄
전주에서 김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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