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그래봤자 전 촉법소년이잖아요. 대충 하세요”
층간 소음, 빌라왕, 공부 잘하게 해주는 스티커……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조준하는 극사실주의 추리소설
평택경찰서 강력1팀 팀장 ‘함민’에게는 떨쳐내려야 떨쳐낼 수 없는 오랜 본능이 있다. 사건 해결이 늦어질 때면 어디에든 불을 지르고 싶어 하는 것. 야심한 시각, 홀로 사무실에 있던 그에게 불쑥 익숙한 충동이 찾아오고 그의 손은 자연스레 라이터가 들어 있는 책상 서랍으로 향한다. 때마침 전화 한 통이 걸려 오는데, 만 14세 청소년 두 명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보고다. 피의자는 만 13세 ‘기명림’으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이른바 촉법소년이다. 함민은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하고 그곳에서 든든한 팀원이자 동료인 ‘은나’ ‘진석’ ‘이삭’과 만난다. 네 형사는 아직 어리기만 한 기명림이 어쩌다 그토록 잔인한 살인을 저질렀는지 원인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그가 연인을 죽였던 피해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이 촉법소년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기명림은 자신의 형법상 지위를 과시하듯 함민에게 대충 수사할 것을 요청하지만 이내 죄책감으로 인한 두려움에 휩싸이고, 함민은 그런 기명림의 치기 어린 행동을 보며 누구에게도 말 못 했던 자신의 30년 전 과거를 떠올린다.
중학생이 되고부터 불을 지르고 싶다는 알 수 없는 욕망을 느낀 함민. 그 낯선 마음은 1993년 동급생들과 다 함께 방문한 대전 엑스포에서도 이어진다. 빽빽한 일정에 모두가 지쳐 잠든 밤, 함민은 몰래 챙겨온 담배와 성냥을 들고 숙소 밖으로 빠져나온다. 연기를 조금씩 피워 올리는 담배 끝을 바라보며 드럼통에 불을 지르고 싶다는 불온한 상상을 키워가던 함민은 실제로 성냥불을 드럼통 속에 던진다. 예기치 않게 거세진 불길이 숙소로 옮겨붙는 모습을 본 함민은 다급하게 내부로 뛰어 들어가 잠자던 친구들을 구조하고 그 과정에서 1년간 학교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큰 화상을 얻는다. 그리고 이때의 기억은 함민을 평생 따라다니며 그가 느끼는 방화 욕망을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소사(燒死) 사건을 맡은 함민은 피해자이자 다른 사건의 용의자이기도 한 인물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30년 만에 대전에 방문하고, 그곳에서 당시 화재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형사와 마주한다. 어쩐지 그는 자꾸만 엑스포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하고, 마침내 그들은 사건이 일어났던 숙소로 함께 발걸음을 옮긴다. 과연 함민은 그곳에서 어떤 진실을 발견하게 될까? 그것은 함민을 방화 충동으로부터 구해낼 이로운 진실일까, 혹은 그를 더 깊은 구렁텅이에 빠뜨릴 위험한 진실일까?
여섯 개의 살인 사건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나열된 《마지막 방화》는 주인공이 각 사건의 단서를 논리와 직관의 힘으로 찾아나가는 본격 추리소설임과 동시에 직업인으로서 치명적 단점을 지닌 한 인물이 오랜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소설이다. “지금 당신이 만에 하나 다 그만두고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든다면 이 소설을 통해 조금 더 버틸 힘을 얻으실 수 있기를 바란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내부의 오랜 결함을 완벽히 수리하지 않고도 주변과 관계 맺을 수 있고, 삶을 지속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이것이 이 책이 ‘범죄를 저지르려 하는 유능한 형사’라는 모순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함민은 계속 갈등하고 있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자신의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일부러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마 형사를 붙여달라고 대전서에 부탁한 거였다. 막상 그와 대면하자 겁이 났다. 그 사건을 똑바로 마주하고 그 결과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_본문에서
턴 시리즈 소개
지금 가장 새로운 이야기로의 가뿐한 귀환, 턴(TURN)은 한겨레출판과 리디가 공동 기획한 장르 소설 시리즈입니다. SF, 스릴러, 미스터리, 오컬트 등 다채로운 소설을 통해 이야기 본래의 재미와 가능성을 꿈꿉니다. 이야기의 불빛이 켜지면 새로운 세계에 도착합니다. 한계 없는 턴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저자의 말
저는 어디에 살든지 그곳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적곤 합니다 . 소설을 쓰려면 공부가 필 수인데 주변을 배경으로 하면 수고가 좀 덜하거든요 . 그래서 지난 2020년 4월 평택으로 이사 온 후 주변을 무대로 삼았습니다 . 실명이 언급된 장소나 그 주변에서 사건이 일어난 적은 없습니다 . 평택은 《 마지막 방화 》 에서 그려지는 것과 달리 평화롭고 살기 좋은 도 시입니다.
시작은 첫 단편의 제목처럼 충동적이었습니다 . 일반적이지 않은 과거가 있는 형사가 주인 공이었으면 했고 ,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였으면 했습니다 . 그렇기에 각 에피소드에서 다루는 사건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 였던 소재입니다 . 또 이런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추리소설의 여섯 가지 법칙인 ‘5W1H’에 입각해 구성해보았습니다.
《 마지막 방화 》 전반을 통해 주인공 함민은 지금 이곳에서 달아나고 싶은 욕망 , 방화를 저지르고 싶은 충동 , 진실을 알아내고 싶은 갈증을 빈번히 느낍니다 . 어찌 보면 이 마음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삶을 살면서 느끼는 것이기도 합니다.
살다 보니 그렇더라고요 . 지금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고 , 아예 다 확 그만두고 싶으면서도 좀 더 노력하면 될 것 같아 다시 버텨보고 . 지금 당신이 만에 하나 다 그만두고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든다면 이 소설 《마지막 방화》를 통해 조금 더 버틸 힘을 얻으실 수 있기 를 바랍니다.